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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 대기업 갑질로부터 대리점 보호

대리점법 개정안에 단체구성권 명시하고, 보복시 3배 징벌적 손배 

기사입력2020-07-30 10:57

공정위가 대리점들의 단체구성권을 명문화하고, 보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대리점법을 개정한다.   ©중기이코노미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래상 지위가 낮은 대리점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단체구성권을 명문화하며, 대기업의 보복조치에 대한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대리점법 개정안을 지난 28일 입법예고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 5월 ‘코로나19 극복 지원을 위한 공정경제 제도개선 방안’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는 경제적 약자들에게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가맹·대리점주,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부담 전가행위, 불공정행위는 민생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더욱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도개선 방향성을 밝힌 바 있다.

◇대리점 단체, 교섭력 약한 중소기업에 필수=대리점법에 별도의 규정이 없더라도 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대리점주들의 자유다. 헌법상 결사의 자유가 보장하는 권리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리점법에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단체의 구성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점들의 단체 구성은 다양한 각도로 필요성이 제기돼온 일이다. 현행 대리점법은 대기업이 대리점에게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해 남양유업 사건 당시 논란이 된 끼워팔기를 막고 있다. 또 판촉비용을 전가하지 못하도록 “경제상 이익 제공 강요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법이 권리를 보장한다고 해서, 현실에서 권리가 자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리점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실현할 방법이 공정위 신고 외에 마땅치 않다. 공정위가 단속에 나선다지만 행정력이 수많은 대리점을 모두 포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법에 쓰여진 “~을 금지한다”는 소극적 권리의 실현도 어려운데, 적극적으로 대기업과 협상을 벌이기는 더욱 난망하다.

 

대기업과 대리점 사이의 지위차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대기업으로부터 주요 물품을 공급받는 대리점은 종속적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한 기업과 전속계약을 맺은 가맹점에 비해, 대리점은 복수의 거래처를 둘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취급하는 물품의 절반 이상을 한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 종속적인 대리점들이 많고, 인기품목에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업종에서는 지위차가 더욱 커진다.


가맹점에 적용되는 가맹사업법은 종속적 지위에 있는 가맹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단체구성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런데 대리점법에는 이 조항이 지금까지 없었다.

최근 우원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리점법 개정안도 취지에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리점은 가맹사업 정도의 본사 종속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으나 본사가 생산한 물품을 판매하는 일을 대행한다는 점에서, 본사와 대리점사업자 간에 일정수준 이상의 상생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단체결성을 통한 대항력이 부재하다 보니 본사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각종 부당·불공정한 거래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체구성권의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 개정안에는 대리점사업자단체 결성권 인정, 단체가 본사에 거래조건 등에 관한 협의 요청권 인정, 계약갱신청구권 강화, 광고 및 판촉행사 시 사전 협의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 역시 이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대리점법에 단체구성권을 명시하기로 했다.

◇보복조치 시 손해의 3배 징벌적 손해배상=대리점 사이에서 단체구성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2017년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 단체구성권 명문화 찬성비율이 77.6%였고, 2019년 공정위의 조사에서 제도개선 희망사항으로 단체구성권을 답한 비율이 23.8%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대리점 단체 가입률이 높지는 않다. 공정위의 2017년 조사에서는 14.9%, 2019년 조사에서는 23.0%로 전체 대리점 중 단체에 가입한 비율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원인은 보복 가능성 때문이다. 이학영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대리점법 개정안은 취지에서 “남양유업 사태와 같이 공급업자가 대리점의 사업자단체협의회 가입을 방해하거나 사업자단체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대리점계약 해지와 같은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발견되고 있는데, 이 같은 공급업자의 보복행위를 우려하여 대리점들은 사업자단체 활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복을 막기 위해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가입·활동을 이유로 공급업자가 대리점에게 계약 해지, 공급 중단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의 개정안은 대리점의 분쟁조정 신청이나 공정위 신고와 조사협조 등을 이유로 대리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보복조치 시 손해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안이다.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에는 보복조치 시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미 명시돼 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 통과 시 “거래상 열위에 있는 대리점의 협상력 강화, 피해구제의 제도적 기반 보강, 연성규범을 통한 자율적 거래관행 개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리점분야의 공정한 거래기반 조성과 포용적 갑을 관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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