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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20대 후반 청년작가의 고민

Life is pain.ting #45. 2002가 2021에게③ 

기사입력2021-09-05 10:00

에어컨도 고장난 공간에서 어떻게 열대야를 보냈는지 모르겠다아마 여름 내내 몰입할 전시 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지난 여름 동안 두 번의 개인전을 치렀는데그 과정 중에 공간 프로젝트 매니저이자 작가인 20대 후반의 청년작가를 알게 됐다오프닝 날 조촐한 뒷풀이에 함께 한 그는 조용히 내게 자기 이야기를 했다전업 작가의 길을 가고자 하지만불안하기만 한 앞날과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지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의 어려움과 고민그것이 얼마나 무거운 마음인줄 알지만 불행히도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그러한 고민들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이 직업 자체가 영원히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제는 그냥 숙명처럼 받아들이거나 삼킨 상태이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아래에 첨부한 편지는 열병처럼 그러한 고민들과 사투하던 20대의 내가 미국으로 떠난 은사에게 보낸 편지에 그가 보내온 답장이다지금 다시 읽어보니 작가를 꿈꾸는 미대생들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그 때의 나는 대학원을 그만두고 작업을 접고 오랫동안 방황하다가 돌아왔지만거의 20년 전 내가 받은 이 편지가 고민을 이야기하던 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022021에게]미술을 전공한 많은 사람들이 조건만 된다면 기를 쓰고 대학교수가 되려고 하는 이유는 네가 말한대로 밥벌이 때문이다. 작가로서 작품만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은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1%도 안 될거다. 슬픈 현실이지. 게다가 교수가 되면 우리나라 같은 학력사회에서 플러스 알파가 무척 크지, 사회적으로도 교수하면 뭔가 있어 보이고, 작품가격도 덩달아 뛰고 지명도가 생기니까 작품도 잘 팔리고, 그렇지 않은 작가들은 돈벌이가 시원찮으니까 작업도 좀 시원찮아지고, 작업에 투자하는 재료도 조금은 영향을 받게 되고(비싼 재료 가급적 안 쓰게 되고 그렇잖아.), 그렇게 되지. 그러다 보면 있는 놈은 좀 더 작업이 부티 나고 없는 넘들은 갈수록 빈티 나고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나라 같은 사회에서 작가로서 살아나가길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있는 넘들이야 할 만하지. 할 말도 많고. 주머니에 돈 있는 넘이 한 끼 굶는 거하고 주머니에 한 푼 없는 넘이 없어서 한 끼 못 먹는 거하곤 하늘과 땅 차이지.

 

교수나 예고 강사나 학교 선생이나 학원 쪽으로 자리를 잡는 사람들은 그림 그리는데 어느 정도 편리한 위치를 점유한 사람들이라고 본다. 문제는 나머지다. 80년대 갑자기 늘어난 미술대학들이 지금은 거의 포화상태에 달해서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미술과는 관련 없는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게 현실이다.

 

나 같은 경우는 일찍부터 학원에서 그림 가르치는 일을 해왔으니깐 밥벌이는 거의 그것으로 했지, 가끔 일러스트 같은 거 해 주는 일이 가물에 콩 나듯 있었고 또 딱 두 번 개인전해서 그림 팔았었고, 뭐 그런 정도였다. 내가 대학원을 나온 것도 아니고 눈치 빠르게 유행하는 이슈들을 민감하게 따라 하지도 않아서 인기 있는 젊은 작가군에 들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작업을 하고 개인전을 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강사일이 다른 벌이보다 내게 맞았고 벌이도 작업할만한 정도였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나도 행복한 미술인의 부류에 넣어야 할 거 같다. 실제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주변에 학벌도 안 좋고 작업도 그다지 희망적이어 보이지 않는데도 열심히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 미술인들을 위해 무언가 뜻깊은 사업을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도 했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단지 구체적으로 실행할 만큼 분명하고 뚜렷한 조건이 생기지 않아서 실천을 못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작가를 꿈꾸는 미대생들의 고민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속으로 가슴 아팠던 적도 많았다. 특히나 학생들이 학원 강사라고 우습게 볼 때 그랬다. 그들도 학교 들어가고 졸업하면 그나마 이런 정도 작업 조건을 가지는 것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 테고. 그 다음에 그들이 자신에 대해 가지는 실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런 하소연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선생님은 좋은 학벌에 그나마 그 정도 직업이라도 가졌는데 난 지방대 나와서 앞으로 어떻게 작업해야 하느냐고, 작품은 계속하고 싶은데.”

 

이런 얘기 들으면 가슴이 정말 아프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수준이 아직 한참 뒤처져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예술을 이해하고 소비하는 수준이 소득수준에 비해서 비교도 안될 만큼 떨어져 있다는 거다.

 

그래도 어쩌냐? 버텨야지.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면. 주변에 보면 학원강사 할 만큼 실력이 안 되거나 그 쪽으론 아예 접고 다른 힘든 직업을 갖고 작업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막일을 하면서 하는 사람도 있고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하는 사람들도 있지. 작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난 그런 사람들을 존경한다. 대단한 열정들이지! 순수한. 그런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작업에 매달릴 수 있도록 작품이 판매되면 얼마나 좋겠냐!

 

이거 얘기가 너무 답답해지네.

 

포토샵이나 웹디자인 같은 기술을 배워두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거 같다. 화가라고 문 딱 닫고 붓만 들고 있는 게 능사는 아닐 테니깐. 뭐 그래도 되지만.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과 연관되는 돈 벌이를 한번 생각해봐. 잘 생각하면 재미난 일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지 말고. 술 마시면서 서로의 넋두리를 들어줘봐야 별로 생산적일 게 없으니, 대신 같이 술 마시면서 무슨 재미난 일거리가 없을까 궁리들을 해 봐라. 그게 뭐든.

 

순수 작업만 고집하는 것이 꼭 능사는 아닐 거야. 메이크업을 배우다 몰랐던 재미에 빠져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고, 조명도, 사진도, 디자인도, 미술감독도 등등. 찾다보면 제법 여러 가지 재미난 일들이 있지 않을까? 분명히 있을 거야.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윤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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