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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죽지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과도한 요구인가?

매년 10%씩 택배물량은 증가하는데…CJ대한통운이 답을 줘야 

기사입력2019-01-09 13:54

택배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동작터미널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가 지난 4일 과로 누적에 따른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고인이 생전에 일했던 동작터미널은 분류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전·오후 2회전 배송을 하고 밤 8시, 9시가 돼야 마무리되는 일과였다. 고인은 이날 일을 마치고, 고단한 몸을 잠시 뉘었던 자신의 집 소파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8월 이후 3개월 사이 3명의 노동자가 사망, 2차례 특별근로감독과 전면 작업중지명령 등 제재처분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사망사고가 재발했다. 


윤영삼 부경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인정한 택배사업자는 16개, 그 중 재벌대기업 3사가 전체 시장의 69%를 독과점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CJ대한통운이 45%로 독보적이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12%, 한진 12%에 이어 로젠(홍콩계 사모펀드가 대주주)과 우체국이 각각 8% 순이다. 


택배물량은 2010년 이후 매년 10%이상 증가했다. 지속되는 장기불황으로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주문 바로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물건을 받는 ‘새벽배송’까지 등장하며 택배시장은 전쟁터가 됐다. 늘어나는 물동량을 처리하기에는 물류터미널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가 됐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터미널의 숫자는 몇년째 정체 상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제공한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에 설치된 남성소변기. 이와관련 CJ대한통운은 현재 이 화장실은 철거됐다고 밝혔다.<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문제는 택배업체 본사와 대리점 택배노동자로 이어지는 ‘갑·을·병’ 관계가 골칫거리다. 윤 교수에 따르면, 영세기업이 대부분인 대리점에 대해 CJ대한통운은 기존 1년단위 계약을 6개월·3개월 단위 계약으로 변경해 재계약을 무기로 갑질을 일삼았다. 과거 4년동안 지원했던 대리점운영비 지원도 중단했다. CJ대한통운 밑에 대리점 그리고 그 아래 위치한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실태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택배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명령하는 사용자의 권한과 택배노동자 관리 및 보호 책임은 모두 대리점에 있다. 그럼에도 택배본사는 ‘택배정보시스템’과 ‘고객만족도점수제’, 근무수칙 준수, 배송지역 지정을 통해 택배노동자의 노동과정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 이 과정에서 택배업무 이외 택배 분류작업마저 택배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공짜노동’을 강요해, 초장시간노동에 따른 과로사는 예견됐던 참사라는게 택배노조 주장이다. 


이러한 택배노조의 주장에 대해, CJ대한통운측은 사고가 발생한 동작터미널의 분류작업, 출근시간 등은 일반적인 터미널과 동일한 수준으로, 사망원인을 과로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낮다고 했다. “6개월·3개월 계약기간은 없고, 분류작업은 택배비에 포함돼 공짜노동이 아니며, 근무수칙·배송지역 지정은 CJ대한통운과 무관하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고객확보를 위한 택배업체들의 저가경쟁, 비용절감을 위해 뒷전으로 밀려난 작업환경 개선, 택배노동자 외주화, 허브룰류센터와 서브터미널을 오가는 간선차 외주화, 허브물류센터 관리 외주화… 자본이 아닌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택배산업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택배산업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고, 물량 또한 증가할 것이다. CJ대한통운 경영자와 임원이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혹은 가족의 한 일원이듯, 택배노동자 역시 가족을 부양하거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하는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다. 죽지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 안전하고 보람있는 노동을 할 권리, 노동의 대가로 가족과 행복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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