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생긴 채무, 개인회생으로 탕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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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도박으로 생긴 채무, 개인회생으로 탕감되나 개인회생 신청 가능…상황에 맞는 변제계획안 작성이 ‘중요’

기사입력2019-12-24 13:10

김민수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명경 김민수 변호사

불법 인터넷 도박에 대한 심각성과 위험성은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왔다. 현금이 직접적으로 거래되지 않아, 돈이 오가는 것을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탓에 그에 따른 중독 증상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우후죽순으로 증가하는 인터넷 도박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쉽사리 잡히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성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소년들 역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스마트폰을 통해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실시한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돈내기 게임을 경험한 경우 PC(25.8%)보다는 스마트폰(74.2%)을 통해 접속했다는 응답이 3배가량 높았다. 이렇듯 인터넷 도박 중독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도박이 단순히 돈을 잃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도박에 빠진 20대 남성 A씨의 경우을 보자. 어린 나이임에도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성실하게 근무를 해왔던 A씨는 목돈이 모이지 않자 친구의 소개로 인터넷 불법 도박게임을 접하게 됐고, 이후 몇 년간 빠져나오지 못하고 정신없이 그간 모아놓은 돈을 모두 쏟아붓게 됐다.

하지만 돈을 모두 잃은 상태에서도 본전 생각에 끊지 못했고, 이율이 높은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뻗어 대출을 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카드론 대출과 현금서비스를 받아 돌려막기를 반복하게 되는 상황으로 번지게 됐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돼 그만두게 되고, 백수 무직생활을 이어가다 한 경비업체 직원으로 입사해 월 200만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봤을 때, 이미 채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 있었고 24시간 내내 채권자들의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불법 도박게임으로 생긴 채무를 개인회생 제도를 통해 탕감받기 위해, 생활비를 줄여 변제하겠다는 변제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고, 향후에도 도박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탄원서에 담아 제출해 재판부를 설득시켰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A씨의 경우처럼 도박에서는 벗어났지만, 그간 쌓인 사채 빚으로 인해 일상생활로 돌아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개인회생 신청’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개인회생제도는 매달 일정한 소득이 있고, 채무의 총액이 청산가치를 초과하지 않은 선에서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인가결정이 나면, 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을 정해진 기간 동안 법원에 성실하게 납부하면 남은 채무는 모두 탕감받게 된다.

A씨의 채무는 총 7900만원 정도였고, 주로 사용한 곳이 불법 도박게임이었기 때문에 변제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생활비를 줄여 변제하겠다는 변제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게 됐고, 현재 수입이 과거에 다니던 직장에 비해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 또 현재는 물론 향후에도 도박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탄원서에 담아 제출해 재판부를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소명을 마친 A씨는 결국 월 변제금 130만원을 납부해 36개월 동안 4680만원을 변제하고, 나머지는 탕감 받는 것으로 변제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개인회생은 채권자의 빚 독촉이나 재산압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신용기록에서 채무불이행 기록을 삭제할 수 있어 평범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데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변제금을 책정하는데 비합리적인 부분이 있고,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어졌을 때를 감안한 보완책이 존재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지만, 개인회생 제도가 채무자들을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제도라는 점에서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면, 개인 채무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명경 김민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