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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권력 유착…대법, 부도덕한 ‘삼성’ 인정

이재용 파기환송에 삼성 또다시 ‘빨간불’…정격유착 끊는 계기 되기를 

기사입력2019-09-02 16:03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한국사회와 국가의 향후 변화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주요 사안들이 입법, 행정, 사법 국가권력 3부에서 쏟아져 나온 지난 주였다.

 

우선 입법부인 국회는 최대의 정치적 사안인 선거제 개편 작업을 통과시켰다.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2020년도 예산안을 임시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역시 사법부인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판결 가운데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에 대한 2심 재판을 파기환송해, 국민에게 신선한충격을 선물했다.

 

대법원의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9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2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 판결의 핵심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뇌물을 건넸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원인이 돼,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이 결과로 나타난 상관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바 있는 2심 선고(서울고법 형사13)는 최순실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삼성이 지원한 16억여원을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었다. ‘3자 뇌물죄는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기 위해, 3자인 최순실씨에게 대신 뇌물을 주는 관계가 돼야 성립된다. 그런데 2심은 뇌물의 원인 행위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법원이 칼을 댄 것이다.

 

대법원은 우선 제3자 뇌물죄를 부정한 2심의 판결이 잘못된 판결이라고 했다. 부정한 청탁이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고,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 자체가 구체적일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부정한 청탁의 내용도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이 부회장의 영재센터에 대한 자금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이날 상고심 선고를 주관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밝혔다. 다시 말해 대법원은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에 비춰보면, 영재센터 지원금은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자본과 권력이 유착해 저지르는 이른바 정경유착이란 불행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엄정한 법치국가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이 중계되고 있는 한 전자제품 판매점.<사진=뉴시스>

 

대법원은 이어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공여한 말 세필도 뇌물로 인정했다. 2심에서는 말 소유권이 삼성으로 돼있다는 이유로 뇌물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말에 대한 형식적인 소유권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권과 처분권이 최씨에게 있었고, 또한 삼성과 최씨 사이에 말은 최씨가 갖는다는 의사의 합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원과 말 세필’ 36억여원을 합쳐 50억여원이 추가돼, 기존의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원과 함께 총 86억여원 규모를 뇌물죄로 판결했다.

 

뇌물 횡령 액수가 법적으로 50억원 이상이면 형량으로 인해 집행유예 처분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처분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사법정의와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한편 이 부회장측 이인재 변호사는 대통령 요구에 따른 금품지원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 부회장 등은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반대하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일부 대법관들이 경영권 승계작업과 부정한 청탁의 존재에 대해 그것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박약하다고 본 것이다. 조희태·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없고 승계작업도 인정될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승계작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어서 존재 여부가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인정돼야 한다. 모든 증거물을 보더라도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작업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법적 논거로 불거질 것이 확실하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뤄졌다는 대법원 판결 결과는 향후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특히 승계작업은 삼성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57월 이뤄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그런 승계작업의 대표 사례로 지목했다. 이로써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연관된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는 주요 근거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은 삼성그룹이 정치권력과의 부도덕한 거래를 통해 재벌 승계작업을 유리하게 이끌어온 자본권력이란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이 2심에 대한 파기환송이란 결과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위법 부당한 뇌물의 공여로 국정농단의 핵심 피의자가 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2심 파기환송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차원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해 집행유예를 취소하고 다시 구속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로써 우리는 자본과 권력이 유착해 저지르는 이른바 정경유착이란 불행한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엄정한 법치국가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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