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9/18(금) 18:15 편집

주요메뉴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오피니언칼럼

지하철 6·7호선 상가 임차인, 장사 계속할 수 있나?

계약갱신청구권 10년 보장이 안돼, 모두가 쫓겨날 위기에 처하다 

기사입력2019-12-31 18:00
김주호 객원 기자 (dream@pspd.org) 다른기사보기
2018년 9월20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무려 4배에 달하는 임대인의 무리한 임대료 인상요구, 폭력적인 강제집행이 폭행사건으로까지 이어진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이 발생한지 106일만이다. 이 법개정으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이를 거절할 수 없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다. 임차상인이 한 곳에서 마음 편히 계속 장사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간 보장된다는 뜻이다.

연장된 5년의 시간은 임차상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2배이상 높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해,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장사 5년만에 투자비를 회수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현장 상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처음 몇 달간은 소위 ‘오픈발’이 있지만, 최소 1~2년은 꾸준히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하며 단골을 유치해야 하고, 3년이 넘어야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렇지만 시설투자비나 인테리어, 각종 집기, 권리금까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투자한 상황에서 남은 1~2년의 기간은 너무나도 짧다. 물론 여기까지 가기도 전에 문을 닫는 가게가 부지기수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2018년 상가법이 개정되면서 임차상인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까지 늘어났다. 오랜 기간 상가법 개정을 요구해왔던 중소상인·시민사회의 요구가 일부 수용된 셈이다.

문제는 이 개정조항의 범위가 개정된 상가법 시행일인 2018년 10월16일 이후 신규로 맺은 계약이나 갱신되는 계약으로 한정됐다는 점이다. 즉, 2018년 10월16일 이전에 임대차계약을 맺은 임차상인의 경우에는 갱신계약이 아니면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쫓겨나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했다. 법 개정 당시,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가 상가법 개정을 반기면서도 반쪽에 그쳤다며 우려를 표명했던 이유다. 그리고 2019년 10월 우려하던 일이 ‘경제민주화 도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서울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 GS리테일과 서울지하철 6·7호선 76개역의 유휴공간을 상업휴게공간으로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교통공사와 GS리테일은 기본계약 5년에 상호 합의하에 5년을 연장하는 내용을 계약조건에 포함시켰고, 이후 406개 점포에 개별 임차상인들을 모집하여 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지하철역 유휴공간은 처음부터 상가로 조성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식업종의 경우 조리에 필요한 가스·수도·환풍시설 등을 새로 설치해야 했고, 그 시설투자비용은 고스란히 406개 점포의 개별 임차상인들에게 떠넘겨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상인들은 기본계약은 5년이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5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GS리테일의 설명과 임대인이 공공기관인 서울교통공사라는 것을 믿고, 각각 1억원에서 2억원의 시설투자비를 들여 장사를 시작했다. 한 빵집 점주의 경우 2017년부터 장사를 시작해 영업기간이 2년에 불과했다.

예상과 달리 100여개의 점포가 공실로 남고 적자 폭이 커지자 GS리테일은 계약연장을 포기했고, 서울교통공사와 GS리테일 간의 계약이 2019년 10월 종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계약이 상가법 개정 전인 2013년에 체결된 계약이기 때문에 개별 임차상인들은 계약갱신기간 10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장사를 시작한 지 불과 2년에서 5년만에 모두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해당 임차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상가법 개정 취지에 비추어 10년의 계약갱신기간을 보장하거나, 후속 사업자 입찰시 기존 임차상인들 중 원하는 이들을 흡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원칙만 고수했다. 여러 기자회견과 언론보도, 협상 끝에 현재 상인들은 빠른 시일 내에 후속입찰자가 선정돼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주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번 지하철 6·7호선 상가의 사례가 우리 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가 매우 크다. 2018년 상가법 개정의 효과가 이전 계약에는 소급적용 되지 않으면서, 임차상인 보호를 위해 개정한 상가법이 모순적으로 일부 임차상인들이 쫓겨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만약 지자체나 산하 공공기관·공기업이 개정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임차상인들이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개정법의 사각지대를 그저 법대로만 처리하고자 한다면 법개정 전에 체결된 상가임대차의 경우 5년 만에 쫓아내도 문제없다는 좋지 않은 메시지를 민간 상가임대차 영역에 주게 된다. 법개정의 사각지대에 놓인 임차상인들이 비교적 소수이고, 이들이 개정법의 적용이 확산되는 과도기에 있다는 점에서 공공이 앞장서 상가법 개정의 사각지대를 적극 해소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8년 8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국회에서 지지부진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조례개정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임차상인들이 맘편히 장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상가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실제로 6·7호선 상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후 서울교통공사도 임차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협의를 이어왔고,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 없이 명도절차까지 마쳐 마지막 단추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2년 만에 쫓겨날 것인가,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경제민주화 도시 서울이 그 시험대에 놓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상생법률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상가법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easy부동산
  • 신경제
  • 다른 세상
  • 정치경제학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공동체
  • 빌딩이야기
  • 노동법
  • 스마트공장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