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19/06/19(수) 10:41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오피니언칼럼

모두가 기본적인 생활·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젠 숙제를 풀 차례…힘없는 이들의 반복되는 죽음, 멈춰 세워야 

기사입력2018-07-28 10:10
김준모 객원 기자 (gubtree@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2014년 2월, 지하방에서 세 들어 살던 세 모녀가 자살했습니다. 오랫동안 지병을 앓아온 큰딸과 아르바이트를 하던 작은딸, 한 달 전에 몸을 다쳐 일자리를 잃은 어머니가 함께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들은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쓴 봉투에 70만원을 집주인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7월3일, 전북 남원에서 70대 아버지와 30대 아들이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이들 부자는 월 85만원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했고, 10년째 암투병중인 아버지를 아들이 보살펴왔다고 합니다. 이들이 남긴, “집주인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봉투에는 5만원권 16장과 1만원권 40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월세를 밀린 적이 없다하니, 이들이 남긴 현금 120만원은 자신들의 장례비용인가 봅니다. 

4년 전 정부지원을 못 받고 자살한 세 모녀의 죽음도, 얼마 전 정부지원을 받아도 힘겨운 삶을 못 이겨 자살한 부자의 죽음도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특히 마지막 가는 길까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집세와 공과금, 장례비용을 남기고 떠난 이들의 착한 마음을 떠올리면 먹먹해지는 가슴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빚 독촉에 시달리고 병원비가 무서워 치료도 제대로 못 받았으면서, 만원 한 장, 오만원 한 장, 쓸 돈 못 쓰고 한 장 두 장 지폐를 모았을 이들의 순박함에 화가 납니다. 슬프고 미안합니다. 성실하게 살아도 맛난 음식에 좋은 옷은커녕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겹고 고단했을 삶을 생각하니 한없이 슬퍼집니다. 고단함에 지쳐 끝내 해서는 안 될 결심을 할 때까지,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게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며칠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속보로 뜬 기사를 보고 멍해지며 얼이 빠졌습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소식은 믿기지 않는 충격이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본 것이 다이지만, 언제나 당당했고 유머가 넘쳤으며, 지치지 않고 한 길을 걸어온 그였기에 그의 죽음을,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공개된 유서를 통해 그는 경공모로부터 4000만원을 받았지만 청탁은 없었고,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임져야 한다며,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며,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유서에서 어렵게 소수정당의 길을 걸어온 당에 누를 끼쳤다는 가책이 크게 느껴집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은 멈추지만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당원들에게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자신을 벌하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기를 당부하며 허공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말합니다. 불법자금 수십억 수백억을 챙기는 정치인들이 부지기수인데, 아니 오히려 그런 자들일수록 당당하기까지 한데, 절차를 어기고 받은 정치자금 4000만원 때문에 죽기까지 하냐고.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알리고 국민들의 판단에 맡길 생각은 왜 하지 못했냐고.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이 안타까워, 슬퍼하며 말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장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돈 없고 부자들과 친하지 않은 정치인일수록 불리하고, 돈 많고 기득권이 많은 정치인일수록 유리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이 비록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득권 정당과 정치인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진 정치제도중 하나일 뿐입니다. 보다 본질적으로, 소수정당과 참신한 정치인들도 대등하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정치권에서는 ‘세 모녀 법’이라고 불린 법의 개정과 제정을 발의했습니다. 아홉 달 동안 국회에서 표류하던 법안은 부양의무기준 일부만 완화하는데 그쳐, 결국 많은 ‘세 모녀’들을 살리지 못 하는 ‘세 모녀 법’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정부지원을 받았어도 남원의 성실한 부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이웃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표면적인 제도 몇 개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지나치게 많이 가진 자들의 부를 나눠 모두가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참신한 정치인과 소수정당이 공정하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거대정당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본질적인 변화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거대정당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그들에게서 기득권을 빼앗지 못하면 불공정한 정치제도는 그대로입니다. 정당후원금, 정당명부별 비례대표제, 지방선거 4~5인 대선거구 확대, 투표연령 하향 등 현 집권여당을 포함한 거대정당들이 폐기하거나 시행을 막고 있는 정치제도를 실현하지 않으면 소수정당과 참신한 정치인들은 숨만 깔딱이며 정치생명을 이어갈 뿐입니다. 그러다 언젠가 우린 또다시 불행한 소식을 접할지 모릅니다.

더 이상 힘없고 성실한 이들이 작은 허물도 남기지 않으려 애를 쓰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생활고에 지쳐 쓰러지는 이웃이든, 불공정한 정치제도에 짓눌린 정치인이든, 계속 반복되는 힘없는 이들의 죽음을 멈춰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에게 빚진 우리들의 몫입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중국비즈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