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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체제 변화 촉발

전국민건강보험제도 없는 美 민영화 허점…전략기업 국유화론 제기 

기사입력2020-03-20 15:27
최민식 객원 기자 (newway40@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최민식 민화협 자문위원장·EANEI 이사장
유럽이 우한이 됐다. 이미 중국의 총 확진자 수를 초월했는데, 감염확산 속도가 줄지 않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1~2개월 내에 종식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는 18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물론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0명으로 줄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팬데믹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방역의 최종병기 백신은 아주 빨라야 금년 말이라는 소식이다 보니, 2020년 말까지 팬데믹 공포가 전 지구를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방역시스템과 의료시스템의 근본은 사실 전국민건강보험제도.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의 핵심원리는, 전 국민이 보험의 주체이자 의료서비스의 대상으로, 조세제도 원리에 기반한 국가적 사회보험이라는 것이다. 민주적 가버넌스하에 의료시스템이 관리되고, 가난한 사람도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핵심기제는 의료수가제도를 통한 국가의 민간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합리적 통제다. 의료시스템이 이익추구의 민영논리 보다는 국민건강증진이라는 의료 본연의 역할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반면 전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에 가장 취약한 시스템이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400만원에 이르는 검사비용을 개인에게 부담시키며, 민영보험에 의탁한 병원들은 돈이 안 되면 검사와 치료 등 필수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백만명이 감염될 수 있는 대재앙에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속수무책이다. 민영화의 허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향후 근본적인 시스템 재편이 빅이슈로 떠올랐다. 결국 복지시스템을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약 1500조원에 가까운 돈을 국민 개개인에게 현금수표로 지급 등을 하고, 전시군수물자법을 발동해 민간기업을 국가의 재난대응에 징발하겠다고 밝혔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할 가공한 경제위기다. 단기적인 성장률의 충격적인 하락도 문제거니와, 국경이 폐쇄되고 인구이동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시스템이 작동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4~5년을 주기로 팬데믹이 일상화되면, 기존의 글로벌 시스템은 셧다운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적 영향은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제체제의 취약점을 파괴하면서 종국에는 시스템 전체를 재구축하도록 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방역시스템과 의료시스템의 근본은 사실 ‘전국민건강보험제도’다. 20일 오전 대구 남구 대명역에서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장병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작전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의 경우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미국 중산층 일자리가 아시아로 이전되면서, 사회적 지위향상 구조가 소멸됐다. 과거 제조업 일자리가 안정돼 충분히 저축을 할 수 있었던 미국의 국민들은, 오늘날 일자리 자체의 상실과 고용 불안정으로 부채의 늪에 빠져 살아왔다. 대다수 미국의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의 이익이 재생산을 위한 혁신적 투자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기준의 재무적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동원된다. 이익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채무는 줄어들지 않는 모순된 구조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알다시피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이후 미국의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금융패권, 월가의 횡포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최근 미국에서 전략기업 국유화론이 나오는 이유다. 재무부 차관보이자 월스트리트 저널의 공동 편집자였던 Paul Craig Roberts는 최근 그의 SNS를 통해 국유화는, 지급 불능상태인 기업과 금융기관에 한정하는 것도 아니고 사기업이나 사업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을 국유화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의료와 함께 제약기업도 국유화가 가능할 것이다. 에너지산업도 국유화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2008년 경제위기 당시에도 금융자본의 탐욕에 재갈을 물리자는 제안들이 쏟아졌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너머의 민주적 자본주의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는 그의 책 ‘Capitalism 4.0 : The Birth of a New Economy’에서, 1980년 이래의 신자유주의라는 정부를 배제하는 시장 근본주의에서, 향후 시장과 정부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인간의 이기심과 경쟁 등에 의해 시장이 움직이지만, 시장의 실패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인정하고 정부의 적절한 개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 참고로 칼레츠키는 자본주의의 진화 과정을 자본주의 1에서 자본주의 3으로 정리한다. 자본주의 1 : 애덤 스미스, 고전적 자유 자본주의 자본주의 2 : 루스벨트와 케인스, 수정자본주의 자본주의 3 : 대처, 레이건, 밀턴 프리드먼에서 최근까지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시기다. 10년 전 그가 예고했던 자본주의 4.0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가공할 괴물의 등장은 낡은 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체제를 짓는 길을 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 괴물의 전모를 마주하고 있는가. (중기이코노미 객원=최민식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자문위원장·동아시아신경제이니셔티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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