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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4차산업혁명委 위원장 즉각 해임해야

反노동·反민주주의 인사가 촛불정부 미래를 설계해선 안된다 

기사입력2019-11-02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해서 한 거다. 스타트업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스타트업에 주 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는 뺏는 거다.” 
 
동네 뒷골목 공장, 속칭 ‘마찌꼬바’ 사장님의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란 사람이 극우성향 신문사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꼰대 짓도 이 정도 수준이면, 병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일주일에 100시간씩 죽도록 일해서 그 자리에 올랐다니, 짜증이 나긴해도 넘어가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장시간노동에 고통받는 스타트업 20대 노동자들을, 과로사로 끌고 가겠다는 안달은 묵과하지 못하겠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정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4차산업혁명위원회 제공>
게다가 10살도 채 안된 어린애 노동까지 착취했던 19세기 이전, 2차산업혁명시대 공장주의 발상이라니. 아이 손이 가늘어 비단실을 다루기에 최적이고, 봉건시대 농노와 달리 임금까지 준다는 게, 당시 부르주와의 항변이었다. 아동노동 금지 등 국가가 쓸데없이 개인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고, 철면피들이 그렇게 말했던 역사를 기억한다. 

과기부·산업부·중기부·노동부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급’이 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다. 위원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4차산업혁명시대 국가발전 전략을 심의·조정하는 기구다. 한국사회 미래를 구상할 4차산업혁명위원회위, 장병규 위원장의 노동관이 2차산업혁명 시점 자본가 수준의 인식이라니.  

장병규 위원장의 말, 앞뒤 맥락을 끊어 본래 취지를 왜곡한 게 아니다. 그는 정말, 장시간노동이 국가경쟁력이라고 믿는다. 모바일게임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는 이유를, 그는 “중국은 200~300명이 야전침대 놓고 주 2교대, 24시간 개발해 모바일게임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하면 불법이고, 그래서 경쟁이 안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대한민국 청년의 ‘게으름’에, ‘무개념’ 정부까지 가세해 모바일게임 후진국이 됐다는 결론이다. 

실제 장 위원장은 장시간노동을 하자고 정부에 권고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25일 발표한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을 통해 “주 52시간제의 일률적 적용에 개별 기업, 노동자가 주도적·자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인재 성장의 걸림돌이 되거나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률적’이란 단서를 붙였지만,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고안은 또 사용자와 개별 노동자가 대등한 당사자(계약 주체)라는 근대 시민법 시각에 매몰돼, 현대 사회법 이념까지 부정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출퇴근 시간을 확인하는 회사는 없다. 또한 기업 뿐 아니라 인재도 일자리를 선택한다. 해고와 이직은 일상이다”라는 권고안의 문장, 노동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런 이유로 ‘대정부 권고안’은 ‘노동존중’이란 문재인 정부의 당초 약속을 담아 새로 써야한다.

노동에 대한 장 위원장의 전근대적 관념도 문제지만, 민주주의에 대핸 천박한 인식은 더 위험하다. 그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운영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면서 “좋든 싫든 1970~80년대만 해도 군부·재벌·관료 주도의 사회질서가 당시로서는 효율적으로 움직였다”고 강변했다. 독재정권 폭압에 자유·민주가 압살 당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이 ‘효율적’인 사회란다. 전체주의, 파시즘 신봉자만이 할 소리다. 파시스트를 자임하듯, 그는 “관료·재벌·언론·국회·법조 등 사회 주체가 이기주의·직무유기에 빠져 있어 유기적 협업이 안되고 따로 논다”며 불평까지 늘어놓는다. 

퇴색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촛불정권’이다. ‘관료·재벌·언론·국회·법조 등’이 사회 주체가 되는 사회로 가자는 장 위원장, 촛불혁명에 대한 도전이다. 옳고 그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토론과 설득을 통해 중지를 모아가는 게 민주주의다. 다소 번잡하고 시끄러우면 ‘비효율’, 강요된 침묵에 따른 일사불란만이 ‘효율적’이라는 그의 생각, 불온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마저 부정하는 이가 어떻게 대통령 직속 위원회 최고책임자가 될 수 있었는지 정말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께 묻는다. 反민주주의 인사를 무슨 이유로, 촛불정부의 미래를 설계하는 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했는지. 당연한 질문에 합당한 답을 내지 못한다면, 대통령은 즉각 장병규 위원장을 해임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도 부정하고, 근대 시민법의 낡은 틀조차 깨지 못한 구시대 사람이다. 민주주의 이념·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군사독재 시절을 추억하는 反민주주의 신봉자다. 이런 인물이 대한민국 미래를 논하게 허용할 만큼, 우리나라는 그렇게 허접하지 않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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