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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의존 경제’ 탈피…재벌 경제권력 내려놔야

한국경제, 일본에게 배워야 할 것은 대-중소기업 공존·상생 문화 

기사입력2019-08-28 11:0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우리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변화하면서 국제분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기업은 전대미문의 리스크에 직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핵심소재 조달에 골머리를 앓는 사태에 대해 27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50%에 육박하는 ‘반도체 강국’이란 명성, 모래 위에 쌓은 성이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위 추진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금껏 들어 본적이 없었을 뿐’, 충분히 예상됐고 관리 가능했던 리스크였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은 50.3% 수준이다. 장비 국산화율은 보다 심각해 18.2%, 소재 국산화율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2013년 25.8%였던 장비 국산화율은 5년만에 7.6%p 떨어졌다. 소재 국산화율도 지난 5년동안 1.8%p 높아졌을 뿐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자신이 만든 밧줄로 자신의 몸뚱어리를 옭아맨 꼴이다. 150여만명이 종사하는 2만8000여개 반도체 전·후방 산업을 쥐어짜고, ‘나 홀로 크겠다’는 탐욕이 빚어낸 결과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효율적인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인해 대기업 자신에게도 결국 손해가 되고 있다”고 조성욱 후보자가 질타한 배경이다. 

불똥이 지금 반도체산업에 떨어져 그렇지, 반도체 이외 다른 산업 역시 모래 위에 성이란 사정은 같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재·부품 분야에서 한국의 對일 적자는 67억달러다. 對일 적자가 가장 큰 전자부품(반도체 부품 포함)을 제외한 일반기계부품·1차 금속제품·전기장비부품 등 주요 제조업 소재·부품 對일 적자가 45억7700만달러에 이른다. 반도체산업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체가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탈(脫)일본 해법은 분명하다. 국산화율을 높이고 수입처 다변화로 외부충격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 이외 다른 길은 없다. 대체 수입처 발굴은 해당 기업과 정부가 함께 찾으면 될 일이다. 문제는 국산화율 제고 방안인데, 지금과 같은 수직·종속 원·하청 구조에서는 대·중견·중소기업 협업을 통한 국산화가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언급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생태계가 더욱 진화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볼 생각”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다. 

국제분업이 보편화된 글로벌 무역질서에서 모든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는 가능하지도 않고, 합리적인 선택도 아니다. 하지만 전체 수출·수입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무역의존도가 70%를 상회하는 경제구조가 지속되는 한 ‘전대미문의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의 세계경제는 저성장 기조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확실성이 확대·심화되는 추세다. 무역의존도를 낮춰 ‘대외의존형 산업구조’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또다른 아베’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일본은 대한민국과 동일하게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통상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이 미국 다음으로 평가되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져서다. 또 ‘잃어버린 20년’이란 자조 속에서도, 여전히 세계 무역질서를 흔들 수 있는 이유도 ‘자립형 산업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공존과 상생의 문화다. 내수경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본 대·중견·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보여줬던 상호 대등·호혜의 조직문화다.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의 대기업이 갑질에 불법까지 자행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경제력과 시장에서 점한 지위와 관계없이 법률이 규정하고, 시장이 정한 규칙이 따른 경제활동이 보장될 때 ‘보이지 않는 손’이 순기능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시장은 재벌대기업 입맛에 따라 시장의 규칙이 작동됐고, 그 결과 0.1% 대기업만이 배를 불렸다. 나머지 99.9%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는 시장에서 도태됐고 내수기반은 붕괴됐다. 0.1%만을 위한 경제구조,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반도체 핵심 소재 몇가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국경제가 휘청거리는 것도 외풍에 취약한 산업구조 탓이다. 

대외의존형 산업구조에서 자립형 산업구조로 가기 위해서라도 0.1%가 아닌 99.9%를 위한 경제구조로 바꿔야한다. 0.1% 재벌대기업이 독점한 경제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겠다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공권력을 동원하는 게 경제정의이고 경제민주화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재벌 대기업)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등 개선할 부분은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시장에서의 반칙행위를 용납하지 않고)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위법행위에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는 조성욱 후보자의 약속, 지켜보겠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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