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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행위에는 도약 의지 담겨”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⑰박은국 작가
- 기사입력2018-11-16 12:18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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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대중적으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이다.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갖게 되는 사유일 것이다.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그 시대가 끌어안은 문제 속에 각자 또 함께 고민하며 세상 속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개척해나간다. 그 개인적 선택의 과정 속에는 기쁨과 행복도 있고 슬픔과 우울도 존재할 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세상에 던져진 자신의 경험을 표현해 현재의 나, 그리고 현재의 우리를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다. 강렬한 형태 속 인간 존재를 담아내는 작가 박은국을 만나보자.
Q. 주로 자화상에 가까운 인물화 작업을 하는데 계기가 있는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어린 시절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20대까지는 방황의 시기도 있었고, 신앙생활에 심취한 시기도 있었는데 그 과정 속에 자연스레 자신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 자신을 탐구한다는 개념으로 그림에 접근하다 보니 인물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기도 했고요.
‘A circular column-1’, oil-pastel, 2018Q. 인물에 응축된 에너지나 감정을 담아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상자도 작가가 느끼는 그 감정과 고민을 작품을 통해 느끼길 원하는 것인가?
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의도한 건 없었어요. 그런데 감상하시는 분들이 작품을 보면서 작품 속에서 본인을 느꼈다며 공감된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처음에는 누군가 내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릴 만큼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품 표현에 있어서 주재료를 파스텔로 활용해온 이유가 있는가?
재료 선택에 있어 처음 시작은 사실 경제적인 이유가 컸어요. 작가로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시작보단 가구 작업을 하면서 머리 식힐 겸 그림을 그리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어서, 당시 경제적으로 힘들다 보니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쓰다 남은 패널이나 매직을 이용해서 그리기 시작했어요. 주로 배경이 되는 재료가 패널이라서 거기에 제 표현에 맞는 재료를 찾다가 파스텔을 쓰게 됐고요. 저는 힘 있는 선의 거친 표현들을 좋아해서 붓보다는 파스텔이 저하고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원래 목조형 가구 제작을 전공했고, 현재도 겸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순수회화 작업과 디자인을 겸하는 이유나 계기가 있었나?
처음엔 대학 진학 이후 디자인이 저하고 안 맞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당시에는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 못하고 있었던 시기여서 이전 것들을 버리려는 마음에 디자인은 절대 안 하려 했는데, 생계유지를 해야 하다 보니 최소한의 디자인적 업무로 생계만 유지하며 그림에 집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병행하는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굳이 꼭 그림만 그리려 하는 것보다 좀 더 다양한 형태로 작업적인 확장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프레임 안에 갇히는 것이 아닌 여러 작업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려 고민하고 있어요.
Q. 본인의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한 점 소개해달라.
신작은 아니지만 2016년작 ‘부적응자’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당시 제가 웅크리고 있는 사람을 많이 그렸는데요. 언뜻 보기엔 위축되고 고민하는 이미지로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사람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행위에는 다음에 있을 도약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목을 ‘부적응자’라고 한 이유도 단어만 놓고 보면 부정적인 단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저는 청소년기, 대학시절 그리고 교회에서도 사회라는 단체 속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는데 그러한 흡수되지 못하는 저의 모습이 개선해야 할 나쁜 모습이 아닌 정해진 사고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주관을 갖는 좋은 과정이라 생각해서 긍정적인 의미의 ‘부적응자’로서 제목도 선정했던 작품이에요.
‘부적응자 Misfit’, oil-pastel on plywood, 2016Q. 개인적으로 초기작에서는 에곤 쉴레를 떠올렸고 근작에서는 베르나르 뷔페나 프란시스 베이컨 같은 신표현주의 작가들이 떠올랐다. 영감을 얻는 작가가 있는가?
그 작가들에게 실제로 영감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특히 에곤 쉴레를 정말 좋아해서 작년에도 작품을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에 갔다 왔어요. 모방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영감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뷔페의 표현과 베이컨의 작품 그 외에도 피카소, 바스키아 등 꼭 화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Q. 자화상이나 인물화를 그리는 작가는 박은국 외에도 많이 있는데, 본인 작품의 특별한 차이점이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적절한 답이 될진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도 너무 다양한 인물화 작업들이 있는데 현재의 제 작품이 엄청난 특별함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저에게 앞으로의 가능성이 엄청 깊게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당장 내 작품이 미술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고민 이전에 내가 좋아하는 일로 다양한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예술적 의지가 열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머물러 있지 않고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가 갖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계획인가?
지금도 전시를 진행하고 있지만, 다양한 전시를 통해 저 자신을 완성시켜 나갈 계획이고 그 외에도 다양한 협업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최근에도 몬스터엑스라는 아이돌그룹의 앨범 재킷 이미지 제작에도 참여해서 대중적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전시뿐만 아니라 더 다양하게 작품을 실험하고 선보여나갈 계획이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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