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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이념 전쟁’ 중단하고 국회에 복귀해라

‘애국’과 ‘이념’…선택이 아닌 함께 가야만 사회가 통합·발전한다 

기사입력2019-06-10 18:41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제64회 현충일 대통령의 추념사 내용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반응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는 없다.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다”며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기득권과 사익옹호를 위해 보수·진보라는 이념으로 포장하지 말고, 애국을 최대 가치로 모두가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여야가 통합하는 큰 정치를 보여달라는 주문이다. 그래선지 이날 추념사에서 대통령은 ‘애국’이란 단어를 11번, ‘진보’와 ‘보수’를 9번이나 언급했다. 특히 극단적인 이념갈등으로 최근 몸살을 앓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진 발언이란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애국, 진보와 보수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과거 기득권을 누렸던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기득권과 사익을 언급함으로써 자신들을 대중으로부터 소외시켜 정치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라고 본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은 애국을 볼모로 대통령이 보수와 진보로 정치권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분열된 민심을 통합해 대동단결하자는 취지로 봐야한다고 맞선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념을 초월한 사회통합의 사례로 약산 김원봉 선생을 언급했다. 일제 강점기에 항일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전개했던 김원봉을 지목한 이유는, 1945년 일본이 항복하기까지 마지막 5년간 좌우가 동거했던 임시정부에서 김원봉이 광복군의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가 1941년 12월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던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광복군이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김원봉은 해방 이후 좌우대립이 극한 상황에서 월북했고, 북에서 숙청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광복군 위상, 김원봉 역할 등을 언급한 대통령의 발언을 ‘김원봉 서훈 분위기 조성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수야당의 반발에 대해 10일 청와대는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조항상 (김원봉의) 서훈이 불가능하다”며 반박했다. 

일부 언론은 보수진영이 그간 애국과 태극기를 자신들의 전유물인 양 주장해왔다고 비판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반복하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선열들에게 부끄러워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독립과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는 보수와 진보의 노력이 함께 녹아있다”며 이념적 통합을 주문했다, 이어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선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를 유지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기리는 날이 현충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인 애국을 근본적인 가치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으로서 국가를 지키기 위해선 보수든 진보든 이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념을 넘어 사회를 통합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계의 역사는 문 대통령의 주장과 정반대로 전개됐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세기 초에 일어난 러시아의 소비에트혁명은 이념보다 애국을 앞세우는 대통령의 주장·사고와 달리 진행된 역사다. 지난 세기 중반에 완성한 중국혁명 역시 애국이 이념을 압도했던 역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애국과 이념이 같이 가야만 사회가 통합되고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념간의 충돌을 야기한 정치세력은 자유한국당이다. 이들은 사회과학적 의미의 ‘독재국가’, 현실 역사에서 등장했던 ‘독재국가’의 실체를 모르지 않음에도, 그것들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문제인 정권을 ‘좌파독재’라고 비난한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의회민주주의의 길을 파괴시키고 좌파독재의 길을 걸었다”며 “이제는 5000만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좌파독재에 맞서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다”며 결기까지 보였다. 

상대방 정치세력을 좌파독재란 이념을 앞세워 그야말로 무차별 공격하는 게 자유한국당이다. 그러나 근거도 없고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의 주장을 접한 국민 대다수는, 그것이 선전·선동 그 자체를 위한 ‘프로파간다’임을 잘 안다. 문재인 정권은 외신조차 ‘자유주의 정권’으로 부를 만큼 논쟁의 여지가 없는 ‘우파’ 중심의 정권이다. 지금 한국의 국회에서 정의당과 노동당을 제외한다면, 민주당을 포함 원내정당 모두는 외형상 ‘자유주의’란 이념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우파정당’이다. 그런 의미에서 ‘좌파독재’란 용어보다, ‘우파독재’란 개념을 사용해 문재인 정권을 비난하는 게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오히려 맞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듯, 지금의 문재인 정권을 국회를 무시하고 탄압하는 독재정권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물론 문재인 정권이 청문회 절차를 거쳐야하는 고위공직자 임명과정에서 야당의 요구를 외면했던 사례는 있다. 또 최근 선거법과 공수처법 제정을 위한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주도하는 이런 유형의 정치형태는 독재정치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과거 한국에서 벌어졌던 두차례 군사쿠데타와 그 후 전개된 독재정치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문재인 정권을 독재라고 규정하는데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유한국당은 그간 자신의 전신이었던 정당들이 ‘우파독재’를 했고, 우리사회에 수구적폐의 농단을 부렸음을 시인하고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 이것만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보수공당’으로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점이 문재인 대통령이 추모사에서 언급한 ‘선 국가 후 이념’의 기본적 취지임을 자각하고, 빠른 시일내 국회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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