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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설립, 5명만 모이면 된다고?…아니야!

지자체별 설립·운영기준 제각각, 혼란만 가중…표준안 마련 시급 

기사입력2018-06-20 19:44

협동조합 설립 5년차를 맞는 협동조합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 심우열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며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기이코노미

 

“분명 5명만 모이면 된다고 했는데...”


협동조합 설립 5년차를 맞는 협동조합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 심우열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가 20일 개최한 ‘제1회 협동조합이슈포럼’에서다.


2012년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고,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효과로 올해 3월까지 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1만2986개, 서울에만 3203개가 만들어졌다. 심 이사장은 “협동조합 설립에 나선 이들 중에는 정부가 탄탄하게 지원해줄 것이란 희망을 가진 사람도 많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이나 지원사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협동조합 법인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중한 행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심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처음 접하고 2014년 창립총회를 개최하기까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고, 정식 사업체가 되기까지는 굉장히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했다. 게다가 행정관청에서 근무하는 일선 공무원들은 협동조합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관련업무처리를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다른 기준…협동조합 설립·운영에 대한 표준안 마련해야 


심 이사장은 설립신고 첫날부터 당혹감을 느꼈다. 준비된 서류를 가지고 구청을 찾았을 때, 비로소 수십만원 상당의 등록면허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정부가 안내하는 협동조합 설립절차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구청의 담당자는 정관의 주사무소 주소를 번지수까지 기재하라고 해서, 정관을 다시 작성하고 날인 및 간인을 다시 해야 했다. 심 이사장은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대한 표준을 통일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실무적인 표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이경호 변호사는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 정관에 주사무소의 주소를 규정해 놓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한다. 정관에 주사무소 주소를 상세히 기재할 경우, 주사무소 주소를 옮길 때마다 총회를 열어서 정관수정 여부를 의결하고 의사록 공증을 받고, 등기를 다시 해야하는 행정력 낭비와 비용이 초래된다. 정관에 표시되는 주사무소 주소는 서울특별시, 경기도 수원시 등과 같이 행정구역을 특정하면 된다는게 이 변호사의 제안이다. 


협동조합 사업자등록하려면 임대차계약서 있어야


이경호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변호사는 “협동조합 등기 과정에서 등기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협동조합 설립 후 사업자등록을 하는 과정에도 혼란이 발생했다. 사업자등록을 할 때는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해야하는데, 적은 자본금으로 창업한 협동조합이 제대로 된 사업장을 임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표자의 집을 법인주소로 등록하거나, 지인의 사무실을 주소지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표자의 집을 법인 주소지로 등록하려고 할 때, 등기소 담당자에 따라 판단기준이 달라 등록을 받아주기도 하고, 반려하기도 한다. 또 지인의 사무실 주소로 등록하려고 할 때, 지인이 건물주가 아닌 경우에는 실제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다시 맺어야 한다.


이에대해 이 변호사는 “거주지를 협동조합 주사무소로 등기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자등록을 할 경우 세무서에서 임대차계약서 작성여부나 소유자 등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대차계약을 할 상황이 안된다면, 미리 관할 세무서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변경등기시 세금부과…지자체별 감면조례 확인 필요


법인으로 존재하는 것, 그 자체를 위해 매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변경신고를 할 경우에도 별도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세금부과 대상은 주소지 이전, 임원변경, 출자금 변경 등이다. 주소지 이전을 하면 기존 소재지에 4만8240원을, 신 소재지에 13만5000원을 납부한다. 출자금 감액신고는 4만8240원이고, 증액신고는 13만5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아카데미쿱은 올해 출자금이 20만원 증가해 증액신고를 했다. 그런데 세금을 40만원 납부했다. 사유를 알아보니 법인 밀집지역의 경우 출자금 증액에 대해 세금을 세배 징수하고 있었다. 출자금 20만원 증액에 세금은 두배넘게 내는 불합리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시 및 개별 지방자치단체들은 조합원의 빈번한 가입·탈퇴에 따라 출자 총좌수 및 출자금 총액이 변경되고, 그에 따른 변경등기시 매번 등록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정을 고려해,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지방세 감면조례를 통해 등록세 최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며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감면조례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 의사록에 대한 인증사무 방침 정리해야


의사록을 공증하는 과정에서도 관할 구청 담당자에 따라 간인을 요구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또 의사록에 간인 및 날인을 할 때도,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해야 한다는 곳과 일정 인원만 하면 된다는 곳도 있다. 공증사무실 역시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공증을 받으러간 직원이 오히려 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대해 이 변호사는 “법무부는 ‘법인의사록에 대한 인증사무 처리지침’을 정하고 있는데, 이 지침은 주식회사를 기준으로 구비서류 및 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침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의사록에 대한 공증이 면제되지 않아, 조합원 수가 많은 경우 공증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협동조합 의사록에 대한 인증사무 방침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또 이 변호사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공증사무실이 대부분이라며 협동조합 공증업무를 비교적 많이 취급한 법원 앞 공증사무실을 방문하면 업무처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형사처벌 많은 협동조합기본법 벌칙조항 가혹하다


심 이사장은 협동조합기본법의 벌칙조항도 가혹한 면이 많다고 주장한다. 벌칙조항에는 형사처벌 조항이 많아 법인운영이 서툰 협동조합으로서는 실수 혹은 상황에 의해 불가피하게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간혹 이를 빌미로 조합원이 형사고발을 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정기총회일 7일 전까지 결산보고서를 감사에 제출해야 한다. 실제로 한 협동조합에서는 결산보고서가 늦어진 것 등을 이유로 한 조합원이 이사장을 형사고발해 징역을 살기도 했다고 심 이사장은 전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 마성균 과장은 “제도 5년이 지나 이제 안정화 될 단계지만 아직도 협동조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협동조합의 경우 이익이 나는 경우가 많지 않음에도 회계 관련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적인 부분은 과태료 부과 등으로 개선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으며, 법원과 기재부, 또 각 부처간 기준이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표준을 만들고,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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