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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자연소재를 통해 발견되는 가족에 대한 사랑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④염정수 작가 

기사입력2017-10-05 11:03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의 명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형태의 인생 속에서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새긴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인생의 급류에서 잠시 벗어나 주변을 바라보면 남겨진 흔적들이 채워진 시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시간이 중첩되며 인생을 형성하고, 인생의 교차점에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 일상의 흔적 속에서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가, 중첩된 시간의 흔적으로 존재를 기록하는 작가 염정수를 만나보자.

 

Q. 작품이 굉장히 개념적이다. 본인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제 작업은 찰나의 순간이 아닌 중첩된 시간의 중복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연적인 소재를 통해 발견되는 가족에 대한 사랑, 희생,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조형적인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Q. 주로 시간의 중첩을 주제로 작업하는 것 같은데, 이와 같은 주제에 관심이 생긴 계기가 있었는가?

 

처음 작업 구상을 할 때는 시간이라는 것 자체에만 집중을 했었어요. 근데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에 가서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하다 보니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됐죠.

 

아버지 3, 220x220x140cm 방부목, DC모터, 린넨 2014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그 때 처음 부모님에 대한 생각, 감정도 깊어졌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정말 크더라고요. 나는 무엇을 표현하고 내 안에서 무엇을 끌어내고 싶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부모님께 한없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은데, 그게 사랑 이전에 자식을 위해 자신을 너무 많이 희생하신다는 느낌을 받은 거죠.

 

저도 막상 말로 부모님께 잘 표현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작업으로 표현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개념적인 작품이 어렵고 심오한 경우가 많지만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한 주제로 소통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그 감정 혹은 시간을 표현하는데 조형적인 작업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우선 제가 전공이 조소이기도 하고 설치적인 방식이 제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어울린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부모님께 이런 주제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저 혼자 만드는 작업이긴 해도 그 재료는 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통해 접해온 것들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분명 녹아있어서 더 이런 쪽으로 작업을 표현해 내지 않나 싶어요.

 

Q.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아버지가 굉장히 큰 모티브가 되는 것 같은데 염정수 작가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저에게 아버지라는 존재가 어렸을 때 너무나 무섭고 크고 위대했었는데, 세월이 지나 현재의 아버지를 보면 슬픔과는 다른 먹먹해지는 감정이 있어요.

 

아버지는 그 자체로 저에게 늘 멘토였기 때문에 제가 아버지라는 존재에 더 집착하고 사랑하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받으신 사랑이 다시 아버지를 통해 저에게 닿는 과정에서 아버지란 존재의 무게를 느끼게 되고 저 또한 언젠가 아버지가 되어 그 과정들을 겪을 테니까 이렇게 작업하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라는 존재를 더 알아가고 싶기도 하고요.

 

Q. ‘아버지 1’을 소개해줄 수 있는가?

 

아버지 1, 200x600x200cm 장작 2013

 

아버지 1’은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사실 저희 부모님이 도예가로 활동하셔서 집에 가는 길목 옆에 늘 장작이 쌓여있어요. 저는 겹겹이 쌓인 그 장작 속에서 시간을 보는데, 장작이 누군가에겐 그냥 나무로 보일 수 있지만, 저희 아버지에겐 굉장히 소중한 재료거든요. 그 이유는 장작을 단시간에 쪼개서 그냥 사용하시는 게 아니고, 쪼개고 바람에 말려 수년이 지나서야 장작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준비작업을 늘 저희 할아버지께서 같이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죠. 지금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장작이라는 재료 속에 함께 보냈던 시간의 감정들이 오롯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장작 하나는 굉장히 가벼운 소재이지만 저에게는 가볍지 않은 큰 의미가 담겨있어서 중첩된 시간들을 표현하듯 원형으로 연결돼 겹겹이 쌓여가는 모습을 통해 무게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죠.

 

Q. 실험적인 형태의 작업은 동시대적이지만 수집가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작가로서 작품 판매라는 측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어려운 얘기죠. 소장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면 충분히 설레는 일이지만 아직은 자신을 완성시키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매에 관심이 커지면 찍어내듯 만드는 상업적인 작업으로 본질을 잃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요. 당장은 판매에 목적을 두지 않고 전시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려 하고 있어요.

 

Q. 대다수의 신예 작가는 힘든 고행길을 걷고 있다. 작가 생활을 이어 가기 위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늘 많은 고민을 하지만 작업을 하는 가장 궁극적 이유는 작업할 때 행복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당연히 생활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작업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얻어 가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내년에는 새로 구상한 작업들로 다시 독일에 가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해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Q.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예술가인 부모님께 작가가 된 아들이 여러 의미로 느껴지실 것 같다. 이 글을 보시게 될 부모님께 남기고 싶은 말은 없는가?

 

부모님도 작업을 하시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업하시는 모습에 저도 영향을 받고 결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책임감 있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보여주셔서 감사하고, 더불어 저의 주제를 다뤄가는데 있어 많은 영감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믿고 지켜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힘이 되는 만큼 자랑스러운 작가로서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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