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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남북 경제협력으로 일자리 만들고 성장·도약을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유능한 신진보의 평화번영주의 경제통일론 

기사입력2019-04-27 09:00
최민식 객원 기자 (newway40@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위원장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이다. 돌이켜보면, 북한의 핵무력이란 결국 개혁개방과 북미수교를 위한 도구였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복기하고 3차 북미정상회담을 내다보면 분명해진다. 북한이 2017, 미국 본토를 타격할 가공할 핵무기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만 해도 이러한 시나리오를 읽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불과 2년도 채 안된 시간내에 이만큼 한반도 정세가 역동적으로 전환한 것은 기적적이다. 이 기적을 만든 일등 공신은 바로 한반도 신경제구상이었다.

 

보수는 부패해도 유능하고 진보는 분열에 그치지 않고 무능하기까지 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이었다.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아냥과 진보세력 전체에 대한 냉소주의가 도를 넘었다. 하지만 무능의 프레임에서 헤어나오기 위한 노력은 그다지 평가받지 못했다.

 

2012년 대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정에 힘입어 쉽사리 진보의 재집권을 예상했다. 하지만 박근혜의 승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붉은 색으로 당색을 변경했다. 한국형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걸었다. 진보의 어젠다를 빼앗는데 그치지 않고, 진보의 영토를 그들의 영토로 삼은 것과 다름 없었다.

 

두 번의 대선 실패를 성찰하고 과연 유능한 진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 때마침 문재인 당대표가 취임하면서 유능한 경제정당을 기치로 내세웠다. 필자는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를 당대표 직속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1년 동안 이 위원회의 정책기획실장으로 일했다.

 

유능한 진보가 도전해야 할 근원적 과제는 분단체제 해체라고 생각했다. 공산당을 물리친 전쟁과 분단 때문에 이렇게 잘살게 됐는데 무슨 소리냐,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단계에서는 분단보다는 계급갈등이 먼저다, 좌우의 비난이 거셌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새로운 시대로 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근본 질서가 분단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도 분단체제 하의 질곡에 빠져있고, 대한민국의 경제도 분단으로 인한 디스카운팅(평가절하) 대상이기 때문이다.

 

분단에 대한 안티테제로 통일을 외치는 것은 낡은 진보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통일을 멀리했다. 실현가능성도 희박했고 국민들은 자신의 삶과 관계가 없다고 봤다. 보수는 북한 궤멸론을, 진보는 평화통일론을 외치는데, 정치의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가 싸우는 여러 주제들 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통일을 현실로 받아들이려면 남과 북의 경제협력 필요

 

통일을 현실로 받아들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은 경제다. 남과 북의 경제협력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커다란 기회다. 통일이 체제통일이라는 요원한 길이 아니라 경제협력으로 가능하다. 정치적 통일이 아니어도 경제를 통해서 얼마든지 민족이 회복될 수 있고, 경제를 통해 의 삶이 증진될 수 있다.

 

물론 보수의 경제통일론이 있었다. 노태우 정권의 한민족 공동체론, 이명박 정부의 경제공동체론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북한을 체제전환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흡수통일론이다. ‘박근혜식 통일대박론도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를 접수한 뒤, 남한 자본이 마음대로 북한경제를 운영한다는 전제에서였다. 너무도 비현실적이고, 북한 자체를 모르고 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북한을 인정하고 경제협력을 추진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력이 고도화되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가 확립돼있는 상황에서, 햇볕정책을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뛰어넘는 유능한 진보 버전이 필요했다. 냉전체제 하에서 한반도 정세에 좌우될 수 있는 불안정한 남북협력이 아닌, 한반도의 냉전질서를 해체하고 남북이 함께 경영하는 안정적인 경제통일의 길은 무엇인가.

 

한반도 냉전질서를 해체하고 안정적인 경제통일의 길은

 

때마침 여러 가지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먼저 북한의 변화였다. 김정일기의 선군정치와 고난의 행군을 지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개혁개방 시대로 돌입했다. 2013년에 과감한 시장화 개혁조치와 경제개발구 개방정책을 단행했다.

 

남한의 상황도 심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든 공약을 뒤집었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는 나몰라라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멸망론으로 뒤바뀌었다. 경제는 너무도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었다. 경제사회지표의 여러 부분들, 출산율, 자살률, 성장률, 실업률, 중소기업 도산, 자영업 폐업, 양극화의 여러 지표들이 총체적 경제침체를 증언했다.

