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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예술을 읽다

찰나를 기록하며 그 순간을 공유하려 한다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⑤노혜인 작가 

기사입력2017-11-08 19:08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변화를 목격하고 그 일부를 기억에 남긴다. 때론 어린 시절 사소한 행복이 현재의 나를 미소 짓게 하며, 때론 버티기 힘들었던 슬픔이 시간 속에 무뎌짐을 경험하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우리는 순간의 기억을 그렇게 잃어가곤 한다. 무뎌지며 희미하게 사라지는 기억과 풍경을 기록하는 작가가 있다. 찰나의 순간들을 붙잡아 공허한 현실 속 기억을 이야기하는 작가 노혜인을 만나보자.

 

Q. 작품이 담담한 느낌의 소외된 도시 풍경을 주로 잡아내는 것 같다. 무엇을 표현하는 작품인가?

 

저는 제가 바라본 기억을 그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하잖아요? 저에겐 그림 그리고 있는 순간들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어서 찰나일 수 있는 그 순간들을 기록하는 과정속에서 많은 분들과 순간을 영원하게 공유하려는 작품들이죠.

 

Full of memories l, oil on canvas, 116.8x91.0cm, 2017

 

Q. 사라져 가는 기억 혹은 공간을 주제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가?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과거의 기억이다 보니 선명하진 않지만, 저에게 아버지란 존재가 가슴 아픈 기억이었어요. 곁에 있지 못하고 떠나간 존재인데, 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화려하고 예쁘게 저를 꾸며주시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기억을 끝으로 만나 뵌 적이 없어요. 그때 그 기억이 정말 짧은 순간이었음에도 깊게 박혀있었거든요. 성장하면서 순간 미울 때도 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덤덤해지고 조금씩 무뎌지고 있음을 느꼈어요. 기억이라는 것 자체가 나라는 존재를 존재하게 해주는 중요한 부분이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작업을 하면서 이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과거 작품에는 초현실적인 작은 인물이 등장했는데, 최근에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주제 표현 방식에 변화가 생긴 계기가 있었는가?

 

계기라기보단 기존의 작업은 장소를 선정할 때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작품의 배경이 될 장소를 정했을 때 그 안에 외로움, 슬픔, 행복 등 감정이나 의미를 찾아 넣으려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의미를 좀 덜어내고 기존에 인지하지 못한 풍경 그 자체에 더 집중해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예전 작업이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면 최근 작업은 매우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풍경을 그리게 된 거죠. 기존 작업에서 의미 부여라는 측면을 최대한 걷어내기 위한 연구로 현재의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표현방식도 달라진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는 왠지 공허한 도시 풍경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떠올랐다.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는가?

 

맞아요. 제가 에드워드 호퍼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특히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요. 책에 분석된 현대인의 고독이나 소외라는 측면을 다 떠나서 그냥 봤을 때 느껴지는 덤덤한 분위기와 색감 모두가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최근 영향을 받는 작가로 헤르난 바스가 있어요. 주제적 측면은 저와 굉장히 다르지만, 뭔가 생각해냈을 때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려 한다는 점이 좋아서 저도 좀 더 과감하게 표현해 가는 방식으로 확장해보고 있어요.

 

A place of memory-l, Oil on canvas, 112.1x145.5cm, 2017

 

Q. 그럼 신작 중 ‘A place of memory’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A place of memory’는 미아사거리 창녀촌을 그린 풍경인데요. 그냥 보기에는 그렇게 느껴지시지 않을 거예요. 사실 우연한 계기였어요. 이 지역에 친구가 살아서 지나치다 골목 안쪽을 보게 되었는데 겉과 속이 너무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대로 주변은 차가 다니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일반적인 동네의 모습이었는데, 안쪽은 대낮임에도 너무 고요하게 빨래만 널려있었어요. 우연히 들어가 본 골목이었지만, 이질적 풍경이 공존하는 그 지역의 모습이 기억 속에 박혀서 그린 작품이에요. 초기 작품이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에서 시작되었다면 최근 작품은 제 주변인들이 속해 있는 공간들을 방문했을 때 경험하게 된 기억들을 토대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a place of memory’도 좀 더 넓은 시야로 접근한 작품이에요.

 

Q. 그렇다면 감상자는 그 작품들을 보며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개인의 경험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를 확장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이나 기억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게 제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인 것 같아요. 과거는 주제의 중심이 저였다면 현재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 시선으로 옮겨가고 있는 과정이고 앞으로 더 확장해 나가려고 해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으시기보단 제가 그 풍경들을 마주하고 느낀 순간의 감정과 기억들처럼 감상하시는 분들도 제 작품을 마주한 그 순간을 직접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냉정하게 얘기해서 비슷한 형식의 풍경화는 생각보다 많이 접할수 있다. 본인 작품이 다른 작가와 차별화되는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 노력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앞서 헤르난 바스를 좋아한다고 얘기한 이유도 본인이 느낀 걸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저도 요즘 예술의 무게감을 덜어내려 노력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점점 추상화 계열로 변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장 비슷하게 그리는 작가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어도 제가 고민하고 성장하는 만큼 그 진솔한 감정의 공감력은 커지지 않을까요?

 

Worlds Within,116.8x91cm,oil on canvas, 2015

 

Q. 여러모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현재 20대의 신예 작가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금전적인 거죠.(미소) 다만, 작가로서 이제 시작인 제가 그림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벌써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현실적으로 여러 부업을 하며 활동하다 보니 함께 버티다가 포기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마음 아파요. 저도 앞으로 버텨나갈 시간들에 대해 걱정도 많이 되고요.

 

Q. 그렇다면 차후 그 고민을 어떻게 극복하여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인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돈을 많이 버는 작가로 성공하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저는 그냥 제가 삶에서 느끼는 것들을 소박하게 담아내는 것이고, 작품을 통해 누군가와 공감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목표이고 제 꿈에 더 가까워요. 그래서 앞으로도 부업도 많이 해야겠죠. 일단은 종로구에 있는 아트팩토리에서 1115일부터 23일까지 개인전을 진행하기로 되어있고, 논문을 마무리하면 혼자 해외로 여행을 떠나 많은 것을 보고 그 영감을 토대로 작업을 발전시켜 나가볼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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