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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하고 나태한 공정위…게다가, 거짓말까지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권제도, 실효성을 담보할 대안 내놔야  

기사입력2019-11-09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최저임금 오르면 중기조합 통해 하도급 단가 올릴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7월3일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7월17일부터 시행”이란 부제를 달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 제목이다. 

이날 자료에서 언급된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은,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사유를 기존 ‘원재료 가격’ 상승에서 노무비 등을 포함하는 ‘공급원가’ 상승으로 확대했다. 이외 개별기업을 대신해 중소기업단체가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요건, ‘공급원가’ 상승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담았다. 

보도자료에서 언급된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은,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사유를 기존 ‘원재료 가격’ 상승에서 노무비 등을 포함하는 ‘공급원가’ 상승으로 확대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러면서 공정위는 “노무비(인건비) 등 각종 공급원가가 상승하면 하도급업체들이 직접, 또는 조합의 도움을 받아 원사업자와 하도급대금 증액을 협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제값의 하도급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개정 하도급법과 시행령의 주요 내용을 중소기업부·중기중앙회와 연계해 널리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진 능력에 비해 포부와 목소리만 컸다. ‘제값의 하도급 대금’이란 공정위의 기대가 신기루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개정된 하도급법 시행령이 발효된지 1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수급사업자가 ‘제값의 하도급 대금’을 받는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가 여전한 이유,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권은 사실상 죽은 권리다. 조정신청 요건을 확대해 시행한 이후 지난 1년간(2019년 8월31일까지), 노무비 인상을 이유로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한 건수는 총 59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건설협회 및 전문건설협회를 통해 건설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에 제기된 조정신청이 52건이다. 공정거래조정원에 신청된 나머지 7건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소속사가 제기했다.  

공정위가 내놓은 통계수치,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으로, 중소기업 모두가 망한다고 아우성을 쳤다. 지난해 7월 공정위가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사유에 노무비 인상을 추가하면서, ‘제값의 하도급 대금’을 약속했던 배경이다. 그 난리통에도 지난 1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한 중소기업은 59개사가 전부다. 신청업종도 건설업종이 90%에 이른다.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건수가 59건뿐이란 사실도 놀랍지만, 59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건설사가 건설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사유는 모두 ‘추가공사 대금 미지급’이다. 노무비 인상을 이유로 한 조정신청만을 별도로 구분하면 신청 건수는 대폭 줄어든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소속사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공정위는 참여연대에 전한 답변서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전기공사협회, 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소방안전협회,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등  민간협회들이 만든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에 접수·처리된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건에 대해 공정위가 문서로서 파악한 내역은 없다”고 했다. 제조·서비스업을 불문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한 사례 및 통계, 공정위에는 그 어떤 자료도 없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최저임금 오르면 중기조합 통해 하도급 단가 올릴 수 있다”는 공정위 보도자료는 거짓말이다. 공정위는 당시 ‘중기중앙회와 연계해 널리 홍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다른 민간협회는 차치하고라도, 중기중앙회와도 전혀 업무협조가 안됐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극단적인 사회적 갈등, 원하청 구조 속에서 관행화된 불공정거래, 이 모두를 방관하고 묵인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최소한의 관리조차 하지 않을 하도급법 조정신청제도를 만들어 운영하는 이유, 공정위가 답할 시점이다. 경제검찰이란 허명을 포장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면, 하도급대금 조정신청권의 실효성을 담보할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에 앞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등 상투적인 변명 이외, 지금까지 공정위가 무능하고 나태했음을 고백하고 자성하길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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