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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징벌적손배…공정시장 질서 유지법

불법행위 기업 처벌하지 않으면, 법 준수기업이 피해자 된다 

기사입력2020-09-30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지난 2018년 12월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단소송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집단소송제 제정안과 함께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을 지난 28일 입법예고했다.

이들 법 제·개정안 입법예고 당일, 경총은 입장문을 내고 ‘입법예고 전면 재고’를 정부에 촉구했다. “블랙컨슈머, 악의적인 법률브로커 등의 문제가 우리나라의 소비와 쟁송 분야에 상존하는 상황에서 소송이 남발될 것이며, 기획소송 제기만으로도 감내해낼 수 없는 정도로 기업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게 반대이유다. 

같은 날 중기중앙회도 논평을 통해 “기획소송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경우 피소 사실만으로도 신뢰도 저하와 매출급감으로 기업활동이 어려워진다. 중소기업의 경우 도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개별법을 통한 선별도입을 요구했다. 

집단소송제에서는 기업의 불법행위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1명 이상이 소송을 제기해 배상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의 효력이 소를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에게도 적용된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면 피해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내지 않아도 구제(손해배상)를 받을 수 있는 소송구조가 만들어진다.   

집단소송제 도입과 함께 기업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상법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기업은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소송당사자만을 대상으로 손해의 전부 보전 또는 부분 배상만을 부담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가 시행되면 소송당사자 이외 다수 피해자에게 ‘징벌’ 수준의 배상액을 부담해야한다. 이런 이유로 재계는 특정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획소송이 남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도한 우려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 제정안은 2005년 1월1일부터 시행 중인 특별법 형태의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일반법으로 확대한 법안이다. 지난 15년간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소실태에 따르면, 재계의 기획소송 남발 우려가 기우임을 알 수 있다. 2020년 3월31일까지 법원에 제기된 집단소송 건수는 총 15건(피고 기준)이다. 1년에 1건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법원의 허가결정을 받아 본안심리에 들어간 사건은 모두 6건 뿐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25일 ‘집단소송·징벌적손해배상제도, 반드시 입법돼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현재는 소송남발을 우려할 시점이 아니라 오히려 이번 ‘집단소송법안’ 제정안과 같이, 그 동안 집단소송을 옭아매었던 장치들을 완화해 집단소송제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현실에 맞다”고 지적한 이유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따라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고, 무엇보다 소송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란 재계의 주장 역시 엄살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고의 또는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이 있는 기업에만 적용되고,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기업에는 적용될 여지가 전혀 없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액에 상한을 두지 않는 외국 입법례와 달리, 손해배상 상한액을 5배로 제한함으로써 기업의 부담도 줄였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법원은 기업범죄에 대해 징벌 수준의 배상액을 부과하지 않는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13년 이후 10여개 법률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운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감액 등을 통해 배상액을 조정함으로써 기업에 거액의 배상을 인정한 사례는 없다. 

이처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법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친기업법이다. 불법행위를 통해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영업을 하는 기업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정상적 기업이 피해자가 된다. 

아울러 다수의 집단적 피해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불완전 금융상품 사기 사건과 유사한 사건 재발방지 및 예방을 위해서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반드시 필요한 입법이다. 입법예고시 정부가 밝힌 일정에 따라 11월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정부·여당에 당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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