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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멈춘 최악의 상황…조원태 or 조현아

조직된 노동조합 힘으로, 한진그룹 미래 스스로 만들어야  

기사입력2020-01-18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조원태냐, 조현아냐? 이러지도 저럴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대한항공 임원진을 포함 한진그룹 내 양자 측근 입장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여서 사활을 건 쟁투가 불가피하다. 말이 좋아 ‘행동주의 사모펀드’지, 투기자본인 KCGI(강성부 펀드)도 밥상에 앉아 간을 보는 모양새다. 여기에 항공운수사업과 전혀 관계없는 반도건설까지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숟가락을 얹었다. 아수라장에 죽어가는 건, 한진그룹이 직고용 한 수만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 협력업체 구성원 등 수십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스페인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남매 간 전쟁의 포문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열었다. 조 부사장은 지난 연말 ‘가족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 비판하면서, 경영권 다툼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이어 남매 간 전쟁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조 회장의 ‘성탄절 소동’이 터졌다. 성탄절 축일에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아들로 인해 팔에 상처까지 입었다. 작고한 조양호 회장의 후계자로 조원태가 아닌 조현아를 점지했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여기까지가 지난해 연말 버전이다.

새해가 되자, 균형추가 조 전 부사장으로 더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최근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KCGI(17.29%), 3대주주 반도건설(8.28%)과 3자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KCGI와 반도건설 지분을 합하면(25.57%), 조원태 회장 일가 특수관계인 지분(28.94%)에 근접한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이 각각 6.52%· 6.49%로 비슷해, 왕좌의 주인을 KCGI와 반도건설이 결정하는 구조다. 그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춰보면, 조원태보다 조현아가 왕좌에 근접했다. 게다가 성탄절 소동 피해자인 이명희 이사장의 한진칼 지분(5.31%)까지 더해짐으로써 최후의 승자는 동생이 아닌 누나, 조현아가 차지한다.

연말과 새해 버전 모두 소설이다. 군데군데 널린 몇 가지 팩트를 조합해 만든 허구다. ‘저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구구절절 늘어 놓은 이유는 참담해서다. 조씨 가족 일가가 뿌린 오너리스크 때문에 한진그룹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고, 지속 발전 가능성마저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고기는 여우가 챙긴다고 했나. 오늘의 한진그룹을 일군 수만의 노동자와 협력업체 등 수십만의 운명을 여우가 결정하고, 고기마저 가로채갈 위기국면이다. 

한진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이란 측면에서 보면, KCGI와 반도건설의 경영참여는 득보다 실이 아주 크다. 특히 KCGI의 주주권행사 목적은 단시간 내 투기이익 환수여서 위험하다. KCGI가 지난해 1월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5개년 계획’으로 ‘지배구조 개선’·‘기업가치 제고’ 방안 등을 내놨지만, 수사에 불과하다. 기업사냥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포장이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결성한 사모펀드 속성상, 한진그룹의 존속 및 성장에는 관심조차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7월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필리핀 가정부 불법고용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기업사냥을 통해 투기자본이 돈 버는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잔인하다. 가장 애용하는 방식은 종업원을 자르고,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도 회계장부가 적자면, 수익이 낮은 사업부문을 즉각 정리한다. 그리고 돈 되는 사업은 팔아먹고, 결국은 튄다. 이 모든 과정에 투자자의 이해만 관철될 뿐 노동자와 기업, 기업주변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는 들어설 틈이 없다. 사람이 아닌 돈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대한다, 그 자체가 난센스다. 한진그룹의 미래를 사모펀드가 좌우하게 둬서는 안되는 이유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오는 3월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 또는 조 전 부사장 중 하나는 왕좌에 오른다. 조 전 부사장의 인성은 땅콩회항, 상습적인 명품 밀수,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남편을 향한 욕설과 폭언 등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동생 조 회장의 갑질 역시 최근 잠잠해서 그렇지, 조 전 부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2년 연속 2차례에 걸친 뺑소니 사건, 70대 할머니 폭행 사건, 인하대 부정입학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오래 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SBS 드라마 ‘상속자’, 본래 제목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다. 재벌가문의 상속자라면 응당 가져할 책임, 뭐 그런 주제를 다뤘던 드라마로 기억한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단언하지만, 양자 모두는 그들 머리 위에 놓인 왕관을 감당하지 못한다. 조원태와 조현아를 다른 재벌그룹 3세 경영자 이름으로 바꿔도 결론은 같다.

조현아냐, 조원태냐? 최악 후보자를 두고, 누구든 선택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재벌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한항공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 간 전쟁, 대통령이 재벌개혁 약속을 사실상 파기한 결과다. 이제 실행 가능한 유일한 대안은 한진그룹에 목을 맨 수만명의 노동자뿐이다. 개별적으론 약하지만, 조직된 노동조합 힘으로 조금씩 천천히 한진그룹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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