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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기사 바로 잡는 건, 기자 이전 사람의 도리

언론개혁 시급한 이유…‘기레기’라고 쓰면 ‘기자’라고 알아듣는다 

기사입력2019-10-12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란 친절한 설명 없이도, ‘기레기’라고 쓰면 ‘기자’로 알아듣는 세상이다. 편견과 오해에 따른 인신공격이란 언론계 반론도 나오긴 한다. 그래선지 한 식자는 한국언론이 기레기 임을 확인하고 싶으면, 지난 1년치 경제신문 1면 제목을 훑어보라 했다. 이들 기사가 사실과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했다면, 대한민국은 벌써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가 됐어야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런데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141개 국가를 대상으로 거시경제 건전성, 금융·노동시장 효율성 등 국가경쟁력을 평가하고, 한국의 순위가 13위라고 9일 밝혔다. 경제지를 포함 극우언론이 매일 대한민국이 망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국가경쟁력 순위는 지난해보다 두 계단 올랐다. 세계경제포럼은 경제학자·기업인·정치인이 참여하는 민간회의체, 매년 각국의 정부통계와 최고경영자 설문조사를 종합해 국가경쟁력을 평가한다. 경제신문이 특히 신뢰하는 취재원이 분석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141개 국가 중 13위다. 경제지를 필두로 한 극우언론의 엉터리 진단과는 천양지차다.  

극우언론은 자신이 만든 틀에 대한민국 경제를 욱여넣고 재단해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로 만들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들은 대한민국의 정치도 그 틀에 넣어 왜곡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들 극우언론의 머리기사를 살펴보면 된다. 구태여 1년까지 갈 것 없이 1개월치만 대충 봐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공화국이어서는 안된다. 사상과 신체·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제한되는, 어느 구석에 있는 독재국가가 됐어야했다. 

야당 유력 정치인이 대중집회 현장에서 대통령을 일컬어 ‘조직폭력 집단의 수괴’,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나라다. 떡볶이기업 대표까지 나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도, 떡볶이 매출에 문제없다고 자신하는 나라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모두가 떼로 몰려가, 국회의 정당한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난장판을 만들었다. 그러고도 이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검찰을 겁박하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극우정당의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좌파독재’·‘신독재’라고 선동한다. 반복되는 선동구호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보이기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독재국가를 경험했음에도, 그 시절을 머릿속에서 그 시절을 지운 듯해 상기시킨다. 자유한국당이 배출한 전 대통령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가 ‘통치’했던 유신독재가 있었다. 당시 민초들은 대통령과 유신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도 아닌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처단’되기도 했다. 이게 진짜 독재국가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개최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의 핵심 구호는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이었다.<사진=뉴시스>

민주주의공화국 대한민국, 지금 ‘좌파독재’·‘신독재’ 국가가 된 이유는 극우언론 탓이다. 이들 언론사 기자들은 궁금해도 묻지 않고 받아쓰기만 한다. 지면과 화면에 좌파독재·신독재란 제목을 달수 있는 최소한의 전제, 독재라는 주장에 기자가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는 해야 한다. 연후 문재인 정부의 정치·행정 시스템과 유신독재에서 닮은 것은 무엇인지 기사를 써야했다. 또 다른 점이 무엇인지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에 질문했어야 했다. 기자들은 묻지 않았고, 그냥 받아쓰기만 관성적으로 반복한 결과, 대한민국은 좌파독재·신독재 국가가 됐다. 민주노총은 ‘빨갱이’가 됐고, 5·18 광주민주항쟁이 ‘종북폭동’으로 변했다. 그 유족이 ‘괴물집단’이 된 과정 또한 동일하다. 

대한민국 언론이 기레기라는 사실은 데이터로 검증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6월 공개한 ‘Digital News Report 2019’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신뢰도는 4년 연속 꼴찌를 차지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연구로 참여한 이번 조사는 세계 주요 38개국 7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은 2035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뉴스 전반에 대한 조사대상자의 신뢰 응답은 22%로 최하위다. 38개 국가의 언론신뢰도 평균은 42%,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이들 국가와 비교해 약 2배 높다는 의미다. 

상태는 더 악화됐다. 9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의 의혹과 관련된 언론보도에 대해 2명 중 1명(44%)은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14.9%)’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6명은 조국장관 관련 보도를 사실이라 믿지 않았다. 10명 중 4명밖에 믿지 않은 신문·방송이다. ‘사회적 공기(公器)’란 탈을 쓰고, 비싼 돈에 전파까지 낭비하도록 방치해도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진실을 외면하고 호도하는 언론이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높아졌다. 국경없는기자회가 4월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41위, 3년 연속 순위가 상승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50위였던 언론자유지수는 2016년 70위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언론자유지수는 48위, 일본은 67위,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이 가장 높은 순위다. 권력과 자본을 감시·견제하고,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지킬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취재환경이 갖춰졌다는 말이다.  

민주주의공화국에서 권력·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고, 그래야만 체제가 유지된다. 기자직을 생업으로 선택한 이들에게 예수의 삶을 강요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학업을 마치고 기자직에 입문하는 순간, ‘제4의 권력’의 일부가 그의 손에 쥐어지는 특권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언론사 입사만으로 받은 권력의 크기가 입법·사법·행정 권력에 버금간다.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소속 공무원 모두,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 일반 사기업과보다 복무규율이 엄격한 이유다. 공무원에게 근로기준법과 별개로 각종 공무원 관련법을 적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틀린 기사를 썼으면 바로 잡아 다시 써야한다. 그에 합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건, 기자 이전에 사람의 도리다. ‘제4의 권력’이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의 도리를 외면하는 그런 기자가 줄었으면 한다. 권력과 자본에 맞서 사회적 약자의 울타리가 되는 언론, 지금보다 많았으면 한다. 언론에 대한 對국민 신뢰도가 하늘을 찔러, 입법·사법·행정 권력을 압도했으면 한다. 해서 언론사가 ‘제1의 권력’으로 등극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검찰개혁과 동렬에 선 언론개혁이란 구호, 옛 이야기로 회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그런데 지금도 반칙과 함께 특권 강화를 위해 악다구니를 쓰는 이들이 널렸다. 또 이들과 동맹을 맺은 언론사가 왜, 이리 많이 보이는지.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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