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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제화노동자…불공정으로 이어진 고리

대형업체 판매수수료 3%만 낮춰도 상생…사회적 교섭 통해 해결을 

기사입력2019-09-06 19:34

일명 소사장 제도라는 굴레 속에서 장시간 저임금에 시달리는 제화노동자의 문제는 대규모유통업점-브랜드입점업체-제조납품업체-제화노동자를 관통하는 거래구조에서 반복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결과물이다.

 

서울일반노조 제화노조 조사에 따르면, 백화점 구두가격은 20~30만원 정도다. 그 중 백화점이 가져가는 판매수수료는 35%다. 홈쇼핑의 경우 구두가격은 10~15만원 수준이고, 판매수수료는 39~41% 수준으로 파악된다. 수제화 판매가격 30만원 가운데 제화공 공임비는 7000(2.3%) 수준, 대다수가 고령인 제화공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

 

20년 넘게 불공정한 수익배분구조와 높은 유통판매수수료로 고전을 이어왔던 제화업계는 지난해 12월 유통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첫 집회를 시작으로 유통수수료 인하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서울일반노조 제화노조>

 

하청·납품업체에 경영정보 요구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김남근 민변 변호사가 최근 열린 불공정 유통구조 문제 해결과 제화업계 상생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제품 판매가격의 30%를 넘나드는 높은 판매수수료가 책정될 수 있었던 것은 대규모유통업체들의 독점적 지위와 이를 이용한 불공정한 행위 때문이다.

 

백화점의 경우 롯데, 현대, 신세계 상위 3개 대규모유통점의 시장점유율은 2010년 기준 87%에 달하고, 대형마트의 경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2012년 기준 67.7%이며, TV홈쇼핑의 경우 GS홈쇼핑, CJ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4개사의 시장점유율이 2013년 기준 85%를 넘어섰다.

 

공정위에 따르면, 백화점 등 대규모유통점들은 브랜드입점업체에 경쟁 대규모유통점에서의 점포별 연간·주간 누적매출액, 마진, 해당점포의 면적 등 경영정보를 정기적으로 제공받아 경쟁 대규모유통점 매장 대비 매출이 낮은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숍매니저 교체, 주말 단독 세일 등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대규모유통점들은 이러한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로 경쟁 대규모유통점의 판매수수료 정보 등을 취득해 자신의 판매수수료를 책정하는데 활용함으로써 사실상 대규모유통점들의 담합에 의해 높은 판매수수료를 정해온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이와같은 하청업체의 경영정보 제공행위는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14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불공정거래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규모유통법 제14조 제1,2호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상품의 조건에 관한 정보 매장임차인이 다른 사업자의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입점조건(임차료 포함)에 관한 정보시행령 제11호에서는 납품업자들이 다른 사업자에게 납품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점포에서 판매사은 상품의 매출액기간별 판매량 등 매출 관련 정보 납품업자들의 다른 사업자의 점포에서 판매하는 촉진행사의 시기횟수 및 거래 조건 등 판매촉진에 관한 정보 납품업자들이 다른 사업자의 거래에서 사용하는 전자적 정보교환 전산망의 고유식별명칭비밀번호 등 해당 전산망에 접속하기 위한 정보 등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불공정 행위로 이어진 고리제화노동자 노동조건으로 연결

 

브랜드입점업체들은 자신들이 대규모 유통업자들로부터 입은 불공정행위의 피해를 다시 의류나 제화를 제조해 납품하는 하청업체에 전가해 또다른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브랜드업체들은 의류나 제화 제조납품 하청업체에게 재료비, 인건비 등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후 하청업체의 이윤이 납품대금의 4~5% 수준에서만 남도록 관리하고 있다. 하청업체의 인건비를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원청인 브랜드업체들이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김 변호사는 이같이 재료비, 인건비 등의 원가자료 제공 요구 행위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18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행위라고 말했다.

 

제화 제조 하청업체의 불공정한 거래조건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연결된다. 노동자들은 소사장제도를 강요받아 4대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질병, 실업, 노후, 산재 등의 사회보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 장시간의 노동을 하면서도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적 불공정경제주체가 사회적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김 변호사는 제화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이와같은 총체적 구조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이러한 제화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거래 단계별 불공정거래 해소와 거래조건 개선을 시도하는 방식보다는 대형유통업자, 브랜드입점업체, 제조하청업체, 제조 노동자 등 4개의 경제주체가 사회적 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임금이나 근로조건 불공정문제를 노동자들의 단체인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듯이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도 불공정한 거래관계를 개선하고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자주적으로 단체를 구성해 대기업과의 집단교섭이나 사회적 교섭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예를 들어 대규모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를 3%만 낮춰도 구두 한 켤레에 9000원의 비용이 확보되고, 원청(브랜드), 하청공장, 제화공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법제도를 통한 규제 행정력에 바탕하고 있는 감독과 조정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의 대기업과의 상생협약, 동반성장 협약 등 사회적 집단교섭의 추진 등 여러 차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단체나 가맹점주단체 등 자영업자단체 등의 교섭력을 강화해 재벌대기업 본사와 이익공유제, 공정한 납품단가, 가맹수수료 인하 등 중소기업의 거래조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향상하는 방식이 공정경제 실현의 주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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