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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실천 서약’, 이재용 서명하지 않았다

진정한 용서 빌고 싶다면…對국민·對법원 쇼부터 중단해야 

기사입력2020-01-13 19:0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삼성전자는 13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사장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준법실천 서약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사장단을 포함 임원진 등이 서명한 서약서의 주요 내용은 ▲국내외 제반 법규와 회사규정을 준수하고 ▲위법행위를 지시하거나 인지한 경우 묵과하지 않으며 ▲사내 준법문화 구축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3가지 항목이다.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 <사진=뉴시스/삼성전자 제공>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 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순위 18위(지난 9일 종가 기준)에 올랐다.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이 사장단까지 동원해 ‘준법실천 서약식’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궁박한 처지가 봐주기 민망스럽다. 말이 좋아 ‘준법실천 서약’이지, 삼성전자 사장단 모두가 지금껏 탈법·불법 경영을 했다는 자백에 다름 아니다. 

삼성전자 사장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불법행위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한 범죄에, 이들이 동조했거나 묵인했다는 추정은 가능하다. 삼성전자 사장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100억원 가까운 회삿돈을 빼돌려 최순실에게 뇌물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불공정한 합병비율이 존재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삼성전자서비스노조 파괴 공작 역시 이재용 부회장과 사장단이 공모한 범죄였음도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을 통해 드러났다.  

삼성전자 사장단과 공범관계인 이재용 부회장은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범은 빠지고 종범들만 모여 ‘이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꼴이다. 문제는 삼성전자 사장단의 준법경영 선언과 무관하게, 이들 사장단이 이재용 부회장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삼성그룹 경영권’을 온전하게 승계받지 못한 이재용 부회장에겐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삼성그룹 경영권 장악을 위한 미완의 범죄를 매듭져야하고, 그 과정에서 사장단의 보좌는 필수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한, 사장단의 준법실천 서약식은 거짓말 잔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이 준법실천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 삼성전자 등기임원이 아니라서 그랬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닥친 위기의 엄중함을 고려하지 않은 한가한 소리다. 준법실천 서약식은 법원의 요구에 따라 삼성그룹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킨지 4일만에 벌어진 이벤트다. 또 삼성물산, 삼성SDS 등 7개 주요 계열사 사장단 모두가 순차적으로 동원되는 삼성그룹의 對국민·對법원 쇼다. 

국민 대다수가 주목하고 재판부가 지켜봄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준법실천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삼성그룹의 준법 또는 불법 경영을 좌우할 총수가, 형식만 갖춘 쇼에서조차 준법경영을 약속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여준 이같은 오만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결과, 범죄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반성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수조원대 분식회계 범죄를 감추기 위한 증거인멸이 그룹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됐음에도 침묵했다. 아버지를 매수해 자식의 시신까지 탈취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재판결과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이재용 부회장은 단 한마디 위로의 말도 전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어질 삼성그룹 계열사 ‘준법실천 서약식’과,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를 눈감아 달라는 삼성의 요구 사이에는 그 어떤 인과관계가 없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구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을 결정하는 재판부의 재량 사이에도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일반적인 양형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판결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촉구한다. 죄를 졌으면, 그에 상응하는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유전무죄’가 법원을 지배하는 시대 역시 끝나가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설사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면한다고 해도, 짧은 시간 주어지는 ‘행운’에 불과하다. 스스로 탐욕을 버리지 못한다면, 동일·유사 범죄 재발은 시간문제일 뿐, 법의 심판을 영원히 피할 수 없음 또한 분명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민과 법원으로부터 진정한 용서를 받고 싶다면, 삼성그룹사를 동원한 對국민·對법원 쇼부터 중단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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