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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문건 수사, 축소 의혹…재수사는 불가피

윤 총장, 지휘·보고 라인에서 빠지고…중앙지검 인력, 모두 배제해야 

기사입력2019-10-28 05: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황교안 대표가 이것(계엄령 문건)을 몰랐다고 그러면 왜 몰랐는지 상세히 밝혀야 하는데, 그렇다면 본인이 무능하다는 게 드러나는 것이고, 알았다면 내란 예비·음모죄에 해당한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 등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말이다. 황 대표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임 소장을 고발한다고 하자, 임 소장이 “환영한다”면서 진퇴양난 황 대표의 처지를 꼬집었다.

 

전 대통령 박근혜, 최순실 등이 공모한 국정농단에 저항했던 ‘촛불혁명’을 진압하려는 친위 군사쿠데타 음모를 담은 계엄령 문건. 2017년 2월 기무사가 이 문건을 작성할 때, 황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헌법이 정한 국군 최고통수권자였다. 내란 예비·음모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자신의 무능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황 대표, 외통수에 걸렸다고 임 소장이 지적한 이유다.

 

황 대표를 향한 불똥,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튀었다. 지난해 7월 임 소장이 ‘계엄령 문건(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폭로한 이후, 검찰은 100일이상 계엄령 문건을 수사했다. 11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관련자 대부분을 기소중지하면서 수사는 중단됐다.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이 해외로 도피해, 대통령 권한대행 등 윗선이 관여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를 달았다.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이 사건, 지난 20일 임 소장이 또하나의 계엄령 문건(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꺼내 들면서, 다시 급부상했다. 이제 황 대표에게 쏠렸던 의혹은 윤 총장으로까지 번졌다.

 

임 소장은 지난해 계엄령 문건 수사가 불충분했고, 부실수사 책임자로 윤 총장을 지목했다.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에는 계엄군의 부대별 기동경로와 기동방법, 신촌·대학로·10개 한강다리 등의 주둔지, 야당의원 검거 후 사법처리 방안 등 계엄령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겼다. 또 이 문건에는 계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NSC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란 표현이 나온다. 2016년말 2017년초 3차례 NSC에 참석한 황 대통령 권한대행 행적에 비춰보면 “정부 주요 인사 간에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NSC 의장이 황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와 참가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제11차 검찰개혁 및 공수처 설치 촛불문화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검찰도 최초 계엄령 문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을 확보했다. 당시 수사대상인 최초 계엄령 문건에는 없는 구체적인 실행계획 등 새로운 단서를 추가로 발견했다. 특히 검찰은 이 문건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문 양식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명하도록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도, 황 대표와 계엄령 문건 작성자 간의 공모 가능성을 의심했다.

 

실제 검찰은 황 대표에 대한 불기소처분서에 “조현천이 피의자(황교안)에게 계엄문건을 보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공모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찰의 자체 판단에도, 결론은 황 대표에 대한 사실상 면죄부였다. 이 수사는 중앙지검 소속 검사가 수행했고, 당시 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이다. 윤 총장이 검찰선배인 황 대표 보호를 위해 계엄령 수사를 덮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검찰은 당시 중앙지검장은 지휘·보고 라인에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윤 총장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검사동일체’ 원칙이 여전히 작동하는 현실에서,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한참 떨어진다. 더구나 계엄령 문건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개시된 특명수사다. 전 대통령 권한대행·청와대 국가안보실장·국방부장관·기무사령관 등을 대상으로 한 내란 예비·음모 사건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몰랐다는 말로 넘기기에는 드러난 사실이 너무 많고 엄중하다. 하지만 계엄령 사건을 윤 총장이 의도를 갖고 덮었다는 주장 또한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계엄령 문건을 통해 제기된 의혹은 검찰이 풀어줘야 한다. 새로운 계엄령 문건을 수사 당시 확보했음에도, 중간수사 결과에서 이를 밝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황 대표와 계엄령 문건 작성자 간의 공모 가능성을 의심했음에도, 검찰은 황 대표를 한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반면 별 네 개 예비역 육군대장 2명,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은 소환해 조사했다. 한 차례 소환조사도 없이 황 대표를 불기소처분한 이유가 ‘제식구 감싸기’ 관행이 아님을 검찰 최고책임자, 윤 총장이 해명해야 한다.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계엄령 문건에 대한 재수사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검찰의 수사대상이었던 최초 계엄령 문건과는 다른 원본이 등장했다. 그 내용 또한 최초 계엄령 문건에 없는 친위 군사쿠데타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나왔다. 무엇보다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수사대상인 최초 계엄령 문건 이외 원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췄다. 소극적인 수준의 부실수사를 넘어, 검찰이 수사 대상·범위를 적극적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제기는 그래서 타당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윤석열 총장의 최근 수사방식에 대한 국민의 호불호는 둘로 쪼개졌다. 이런 이유로 계엄령 문건 재수사를 통해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도, 국민 절반을 납득시킬 수 없다. 검찰로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계엄령 문건 수사가 부실했다는 정황은 적지 않다. 윤 총장 또한 당시 중앙지검장으로서 부실수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에 제안한다. 계엄령 문건 수사를 재개하되, 지난해 최초 계엄령 문건 수사를 직접 담당했던 검사를 포함 서울지검 인력은 전원 재수사에서 배제해라. 윤 총장 또한 최초 계엄령 문건 수사와 무관하지 않으니, 재수사 지휘·보고라인에서 빠져야 한다. ‘조국대전’ 여파로 절반의 민심은 검찰 모두를 반개혁집단으로 규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 절반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고, 개검·떡검 등 바닥까지 떨어진 검찰의 명예를 회복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검찰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하루빨리 재수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특검은 물론 검찰 대상 청문회 요구까지 나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적폐세력 수사 당시 가졌던 검찰의 권위를 되찾고, 다시 국민의 검찰이 되는 길,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택에 달렸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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