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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무책임…“우리 모두 황교안” 만들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해라…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아라 

기사입력2019-11-30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우리 모두가 황교안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8일째인 27일 밤 병원에 이송된 된 다음 날, 나경원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말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며 “오늘부터 한국당에서 이 단식을 이어나간다. 또 다른 황교안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왼쪽), 신보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황교안 대표를 이어 단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또 다른 황교안’은 나 원내대표 발언 이전에 벌써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은 28일 새벽 1시부터 황 대표가 단식하던 청와대 앞 몽골식 텐트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이들 또한 “‘선거법 개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철회’라는 황 대표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단식을 하기로 했다”며 “지도부의 단식을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뜬금단식’이란 비난과 조롱 속에서 시작된 단식이다. 패스트트랙 법안처리 중단 등 수용불가 요구를 단식해제 조건으로 내걸어 스스로 출구를 봉쇄했던 자충수다. 꼬인 정국을 풀려는 단식이 아니라, 밑천이 드러낸 리더십을 덮기 위한 당내투쟁이란 분석은 그래서 나왔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최고위원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황교안’이라 주장하는 상황이 생뚱맞다.  

자유한국당 의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짐작되는 구석은 있다. 황 대표의 ‘약한’ 체력 덕분에 없던 출구도 생겼다. ‘좀비정당’·‘민폐정당’을 만든 책임을 지고, 당대표·원내대표 불출마와 함께 당 해체까지 거론됐던 당내 갈등도 정리됐다. 대안부재인 자유한국당, 내년 총선까지 황 대표 체제로 간다는 게 기정사실이 됐다. ‘너도나도 황교안’이 되는 게, 그나마 배지를 유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택지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는다. 사회통념을 인정하는 국민정서와 너무 궤를 달리하는 황 대표의 남다른 인식 때문이다. 공관병에 대한 갑질로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왔던 박찬주 전 예비역대장. 그를 두고, ‘정말 귀한 분’이라 옹호해 당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쌍욕 막말에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성적발언으로 악명 높은 전광훈 목사. 같은 무대에서 그와 함께 마이크 잡는 걸 꺼려하지 않는다. 과거 전 목사 재판과정에서 법정대리인이었던 인연을 고려해도,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나온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과 연결하고, 유족을 괴물이라고 매도했던 자당 의원들에게 황 대표는 ‘관대함’을 보였다. 변호사 재임시절 16개월 동안 16억원의 수임료를 받았음에도,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전관예우와 무관하다고 강변했다. 이같은 행동과 발언은 그가 국민대중의 정서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나아가 황 대표는 대중을 전혀 이해하려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틀로 대중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오만을 보여준 사례도 널렸다. 불교행사에 초대받아 갔음에도, 상대 종교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기독교 선민의식을 대놓고 드러냈다. 자신이 참석한 당내 행사에서 여성당원들이 낯 뜨거운 춤을 춘 게 논란이 되자, 좌파언론 탓을 했다. 중소기업주에게 사내에 좋은 카페를 만들면, 청년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돌출 행동과 발언이 반복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최소한의 고민도 없이,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행동과 발언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정치를 하면 안되는 인물이다. 대중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안을 줄 수 있는 소통능력이 정치인의 필수 덕목인데, 그에게는 그런 재능이 전혀 없다. 국민 67.3%가 공감하지 않음에도, 극단적인 단식투쟁을 강행한 것도 같은 이유다(MBC 여론조사).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 황 대표 본인은 물론 자유한국당에게도 불행이다. 무엇보다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 때문에 가장 고통받는 당사자는 국민 다수다. 국정감사 기간을 제외하면 황 대표 취임 이후, 국회가 열린 적이 있기나 한 것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여의도정치 실종사태로 가장 득을 본 수혜자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협치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자유한국당의 처분만 기다렸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유의미한 결실을 맺지 못했다.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또한 알맹이 없는 정책만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의 색깔이 가장 짙은 소득주도성장론 마저 보수와 진보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는다. 집권여당이라면 당연히 감당해야 할 국정운영에 대한 무한책임을 방기한 결과다. ‘우리 모두가 황교안’이란 퇴행적 구호가 나오는 이유도, 집권여당이 결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법이 정한 패스트트랙 법안처리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협치를 이유로 또다시 정국혼란의 책임에서 면피하고자 하는 집권여당. 속내를 엿보면, 양당의 이해가 다른지도 의문이다. 그저 시간만 보내다 현행 선거법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고, 검·경 개혁 미완에 따른 책임은 상대 당에게 돌릴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 이런 의혹이 억울하다면 결단해라. 지금 당장 패스트트랙에 태운 법안, 원안에 가장 근접한 안을 그대로 상정해야 한다. 그게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다. 그리고 그 심판을 내년 총선에서 받아라.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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