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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빌미로, 재벌특혜법 만드는 공정위

재벌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완화 시도는 즉각 중단해야  

기사입력2019-08-08 09:3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벌총수 일가는 국가위기를 회사가 아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부품·소재·장비 국산화를 빌미로, 재벌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를 허용해달라는 재계의 탐욕을 꼬집은 말이다. 
 
채이배 정책위 의장은 또 “박근혜 정부가 만든 재벌개혁제도를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문재인 정부가 후퇴시킨다면, 촛불정부는 공정경제를 말할 자격이 없으며 오히려 재벌 총수일가만 행복하게 만든 문재인 정부로 기억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재벌총수 일가 지분이 30%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는 20%이상)가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가피하게 계열사를 통해 부품·소재 등을 조달하면,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정부방침에 대한 비판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한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시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검토 중인 일감몰아주기 면죄부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親재벌의 눈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방안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인 경우에도 ‘긴급성’ 요건 즉, “경기급변, 금융위기 등 회사 외적 요인으로 인한 긴급한 사업상 필요에 따른 불가피한 거래”로 인정되면 사익편취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정위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경기급변에 따른 불가피한 거래’에 해당한다는 판단하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의 규제완화 방침은 빈대 한 마리 잡겠다고 초가삼간 전체를 태우겠다는 발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감몰아주기 규제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데, 한순간에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긴급성’을 포함 사익편취 규제 적용을 배제하는 3가지 요건(효율성·보안성)이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명시된 이래, 단 한 차례도 공정위가 이들 요건을 적용했던 사례는 없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이유로 긴급성 요건을 넘어서면, 재벌총수 일가의 공세는 효율성·보안성 요건 완화로 옮겨 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재벌기업 계열사 간 거래관계, 그 속성상 돈이 되기에 효율성 논리 개발은 용이하고, 보안성 포장 또한 어렵지 않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가 놓지 말아야할 절대적인 잣대는 재벌총수 일가로 부의 집중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긴급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조금만 더 따져보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 조치가 시행돼도, 수출금지가 아니라 수출절차가 까다로워질 뿐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수입기업 입장에서 불편해지는 정도다. 개별 품목별 허가를 받아야하고, 허가 유효기간이 3년에서 6개월로 줄어든다. 허가 처리기간 또한 1주일에서 90일까지 늘어나, 귀찮기는 하지만 정해진 절차를 밟으면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 재벌총수 일가가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돈을 싹쓸이하는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줄만큼 긴급한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일본과의 무역전쟁은 시간이 문제일 뿐, 종전은 예정돼있다. 그런데 긴급성 요건을 적용할 경우 재벌총수 일가가 30%미만 계열사 지분을 늘려 일감도 몰아주고, 사익편취 규제에서 빠져나간다면 어찌할 것인가. 특히 신규 계열사를 설립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주면, 사후에 규제할 방법은 없다. 공정한 시장을 관리할 권한과 책임을 가진 공정위가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재벌총수 일가만을 위한 특별법을 만든 꼴이 된다. 재벌총수 일가와 연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박탈할 권한을 공정위에 위임한 국민은 아무도 없다.  

엄중하게 경고한다. 재벌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촛불정부’란 명예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재벌개혁 공약을 전면 폐기할 게 아니라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완화는 즉각 중단해야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재벌총수 일가가 불편하다면, 공정거래법이 정한 지분율 30%미만인 계열사를 통해 부품·소재·장비를 공급하도록 관리하면 된다.그게 공정거래법이 정한 공정위의 책무다. 또 30%이상인 지분율 요건을 20%이상으로 강화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만든 것도 공정위다. 그랬던 공정위가 입장을 완전히 뒤집고 재벌총수 일가만을 위한 특혜법을 만들겠다는 발상,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 의장은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완화 검토가 청와대의 지시로 이루어지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마음이다. 이어 채이배 의원은 “재벌과 공정위의 제도 훼손 시도를 중단시키고 제도강화를 위해 시행령 개정에 나서야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른 ‘긴급성’ 요건을 완화하지 말고, 재벌총수 일가 지분율 요건을 현행 30%이상에서 20%이상으로 강화해 본법에 명시하자는 주장이다. 일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당장의 목표에 매몰돼, 우리산업 생태계의 고질적 병폐인 재벌의존도를 불가역적으로 심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제안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재벌개혁이 갖는 시대적 의미,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 채이배 의원 이상이라 믿고 지켜보겠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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