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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정치적 무능, ‘20년집권’은 허황된 꿈

여야4당, 탄력근로제 합의…‘사회적 대화’의 싹마저 잘랐다 

기사입력2018-11-06 17:2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양보와 타협은 정치학 교과서의 ABC라고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전제 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무능한 정치력이 문제인 줄 알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극우·보수 야당 및 언론의 무차별적인 공세를 제대로 되치기하지 못했던 이유가 민주당의 역량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전 대통령 이명박근혜를 추억하는 反개혁진영을 제외한 다수 개혁진영을묶어내 개혁추진 주체로 세울 전략부재라고만 여겼다. 전 대통령 이명박근혜가 목맸던 기업(이유)주도성장론을 폐기하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올인하겠다는 진정성만큼은 믿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문 대통령,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사진=뉴시스>
이제 그 진정성마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단초를 민주당 스스로 제공했다.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를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적용을 위한 보완입법’에 합의했다. 탄력근로제 확대적용이 갖는 현실적 의미를 모를리 없는 민주당이다.

 

탄력근로제 확대적용은 탄력근로시간제 적용을 받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출발점은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와 생산을 늘리는 것이란 점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적용은 소득주도성장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민주당이 탄력근로제 확대방안을 제기했을 때, 당시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장관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현재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3.4%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함께 기존 제도를 먼저 활용하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경영계 반발에 무마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당연히 반발했고, 김 전 장관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탄력근로제는 수면 밑으로 내려갔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과 배치되는 정책을 반복하면서 노동계와 거리를 뒀다.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무력화했고, 1주 52시간노동 상한제 입법유예를 주도한 것도 민주당이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번엔 야3당과 탄력적근로제 확대적용에 합의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노동계 패싱’을 우려하는 조직내 이견그룹의 반발에 따라 민주노총은 빠졌지만,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식 출범(22일)을 앞둔 시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고용노동부 그리고 청년·여성·비정규직 및 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도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다. 경사노위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최저임금, 일자리창출과 청년실업, 사회안전망, 국민연금개혁 등 우리사회 첨예한 의제 전반을 다룰 예정이었다. 소득주도성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들 사안은 이해당사자간 직접 대화를 통해 조정돼야만, 근본적으로 해결가능한 갈등의제다.

 

경사노위가 출범해 이들 갈등의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려고 하는 시점에 민주당이 나서 초를 쳤다. 당장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치적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대화로 풀려는 한국노총의 노력에 재를 뿌리며 노동자들을 또다시 길거리 투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를 위해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한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청와대와 정부, 국회가 재벌자본의 민원창구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사회적 대화 운운하는 것은 사회적 대화를 노동개악을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군조차 적군화하는 민주당의 무모한 결정에 따라 경사노위 출범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설사 한국노총이 예정대로 경사노위에 참여하더라도, 이미 신뢰관계가 깨진 민주당과 정부에 대해 속깊은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다 큰 문제는 민주당의 이번 결정은 경사노위에 참여할 민주노총의 명분 자체를 봉쇄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사노위 참여를 적극 추진했던 민주노총 집행부조차도, 이젠 조직내 반발에 밀려 상당기간 사회적 대화를 입에 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협치’는 제도권내 정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협치의 목적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라면, 협치의 대상은 국민이 먼저여야 한다. 협치의 대상에서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배제하고 정치권만이 밀실에서 합의하고 실행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야합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종래 익숙했던 기업(이윤)주도성장이란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한다. 정치권 합의와는 다른 차원에서 이해당사자에 대한 동의와 설득, 자발적 참여가 전제돼야만 소득주도성장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묻는다. 민주당은 이번 ‘정치적 야합’을 통해 얻은게 무엇인지.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확대하고 지급액을 올린게 전부다. 이는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상위소득 10%을 제외했던 민주당과 극우·보수 야당 간 ‘야합’을 바로 잡은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90% 아동수당 지급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1000억원이상 세금을 낭비한 후에 말이다. 이외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이름으로 나온 합의문 어디에도, 소득주도성장을 끌고가겠다는 정부 특히 민주당의 의지는 찾아 볼 수 없다. 이래선 소득주도성장도 실패하고, 민주당 인사들이 입에 달고다니는 ‘20년집권’은 허황된 꿈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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