 

통일을 현실로 받아들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은 경제다. 남과 북의 경제협력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커다란 기회다. 통일이 체제통일이라는 요원한 길이 아니라 경제협력으로 가능하다. 사진은 대학생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개최한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대학생단체 기자회견’<사진=뉴시스>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길은 무엇인가. 만약 남한의 자본이 북한에서 커다란 기회를 얻는다면, 그리하여 남북이 함께 한반도경제를 운영해 잠재성장률을 1% 이상 올린다면, 그것도 진보세력이 앞장서서 그 경지에 이른다면, 이것은 무능한 진보라는 프레임을 깨뜨리는 근본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일 북한 핵문제가 악화되고 있었다. 심지어 국방부에 있는 어떤 인사는 나에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 안가서 북한 김정은에 대한 서지컬 스트라이크(정밀타격)를 감행할 것이라고 했다.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이 아닌 북한급변론을 외쳤다.

 

20157, 문재인 당대표의 8·15 경축사를 검토하는 회의에 한반도 신경제 구상 보고서를 가지고 들어갔다. 당시 대자본이 북한을 기회의 땅으로 본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한국경제 위기탈출의 소망을 우리당이 포용하고 대표하자는 것을 기본으로 하자고 했다. 보다 정확하게는 과거의 당위적 민족통일론에 머물지 말고, 경제성장을 위한 평화라는 관점을 주문했다.

 

새로운 관점으로의 전환은 주효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북한 땅을 바라보자는 것, 단순 경제협력이 아니라 남북 경제전략의 조화를 통한 도약적 번영, 이것이 한반도 신경제론의 핵심적인 관점이었다. 문 대표는 8·15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펼쳤으며, 경제통일론을 집권이념으로 제시했다.

 

한반도 신경제론일자리 늘어나고 국민소득 상승한다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은 항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경제의 시장을 한반도 전체로 확대한다는 것, 잠재성장률을 5% 수준으로 올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한반도 신경제 시대에는 사양산업이 없다는 것도 울림이 컸다. 당연히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민들의 소득도 상승한다. 2050년에 이르면 세계 굴지의 경제강국이 돼 일본과 독일을 추월한다는 것도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멸망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이 세계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남과 북이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경제협력을 통해서 이를 이룬다는 것이었다.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에는 도약적 성장이 있고,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있고, 사양산업 없이 모든 부문이 기회를 얻는다. 첨단산업의 테스트 베드가 되고, 세계의 자본이 한반도에 투자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진다. 진보가 성장론을 펼친 것이다.

 

안보와 한반도 문제는 진보세력의 취약 지점이었다. 한국전쟁을 통해 이 대한민국이 건설됐다는 지배질서 하에서 분단과 냉전은 숙명적인 상수이고, 통일과 평화는 항상 소수의 외침에 불과했다.

 

그런데 한반도 신경제론은 달랐다. 대한민국 경제를 저성장·고실업의 지옥에서 헤어나오도록 하기 위해, 분단 자체를 평화로 고치고 북한을 적이 아니라 경제협력의 상대로 바꾸자는 것이다. 나아가 동북아시아 전체를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삼자는 것이다. 분단 너머의 평화가 정치통일의 목표에 그치지 않고, 도약적 성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조건과 환경이 된다. 새로운 진보의 평화번영주의 경제통일론이다.

 

20184·27 판문점 선언과 6·12 센토사 선언은 역사적인 일대사건이었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현실화되는 것으로 다가왔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증권가도 준비태세로 전환했다. 주요 국가 연구기관과 민간 연구기관들도 한반도 신경제 연구에 힘을 쏟았다. 미국의 민간기업들, 일본과 러시아와 중국의 자본들도 물밑에서 북한특수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새 한반도 신경제는 코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심지어 강대국들로 인한 한국 패싱이 우려되기에 이르렀다.

 

비록 3차 북미정상회담이 관건으로 남아있지만, 한반도 시계는 이미 냉전을 넘어서고 있다. 그리하여 냉전이 저물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도 저물고 있다. 세계 각국은 세계화 이후의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한반도 신경제, 나아가 동아시아 신경제 시대를 열어내는 것이다. 다시없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

 

1919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다. 해방도 분단도 전쟁도 경제질서도 남의 나라가 간섭을 했다.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다음 백년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해낼 때가 됐다.(중기이코노미 객원=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최민식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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