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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이유없는, 자회사 통한 정규직화 멈춰야

직접고용 통한 정규직 전환, 서울대병원 노사의 헌신에 격려와 찬사를  

기사입력2019-09-04 19:4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서울대병원 파견·용역직인 소아급식·경비·운전·사무보조·환경미화·주차·승강기안내 노동자 614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3일 서울대병원과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는 이들 파견·용역직을 오는 11월1일자로 직접 고용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노사합의가 이행되면 서울대병원은 상시·지속 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않는 첫 번째 대형병원이 된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과 김진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지부장(왼쪽)이 3일 오전 ‘파견·용역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서’에 서명하고, 올 11월1일까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기로 했다.<사진=뉴시스/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의 정규직 전환 방식은, 자회사 설립 후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방식이 아닌 서울대병원이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다.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 일반적으로 자회사의 임금 및 노동조건이 모회사보다 열악해 ‘무늬만 정규직화’란 비판을 받는다. 실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2개 공공기관을 분석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의 한달 평균임금은 254만7636원으로 자회사 전환 이전보다 10.96%(25만1839원) 올랐다. 2018년과 비교해 올해(2019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된 현실을 감안하면, 정규직화에 따른 임금인상 효과는 전혀 없었다. 

자회사 인력이 고도의 전문성을 갖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는 모자회사 간 임금격차가 상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건비 총액이 사전에 정해진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하면, 별도의 자회사 운영에 따른 경상비 등을 인건비 총액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정지원을 통해 공공기관 인건비 총액 한도를 대폭 늘리지 않으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는 또다른 ‘차별’을 제도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자회사 간 임금격차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조직의 규모·업력·노조유무 등에 따른 복리후생 ‘차별’이다. 규모가 크고 오래된 조직에서 노사가 단체협약까지 체결했다면, 통상적으로 중소·영세 조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복지제도를 갖췄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다수 공공기관이 여기에 해당하기에,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는 현저한 수준의 복리후생 ‘차별’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임금 및 복리후생 등 노동조건 ‘차별’ 논란에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 방식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안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6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기관 노동자 7만5149명 중 자회사 고용인원만 2만9333명(41%)에 이른다. 그렇다고 직접고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간제 등 나머지 51%(4만5816명) 노동자가 해당기관의 기존 정규직과 등등한 처우를 받는 것도 아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에게 기존 정규직과 다른 임금체계와 복리후생제도를 적용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자회사 방식 또는 직접고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됨으로써, 위탁·용역 계약 또는 근로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고용불안은 일정하게 줄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기간제 출신이라는 이유로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여전히 ‘차별’받는 ‘중규직’이란 어정쩡한 신분을 얻었다. 서울대병원의 정규직화 방식에 특히 주목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용역·파견직 노동자는 무늬만 정규직이 아닌 온전한 의미의 정규직 신분을 획득했다. 

서울대병원 정규직 전환자 모두는 이번 노사합의 당사자가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적용받는다. 기존의 정규직과 같은 임금체계를 갖고, 복리후생제도 등 노동조건 역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는 말이다. 국립대병원의 맏형 격인 서울대병원의 노사가 ‘완전한’ 정규직화에 합의함에 따라, 나머지 13개 국립대병원 정규직화 또한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차가 다소 있겠지만, 서울대병원 모델은 공공부문 국립대병원을 넘어 사립대병원 및 대형병원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서울대병원 모델은 가장 親노동적인 방식이지만, 사기업을 포함 공공기관 모두에게 동일한 모델이 적용되기는 어렵다. 각각의 조직이 가진 업무의 특성과 비정규직 운용형태, 정규직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 등이 천차만별 이어서다. 그럼에도 서울대병원 모델을 두고두고 곱씹어야하는 이유는, 직접고용 여력이 충분함에도 다소간의 비용과 인력관리 불편을 핑계로 자회사 방식을 남용하기 때문이다.

‘노동존중사회’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이번 기회에 정부도 합리적 이유없이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공공부문에 제동을 걸어야한다. 또 정규직화를 이미 완료한 공공부문에서, 기존 정규직과 정규직 전환자 간 노동조건 ‘차별’이 하루빨리 해소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동원해 주기를 당부한다. 

아울러 용역·파견직의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화 합의를 이끌어낸 서울대병원 노사의 헌신에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 무엇보다 정규직 기득권을 포기하기 쉽지 않은 엄혹한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을 감싸안고 연대한 서울대병원 노조 정규직 노동자들,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린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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