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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 아닌 ‘주변’ 대상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⑲박해선 작가 

기사입력2019-01-08 08:59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이다. 어린 시절 주변에 대한 호기심으로 넘쳤던 우리는 성인이 돼 사회에 적응해 가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느라 주변을 보지 못한 채 앞만 보며 달려가곤 한다.

 

과연 우리가 사는 사회 속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주변인가?’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을 표현하는 작가가 있다. 중심이 아닌 주변으로서의 대상을 표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다시 중심을 바라보게 우리의 시선을 이끄는 작가 박해선을 만나보자.

 

Q. 자신의 작품세계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저는 주변으로서의 대상에 관심을 갖고 그것과 연결된 작업을 하고 있는 박해선입니다.

 

Q. 표면적 형상을 그림으로써 그 내부에 담긴 것을 표현한다고 들었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달라.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는 무용수나 인물을 주로 그렸는데, 하반기 이후에는 작업이 더 세밀해진 부분이 있어요.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조형적으로 바뀐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가 계속 관심 있었던 건 주변으로서의 대상이에요.

 

좀 더 풀어서 말하자면 어떤 구조 안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는 부분들이 있는데, 제가 관심 있는 건 중심에 위치해 있어 사람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주변으로서의 대상이에요. 사물로 얘기하자면 기능이 상실된 대상이나 관심을 잃은 대상, 사람으로 얘기하면 집단에서 주목을 받는 대상이 아닌 주변으로 인식되는 대상들이 보이지 않는 경계로 나눠져 있다고 생각돼서 예전에는 이를 인물로 표현했고, 최근에는 사물로 표현해 보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그림 속에 얼굴이 흐리게 표현된 인물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유가 있는가?

 

‘Scene #3’, 96×162.2cm, Oil on canas, 2017

 

일단 얼굴을 흐리게 블러 처리하는 이유는 익명성의 이유도 있었고, 인물 같은 경우 얼굴을 통해 감정이 많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얼굴이 블러 처리되면 관람객 입장에서는 대상의 정확한 상태를 읽기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서 얼굴에서 모든 게 다 드러나는 상황을 피하려고 블러 처리를 한 이유도 있고, 인물의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려고 그렇게 한 부분도 있어요. 정확한 얼굴이 드러나면 연령이나, 성별 등 모든 게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날 것 같았어요.

 

Q. 최근 작품에서는 대상이 오브제로 바뀌었는데 어떤 계기로 표현 대상이 바뀌었는가?

 

최근 인물을 그리는 것에 대한 고민들이 시작돼서 상징적인 오브제로 전환되었을 뿐이지 사실은 오브제들도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방식의 차이를 조금 뒀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올해 제가 사람과 관련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심적으로 좀 힘든 상황들이 있었거든요. 작가들에게는 삶의 경험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사람 그리는 것에 좀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그와 더불어 기존에 제 작품에도 무용수와 같은 대상은 설정되어 있지만 대상 자체를 들어 낸다기보단 대상의 신체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작업을 연구하다 보니 내가 과연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대상 자체인지 신체적인 부분인지 고민을 더 해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고민한 결과 그 대상 자체 혹은 상호적인 관계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돼서 자연스레 방향 전환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Q. 그러한 작품 세계 구축에 영향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는가?

 

좋아하는 회화나 예술 쪽 작가도 많지만, 저는 영화 쪽에서 영향받은 걸 얘기하고 싶어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그 영화가 저에겐 인생 영화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였는데, 언뜻 블랙코미디처럼 보이는 영화 속 인물들이 제가 말하고 싶었던 주변으로서의 대상들이거든요.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구조적인 상황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인물들인데 그런 코드나 표현이 제가 관심 갖는 부분과 유사해서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르덴 감독의 로제타도 좋았어요. 사회적 취약계층의 10대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인데, 사회적·현실적 상황 때문에 소녀가 스스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처절하게 애쓰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는 이야기가 표현되어 있는 영화예요. 저는 이런 영화들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Q. 감상자는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길 원하는가?

 

제가 말하는 코드를 딱 정확히 읽어주길 원한다기보단, 주변으로서의 대상에 대해 자연스레 각자의 생각을 해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혹은 꼭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조형적으로 보고 느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Q. 현재 작가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젊은 작가로서의 불안정한 위치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 제가 앞으로도 하고 싶은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 하면 좀 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형적으로도 아름답고 내용적으로도 담담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잔재해 있는 것 같아요.

 

Q. 설치나 영상 작업도 제작하는 걸로 알고 있다. 작가로서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제가 영화도 좋아하다 보니, 영상에 대한 관심으로 몇몇 영상 작업도 진행을 해왔어요. 물론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회화여서 회화를 주 매체로 활용하겠지만, 다른 매체에 대해서도 열려있기 때문에 영상 외 다양한 형식에 대한 확장성도 고려하고 있어요. 일단 작품 방향에 대해 새로운 연구를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꾸준히 작업해서 깊이를 완성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올해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개인전을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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