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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예술가가 만들어낸 고독의 가치는 꽤 비싸다

김윤아 작가의 Life is pain.ting…#26. 하퍼의 고독은 얼마 

기사입력2020-02-16 10:00

보통 그림(미술품)을 경험한다는 것은 2차원 평면 작품을 주시하는 걸 말한다. 과연 그림을 3차원으로 감상할 수 있을까? 최근 파리의 루브르(Louvre) 박물관에서 개최한 다빈치 전시회에서 루브르 박물관과 HTC와 합작으로 제작한 VR(virtual reality) headset을 쓰고 보면 모나리자가 일어나서 걸어 다닌다고 한다.

 

그럼 과연 미술 애호가가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최근 미국 버지니아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Edward Hopper and the American Hotel 전시회에서 하퍼의 1957년 작품 Western Motel의 호텔방을 색깔과 조명, 가구까지 똑같이 3차원적으로 제작해 50일간 초대된 사람들에게 하룻밤씩 묶게 했다. 숙박인들의 하룻밤 숙박비용은 150달러로 책정됐다.

 

미술관의 취지는 에드워드 하퍼(Edward Hopper, 1882~1967)의 애호가들이 작품을 몸소 체험하는 거라 했다. 그러나 이 방은 그냥 호텔방이 아니다. 그림에 나오는 유리창 밖의 풍경은 하퍼 작품의 풍경을 모조한 것이지 진짜 풍경은 당연히 아니다.

 

그림에 안 나오는 유리창 반대편에 유리창이 있는데 전시장이 보인다. 예상처럼 방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전시장 끝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방 밖에는 총을 찬 미술박물관 경비원이 항상 보초를 서고 있다. 잠들기 위해 전시장에서 옷을 벗는 기분은 어떨까? 그림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람들(미술 평론가, 기자들이 많음)에 의하면, 어떤 사람들은 푹 잤다는 사람들도 있고 잠을 못 잤다는 사람들도 있다. 여하튼 하퍼의 작품을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흥미로운 경험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 방문객들이 3차원으로 제작된 하퍼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출처=Virginia Museum of Fine Arts>

 

하퍼의 호텔방 작품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항상 혼자다. 어떤 작품에는 나체로, 어떤 작품에서는 속옷만, 어떤 작품은서 옷을 다 입은 채로 뭔가를 기다리면서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하퍼의 작품 중 도시 풍경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꼭 미래의 아마겟돈 전쟁 후 모든 인간이 사라진 듯하다. 사람이 나오는(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호텔방에서 멍 하니 밖을 주시하는) 작품들은 매우 스산하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하퍼의 작품을 인간의 소외감, 이질감, 고독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하퍼는 많은 현대작가들과 달리 자기 작품에 대한 설명을 꺼려하고 캔버스 그 자체가 설명을 해준다 했다. 하퍼는 평론가들의 비평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보고 뭐를 찾아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이제는 이런 발언들을 여기저기서 많이 들을 수 있다).

 

하퍼는 미국 미술계에서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현실주의적 화가로 꼽히고 있다. 그는 1882년 뉴욕 외곽지역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렸을 때 집은 아직도 하퍼 아트센터로 남아있다. 하퍼는 뉴욕 파슨스의 전신인 뉴욕아트스쿨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다가 순수회화로 전공을 바꿨다.

 

그리고 졸업 후 1906년과 1910년 사이에 유럽으로 공부 차 세 번 여행을 갔다. 그가 1906년 파리에 도착했을 때 파리는 서양미술의 수도였고 큐비즘으로 시작된 추상화들이 나타난 시점이었다. 1907년 피카소는 그의 대표작인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렸다. 그러나 하퍼는 그가 파리에 있을 때 피카소의 이름은 들은 적이 없다고 나중에 회고했다. 그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은 인상파 화가들과 루브르에서 발견한 렘브란트의 Night Watch가 자기가 본 작품 중 최고라고 회고했다.

 

그는 1910년 미국으로 돌아온 후 고전하기 시작했다. 자기 작품스타일의 정립이나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었다. 돈 벌이를 위해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기도 했다. 191331세에 아모리 쇼에서 작품을 처음으로 250달러(현재가치로 6300달러 정도)에 팔았다. 그러나 고생은 계속되었고 판화와 포스터 그림으로 근근이 먹고살았다. 37세에 휘트니 클럽에서 첫 개인전을 16점의 작품으로 열었다. 단 한 작품도 팔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명성이 쌓이기 시작했다. 하퍼 나이 41세에 작가로서 소위 말하는 물고가 트이기 시작했다. 뉴욕현대미술관, 휘트니 뮤지엄 등에서 하퍼 작품을 구매했다. 1933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그의 회고전을 열었고, 1942년 시카고 Art Institute에서 그의 대표작인 Nighthawks를 전시하게 되었다.

 

Western Motel by Edward Hopper.<출처=Virginia Museum of Fine Arts>

 

하퍼는 1923년 그의 학교 동창인 Josephine(Josephine은 그의 초기 작품들에서 대부분 모델이었다)과 결혼을 했고, 1930년과 1950년 사이 와이프와 미국 시골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는 1967년 자기 뉴욕 스튜디오에서 사망했고, Josephine10개월 이후 사망했다. 그녀의 사망 이후 유언에 따라 둘이 소장하던 3000점 이상의 작품들을 휘트니 뮤지엄에 기증했다.

 

하퍼와 그 아내는 사망할 때까지 3000점 이상을 소장했지만, 정작 하퍼 자신이 평생 그린 그림은 366점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미술시장에 자주 판매되지 않았다. 윌리엄 드 쿠닝(Willem de Kooning), 마크 로스코(Mark Rothko) 같은 작가들이 하퍼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1940년대부터 돌풍을 일으킨 추상표현주의와 그 이후의 팝아트 작가들에게 밀려 일종의 찬밥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하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999년 영화배우 스티브 마틴이 하퍼의 Hotel Window1000만 달러에 사서 7년 뒤에 2600만 달러에 팔았다. 2013년 단 작품 하나가 3600만 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 하퍼의 ‘Chop Suey’, 중국집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는 두 여인을 그린 회화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9100만 달러(1100억원 정도)에 팔렸다. 콧대 높은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에게 더 이상 찬밥이 아닌 듯 하다. 그래서 버지니아 미술박물관이 모조해서 만들어 낸 호텔방의 가치도 원래는 1100억원 정도라고 하니까. 예술가가 만들어낸 고독의 가치는 꽤 비쌀 수 있는 것 같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윤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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