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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義)로운 다음 재물 취하면 어느 누가 탓하겠는가

평천하(平天下)…위정자의 덕목, 세상을 ‘고르게(平)’ 다스리는 것 

기사입력2019-06-04 10:09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칸(Cannes)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나라 영화 100년역사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화제의 대상 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내용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대저택에 사는 부자 가족 간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우리나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보고 싶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관객들이 그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언론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난한 자와 부자들의 이야기가 다른 나라 관객들에게는 공감을 받지 못할까봐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런데 시사회장에서 뜨거운 반응과 함께 최종심사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결정했을 만큼, 영화제 현장에서 작품에 대한 호응이 대단했다. 가난한 자와 부자에 대한 이야기, 세계 어디에서나 주요한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흔히 한다. 세상살이가 그저 먹기 위해 살든, 살기 위해서 먹든 먹어야 살 수 있으니, 인간에게 먹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렇듯 인간의 역사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사느냐는 문제로 얽히고설켜 갈등을 빚으며 굴러가는 게 아닌가 싶다. 예로부터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이권 다툼을 하느라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싸웠던 것이고, 개인과 개인의 다툼 역시 대개는 그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오늘날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선지 부를 차지하려고 나라나 개인들이 서로 싸우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상의 거의 모든 종교와 사상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자 몰두하는 행태를 제한하는 게 아닌가 싶다. 기독교에서 “부자가 천당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고, 이슬람교 역시 “알라께서는 자선을 베푸는 자를 크게 치하할 것”이라 했다. 두 종교 모두 부자가 되었더라도 자신의 부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눠야지, 어느 한 사람이 부를 독차지하는 것을 경계했다.
 
『논어』에서 정의롭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가난하더라도 다른 이의 수레를 끄는 마부가 되겠다고 말했을 만큼, 공자는 정의로운 부자가 돼야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사진은 중국 청도(靑島) 노사(老舍)박물관에 있는 인력거꾼 모습이다.<사진=문승용 박사>
공자(孔子) 역시『논어』계씨(季氏)편에서 “내가 들으니, 나라를 다스리거나 가정을 꾸리는 이는 백성이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고, 백성이 적음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지 못함을 걱정한다고 한다. 고르면 가난함이 없고, 화합하면 적음이 없고, 편안하면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것이다.(丘也聞有國有家者, 不患貧而患不均, 不患寡而患不安. 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고 말했다. 공자 정치사상의 핵심인 이 밀은, 위정자들이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백성들이 적어지거나 가난해지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백성들이 가난하더라도 두루 고르게 잘 어울려 살아가면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학(大學)』에서는 올바른 선비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꼽았다. 선비는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와 천하를 고르게 다스릴 수 있어야한다고 했다. 여기서도 ‘평천하(平天下)’라 해, 세상을 ‘고르게(平)’ 다스리는 것을 위정자가 지향해야 할 최종단계로 봤다. 『예기(禮記)』예운(禮運)편에서 세상에 올바른 도가 행해지고, 모두 하나가 되는 이상적인 사회로서 사람들이 두루 함께 하는 ‘대동사회(大同社會)’를 제시했던 것도 같은 취지라 할 수 있다.

전체 사회가 두루 잘 먹고 잘 살아야한다는 이념을 표방하는 사회주의국가 중국에서는, 이와같은 공자의 유가사상 이념이 사회주의 이념과도 통한다며 유가의 대동사회를 새롭게 평가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청(淸)나라 말기 서구 열강에게 침탈을 당해 중국의 왕조시대는 종말을 고했고, 이후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을 거치는 동안, 유가사상은 중국역사에서 최악의 죄인으로 낙인찍혔다. 공자의 사상을 재평가하는 지금의 중국을 당시와 비교하면,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유가사상이 왕조시대 봉건윤리를 수호하는 첨병이었다는 이유로 공자를 중국 역사의 죄인으로 비판했지만, 근래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유가사상을 다시 조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문승용 박사> )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마음껏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보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와 누구나 고르게 먹고 살 수 있어야한다고 표방하는 사회주의 국가 모두, 잘 사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의 격차가 날로 커지면서 양자간 갈등이 더더욱 불거지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부자들을 곱게 보지 않는 이유는 많은 부자들이 올바른 방법을 통해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가 누구나 부자가 돼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다. 다만『논어』이인(里仁)편에서 공자는 “부귀는 … 올바른 도리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富與貴, … 不以其道得之, 不處之.)”고 해, 부귀해지더라도 올바른 도리를 통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헌문(憲問)편에서 “의로운 다음에 재물을 취하므로 사람들이 그가 재물을 취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義然後取, 人不厭其取.)”는 공숙문자(公叔文子)의 말에 공자가 크게 공감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늘날 부자들이 자신의 부귀함이 참으로 정의로운지 되새겨 보라는 대목이란 생각이 든다. 진정 그들의 부귀함이 정의롭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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