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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장사꾼은 좋은 물건을 숨겨둬야 한다(?)

노자, 조금 안다고 교만하면 거꾸로 화를 입을 수 있음을 경고  

기사입력2019-04-01 17:13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사마천의 『사기』「노자열전(老子列傳)」에는 공자가 노자에게 예(禮)에 대해 묻자,  노자는 공자가 말하는 것은 모두 낡고 쓸데없는 것이라면서. 세상사는 처세를 어찌해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일러주는 대목이 나온다. 

“훌륭한 장사꾼은 좋은 물건이 없는 것처럼 깊이 숨겨두고, 군자는 뛰어난 덕이 있더라도 용모는 어리석은 듯이 한다. 그대의 교만한 태도와 많은 욕심, 거만한 안색과 지나친 뜻을 없애야 하니, 이것은 모두 그대의 신상에 이로운 것이 아니다.(良賈深藏若虛, 君子盛德, 容貌若愚. 去子之驕氣與多欲, 態色與淫志. 是皆無益於子之身.)” 

“훌륭한 장사꾼은 좋은 물건이 없는 것처럼 깊이 숨겨두고, 군자는 뛰어난 덕이 있더라도 용모는 어리석은 듯이 한다. 그대의 교만한 태도와 많은 욕심, 거만한 안색과 지나친 뜻을 없애야 하니, 이것은 모두 그대의 신상에 이로운 것이 아니다.(良賈深藏若虛, 君子盛德, 容貌若愚. 去子之驕氣與多欲, 態色與淫志. 是皆無益於子之身.)”<사진=이미지투데이>
여기에서 장사하는 사람을 ‘고(賈)’라 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商)과는 좀 차이가 있다. 기원전 1100년 즈음 중국에서 새로 일어난 주(周) 왕조는 상(商)나라를 멸망시키면서, 뒷날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게 왕족들을 모두 죽이려했다. 상나라 왕족들은 별수 없이 도망 다녔고, 먹고 살아야 하니 이들은 세상을 떠돌면서 물건을 파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장사하는 사람을 상나라 사람이라는 뜻으로 ‘상인(商人)’이라 했다. 

상인처럼 여기저기 다니면서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머물며 장사하는 이가 가게창고에 좋은 물건을 숨겨두고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노자는 장사의 비결로 봤다. 중국에서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해 장사하는 사람을 낮게 보았다지만, ‘상인(商人)’과 ‘고(賈)’를 구분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일찍부터 중국에서는 그만큼 상업이 세분화돼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노자열전(老子列傳)에서 노자는 훌륭한 장사꾼의 처세를 군자가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장사를 하는 이들이 군자보다 훌륭하다거나 백성들에게 장사꾼이 되기를 권유한 것은 아니고, 그저 비유를 들어 말한 것으로 봐야한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군자가 다른 사람의 모범이 돼야하는 것이지, 거꾸로 군자가 상인 같이 낮은 계층에게 삶의 방식을 배워야한다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유가나 도가 모두 이익을 내는 장사를 그다지 장려하는 사회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런 의식이 생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백성들을 다스리는 지배세력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돈이 많은 상인들이 윗사람의 명령을 잘 듣지 않는 데 비해, 땅에 뿌리박고 한해 한해 농사로 살아야 하는 농민들이 더 순종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배세력의 통치 편의를 위해서라도 상업보다는 농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던 때문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군자라고 하는 이들은 전통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펴는 것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듣고 말하기를 신중히 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노자는 마치 상인이 좋은 물건을 감추고 장사하듯, 군자라는 이 역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그것을 숨겨 드러내지 않고 어리석은 양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가만히 있으라했다. “매우 지혜로운 것은 어리석은 것과 같다(大智若愚)”는 말처럼, 조금 안다고 교만하게 으스대면 거꾸로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도덕경』 45장에서도 같은 취지에서 “매우 교묘한 것은 도리어 서툰 것 같고, 뛰어나게 말 잘하는 것은 마치 말을 더듬는 것 같다.(大巧若拙,大辯若訥.)”고 했다. 군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마치 겸손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말을 더듬더듬해 어리석은 듯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흔히 중국인들이 자신의 속내를 내보이려 하지 않아, 때로는 음흉하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아마도 예로부터 노자의 처세술을 배워서 그런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공자는『논어』「양화(良貨)」편에서 “교묘하게 말을 꾸미는 것에는 어짐이 적다.(巧言令色, 鮮矣仁.)”고 했다. 또 「이인(里仁)편에서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눌하게 하고자 한다.(君子欲訥於言.)”고 했다. 말을 지나치게 꾸며 번지르르하면 오히려 거짓되거나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은 의심을 사게 되니, 아예 어눌하게 말해 자신의 속내를 좀 감추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이를 보면 공자 역시 말 잘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사찰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상(神象)들이다. “재물의 신이 오신다.(財神到)”라는 글귀를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오늘날 중국인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사진=문승용 박사>
공자와 노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늘 전쟁을 벌이던 시대였다. 해서 말 한 마디라도 잘못하면 바로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살벌했기 때문에, 자신이 꼭 해야 할 말이나 말하고 싶은 말을 바로바로 할 수 있던 때가 아니었다. 우리말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했다.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그저 모르는 척하는 것이 목숨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는 상책이라 여겼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또 세상에 전쟁이 자주 일어나다 보면, 세상 사람들끼리 서로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일이 잦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상대방과의 협상이나 거래에서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의 허를 찌를 한 수 정도는 숨기고 있어야한다. 어지러운 현실에서 상대방을 거꾸러뜨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 효과적인 생존법이다.

어지러운 시대를 살았던 공자가 말을 너무 꾸며서 하지 말고 어눌한 듯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말을 신중히 하고 말한 것은 반드시 실천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노자의 경우에도 자신의 생각을 너무 대놓고 말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고, 지나친 욕심을 내세우기보다는 신중해야만 자신에게 화가 미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너무 세상일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지, 아예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아무 말도 하지 말며 세상 밖으로 물러나 있으라고 한 것은 아니다. 

근래에 고위 공직자의 업무능력 등을 검증하는 청문회 자리에서도 후보자들이 과거에 행한 발언이 부적절하거나 신중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에 스스로 곤혹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공자와 노자가 말이란 늘 신중하게 잘 살펴해야한다고 했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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