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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후려치기 막을 하도급감독관제 신설하자

납품단가 협상하기 위한 중소기업 공동행위도 원칙적으로 허용을 

기사입력2020-02-04 17:28
김남주 객원 기자 (knj.lawyer@gmail.com) 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대표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3대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로 공정경제를 제시하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했다. 2019년에는 그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발탁하며, 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실제로 공정위는 대기업 조선소가 저지른 하도급 불공정행위에 대해 두 차례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기업의 기술탈취도 적발하는 등 갑을관계를 해소하는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그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도급거래 현장에서는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경영지표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더 벌어졌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숫자로 전체기업 중 0.3%에 불과한 대기업이, 영업이익에서는 전체기업의 64.1%를 차지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이전해보다 2.7%p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소기업은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납품단가 인상정책 필요하도급법 근본적 개혁 절실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차이라는 반론은, 중소기업 중 절반 가까이가 하도급업체이고 하도급업체가 매출액의 8할을 하도급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시각이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를 줄일 수도 없고, 소득분배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어렵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니 소득주도성장의 현실성도 떨어지고, 정부의 정책의지가 진실한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경제, 정치,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려면 근본적인 경제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납품단가 인상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한계 중소기업에 효율성 증진을 강요한 것처럼, 납품단가 인상은 한계 대기업에 효율성 증진을 강요하고 대·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분배지표는 개선될 것이고, 그 파급효과로 대·중소기업 종사 노동자 사이의 임금격차가 줄어들며 가계소득이 개선될 수 있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또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경영을 개선하는 납품단가 인상정책을 펼쳤어야 했다. 하도급업체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도급법을 개정한다면, 납품단가 인상이 가능하다. 납품단가를 인상하려면 우선 현재 현장에서 벌어지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근절하고, 그 다음으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조사 방해행위를 하고도 과태료 1억원 남짓만 부과 받았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서울 현대중공업 계동 사옥 앞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대우조선 매각 저지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노동자-시민사회 대응 선포 기자회견.<사진=뉴시스>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련 행정력이 강화돼야 한다. 현재 공정위의 하도급거래개선과 인력으로는 현 정부 들어 쏟아지는 신고사건을 처리하기 힘들다. 그런데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하도급사건을 처리하고 싶어도 법적 권한이 없어 못하는 상태다.

 

따라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하도급거래 공정화를 위한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하도급거래 규제 분야는 담합과 같이 고도의 경제전문성이 필요한 영역도 아니라서,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비슷한 예로, 각 지역별로 근로기준법 시행을 위해 노동청을 설치하고 근로감독관으로 하여금 법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근로감독관제를 차용해 현장에서 하도급감독관 제도를 신설할 수 있다.

 

더불어 솜방망이 제재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조사 방해행위를 하고도 과태료 1억원 남짓만 부과 받았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았다. 하도급거래 영역에서 전속적 고발제도를 폐지할 필요도 있다.

 

,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2013년부터 도입됐지만 현재까지 실적이 단 1건으로, 1.5배 손해배상을 명한 하급심 판결만 있을 뿐이다. 현실에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통상 하도급대금과 손해배상액을 추정하는 규정, 정당한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자료제출명령제 도입 등을 통해 입증 곤란을 해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 행위를 확대하며, 손해배상액을 현행 3배에서 10배까지 넓혀야 한다.

 

중소기업의 협상력 강화=법원의 소극적인 태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법원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다수의 대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하고, 증거 확보를 위해 하도급업체가 신청한 대기업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기각하거나 법원이 내린 명령을 대기업이 무시해도 어물쩍 넘어갔다. 법원의 친대기업 정서가 혁파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강화해서 교섭을 통해 납품단가를 인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대기업에 매출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납품단가 협상에서 항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개개의 중소기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납품단가 협상을 위한 중소기업 사이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의 공동행위 금지규정의 적용을 배제해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현재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에 납품단가 조정신청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실제 조정신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실에서 이 제도가 작동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므로, 납품대금 조정 신청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요즘 선거운동 하느라 국회에는 국회의원이 없다. 휴점상태다. 그래도 세비는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세비는 입법 활동을 하라고 주는 것이지, 선거운동 하라고 주는 것이 아니다. 아직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4개월, 임기의 약 10%가 남아있다. 휴대폰은 배터리가 10% 남아도 꽤 많은 일을 한다.

 

20대 국회는 하도급법과 같은 민생입법, 공정경제 입법을 위해 남은 임기 동안 심기일전해 분발해 주기를 바란다. 이와 더불어 김상조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정부의 경제부처는 대통령이 공약한 공정경제 실현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하고, 제도개혁에 성과를 내야 할 것이며, 규제완화로 기울려는 그릇된 유혹을 뿌리쳐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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