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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여성작가가 비운으로 남지 않는 시대이길

거장의 그늘에 가려진 여성 조각가…카미유 클로델㊦ 

기사입력2020-09-22 14:42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비평의 조건’ 저자)
사실 천재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Camille Claudel, 1864~1943)이 살았던 19세기 말은 여성 예술가가 자신의 꿈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녀의 천재성을 높이 평가했던 로댕도 막상 그녀가 작가로서 프랑스 미술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하자 그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카미유는 힌두교의 전설에 나오는 인물인 사쿤탈라를 통해 연인의 아름다운 사랑을 표현한 사쿤탈라(Sakuntala)’라는 작품으로 1888년 프랑스의 권위 있는 미술 전람회인 살롱전에서 최고상을 받게 된다. 그 당시 미술계에서 카미유의 천재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대에 갇힌 천재 여성 조각가=하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함께 다가왔다. 이 작품이 출품됐을 때 로댕이 손봐줬을 거라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카미유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카미유는 사쿤탈라이후에 연이어서 왈츠’, ‘어린 소녀 샤틀렌으로 미술계의 극찬을 받는데, 이것은 카미유에겐 무척 기쁜 일이었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녀가 인정받을수록 세상 사람들은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욱 시기하며 깎아 내렸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은 그녀의 작품 속에는 로댕의 영향이 보인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그 뿐만 아니라, 카미유가 작가로서 활약이 점점 커지자 그에 비례해 카미유와 로댕 사이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다. 로댕이 카미유의 성공에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로댕과의 극심한 갈등과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던 카미유는 결국 1892년 로댕과 관계를 끝내고 그의 작업실을 나오게 된다.

 

이때부터 카미유는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로댕은 카미유와 결별 후 그녀의 성공을 원치 않아서 교묘하게 여러 가지로 그녀의 작업을 방해했다.

 

1899년에는 살롱전에 전시했던 카미유의 작품이 도난당했는데, 여러 정황상 로댕이 벌린 일로 보인다. 카미유는 이 사건 후 로댕이 내 것을 훔쳐 갔다!’라고 소문을 퍼뜨리며 로댕을 비난했고, 그로 인해서 그와는 완전히 결별하게 됐다.

 

카미유 클로델, ‘사쿤탈라’, 1888, 로댕박물관.<출처=www.musee-rodin.fr>

 

또한 그녀는 비평가와도 싸워야 했다. 카미유를 자연을 거부한 혁명, 여성 천재라고 극찬한 미술비평가도 있었지만, 이런 평가는 극히 소수였다. 대부분 그녀의 작품에 악평을 쏟아냈다. 그녀가 프랑스 미술계에서 설 자리는 아주 좁아졌다.

 

카미유는 점점 미술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와 더불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녀의 당시 일기와 편지에는 오로지 돈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족에게 돈을 빌렸고, 급기야 먼 친구에게까지 도움을 청했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카미유가 회복불능한 상황으로 가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다. 카미유의 절대적 지지자는 아버지였다.

 

그녀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지원해주는 구원자였다. 그런데 1913년 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때 그녀의 정신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아버지 장례식 이후 매일 로댕의 집에 가서 돌을 던지며, “이게 다 로댕 때문이다” “로댕이 내 작품을 훔쳐 갔다” “로댕이 음식에 독을 넣어 날 죽이려 한다등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여긴 남동생 폴은 결국 그녀를 빌레브라르 정신병원에 넣었고, 다음 해인 1914년 정신이상자 수용소인 몽드베르그로 옮겨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게 된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녀가 나이가 들어 정신이상자 수용소에서 쓸쓸히 죽어간 것이다. 이것은 여성의 천재성을 인정해주지 않았던 시대의 슬픈 이야기다. 남성 작가의 도움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던 시대의 민낯을 카미유 클로델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카미유 클로델을 비운의 천재라고 말한다. 로댕이라는 세계적인 거장의 그늘 아래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날개를 온전히 펴지 못한 카미유 클로델.

 

지금은 어떤가? 여성 차별은 암암리에 숨어 있다. 지금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는 현대의 카미유 클로델이 있을지도 모른다. 천재 여성 작가가 비운의 천재로 남지 않는 시대를 꿈꾼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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