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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아트페어, 실험과 창조 찾을 수 있을까

Life is pain.ting…레지던시 풍경 #15. puffy 

기사입력2019-03-10 05:30

각종 아트페어나 비엔날레를 사칭한(이름만 따서 헷갈리게 하는) 전시나 초대 이메일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이 봐왔고, 동료 작가의 유명전시 초대 소식에 함께 기뻐하다가 내용을 들여다보고 낙담했던 에피소드들.

 

나 역시 SNS나 온라인을 통해 연락을 해오는 해외전시 초대를 받곤 하지만, 대부분은 거의 읽지도 않고 스팸으로 등록을 해버린다. 간혹 갤리리 소속 큐레이터로부터 이메일이 다이렉트로 올 경우엔 일단은 읽어 보지만, 해외전시 초대에는 항상 작가들의 작품 운임료는 작가의 몫으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던 중 그런 부담이 없던 전시 제안과 함께 지인의 초대로, 전시할 곳도 둘러볼 겸 뉴욕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사진제공=김윤아 작가>

 

뉴욕은 세계의 중심지인만큼 미술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관광객들이 뉴욕에 가면 반드시 들리는 곳들이 있듯 나 또한 평소 궁금했던 유명한 미술관 및 박물관들을 방문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유작으로 설계한 구겐하임 박물관을 시작으로 미국 최대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Rockefeller 가문이 시작한 뉴욕현대미술관(MoMA), 미국현대 미술작품들을 유치한 위트니 미술관 방문이 순서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구겐하임 박물관 설계를 맡았을 때 미국 최고의 건축가였지만, 뉴욕에서는 유럽의 Bauhaus 건축가들에 밀려 큰 프로젝트를 따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뉴욕에 복수하는 심정으로 전혀 주위환경에 맞지 않는 디자인을 했다. 건물은 그의 사후에 완공됐고 구겐하임 건물은 뉴욕에 최고의 건축물로 남게 됐다.

 

뉴욕 중심에 위치한 뉴욕현대미술관(MoMA) 자리는 록펠러(Rockefeller) 가족이 개인저택을 미술관으로 바꿔 소장품들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시작됐다. Rockefeller 3세대의 마지막 후손 David Rockefeller2017101세에 사망했는데, 그의 유족들은 최근에 그의 유산에서 원화로 2400억원을 MoMA에 기증했다. 그는 생존에 15000점의 미술품을 소유하고 있었고 사후에 1조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또 다른 뉴욕의 미술관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적 힘이었다. 프랑스의 인상파, 후기 인상파, 모더니즘은 미국의 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작가들은 프랑스인들이거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들(고호, 피카소)이었지만, 그들의 작품들을 구입한 것은 미국의 산업재벌이다.

 

그래서 프랑스 인상파의 명작들은 파리에 오르세 박물관이 소유하지 않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나 현대미술관에 있다. 2차 대전 이후 현대미술의 중심지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졌고, 미국의 대부호들은 끊임없이 미술에 관심을 보였고 투자를 했다. 구겐하임, 위트니 등 박물관들은 그런 재벌 콜렉터들의 소장품으로 시작됐고 사회에 기증한 것이다.

 

20세기 초까지 미국도 한국 같은 재벌구조의 경제였지만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의 재벌잡기 정책으로 재벌구조가 사라지긴 했으나, 그 재벌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지속됐고 지금의 박물관·미술관이 생기게 된 계기가 됐다.

 

시장경제의 원리가 미술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 아트페어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많은 콜렉터들의 갤러리 방문이 점차 뜸하게 됐고, 특히 뉴욕의 중소 갤러리들은 매출 저하와 비싼 월세에 견디지 못해 문을 닫기 시작한다. 대규모 갤러리들은 중소 갤러리들이 사라지면서 더 번창하고 있다.<사진제공=김윤아 작가>

 

뉴욕에 점차 많은 갤러리가 생기면서 미술시장은 재벌뿐만 아니라 미술에 관심 있는 대중 콜렉터들도 특히 현대미술을 접하고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시작했다. 갤러리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전시하고 소개할 수 있었다.

 

그런 뉴욕의 갤러리들이 집합되어있는 첼시지역을 박물관 방문 이후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 즈음이었는데 서늘할 정도의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몇몇 관광객들이 갤러리 앞에 세워진 조형물이나 간판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을 뿐, 갤러리 내부는 조용했고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세계의 많은 작가들은 첼시에서 전시하고 주목받는 게 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첼시의 갤러리들도 미술시장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한 눈에 짐작할 수 있었다.

 

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아트페어는 90년도부터 급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큰 공간에 많은 갤러리들이 참가해 미술품을 판매한다. 전시라기보다는 판매에 중점을 둔 것이다. 콜렉터들은 한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기에 효율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다. 갤러리 입장에서도 똑같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콜렉터를 만날 수 있다. 시장경제의 원리가 미술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 것이다.

 

아트페어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많은 콜렉터들의 갤러리 방문이 점차 뜸하게 됐고, 특히 뉴욕의 중소 갤러리들은 매출 저하와 비싼 월세에 견디지 못해 문을 닫기 시작한다.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미술 갤러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만 해도 어떤가, 인사동은 이젠 말할 것도 없고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던 도저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갤러리나 대안공간도 문을 닫고 있다. 대규모 갤러리들은 중소 갤러리들이 사라지면서 더 번창하고 있다.

 

두 다리가 뻐근해질 때까지 돌아다니다 늦은 허기를 때우기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싣고 피곤해진 두 눈을 감았으나 머릿속에 물음표들이 한량처럼 거닐기 시작했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시장경제 구조가 미술시장에 바람직한 것일까? 과연 이런 아트페어 구조에서 새롭고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작가들이 발견될 수 있을까? 구겐하임, 위트니, 록펠러들은 과연 이런 시장구조에서도 미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을까? 한국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부를 쌓았지만 예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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