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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규제로 핀테크 스타트업 사업추진 어렵다

美英中 핀테크 성장…“韓, 포지티브규제를 네거티브규제로 바꿔야” 

기사입력2017-11-09 11:04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핀테크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전망에 따르면, 2013290조원이었던 글로벌 핀테크시장 규모는 지난해 690조원이고, 올해 800조원까지 확대된다

 

최근 국내 핀테크산업도 눈에띄게 변화하고 있다. 올해 초 ‘P2P(개인간) 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됐으며, 각종 페이의 등장으로 간편결제도 대중화됐다. 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도 열렸다. 비금융사업자인 핀테크업체 역시 소액이지만 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국내 핀테크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美··中 중심 전세계 핀테크 비즈니스 쑥쑥’=핀테크의 중요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핀테크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이 가장 적극적이고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의 유럽국가와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도 핀테크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미국은 투자자보호와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엄격한 금융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지한 것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비합리적인 규제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스타트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기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특히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 등 면책제도를 통해, 기업이 특정사업의 합법여부를 규제기관에 질의하고 허가답변을 받은 후에는 징계를 받지 않도록 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영국의 핀테크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해 미국과 함께 핀테크 강국으로 올라섰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의 금융 혁신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세계 최초로 금융규제 샌드박스(Regulartory Sandbox)’를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핀테크기업이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면, 규제와 관계없이 일정기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금융시장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관련규제 비용과 리스크를 최소화함으로써 핀테크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했다는 평가다.

 

금융산업이 낙후됐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중국의 핀테크산업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내 핀테크 거래금액은 4433억달러로 미국(7693억달러)에 이어 두번째다. 중국 정부는 핀테크산업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기업의 시장진입을 유도함으로써 기존 금융사와의 경쟁을 통한 금융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시범지역이나 기업에 규제를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기업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사후에 보완해 법적·제도적인 환경을 완비하는 식이다.

 

핀테크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성장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비대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각종 데이터가 넘쳐나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하는 탓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신기술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기업이 덩치를 불려가고 있다. 2013년 다국적 농업생물공학기업 몬산토에 12000억원에 인수된 클라이메이트 코퍼레이션(The Climate Corporation)’이 대표적이다.

 

클라이메이트 코퍼레이션은 농부를 대상으로 대출과 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회사는 시중은행과 달리 농부가 소유한 땅, 여기에 심을 곡식의 종류에 따라 대출실행 여부를 심사한다. 미국 전역의 토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가능했다. 이를통해 1년뒤 어느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할 것인지를 예측한 것이다. 고도화된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에 기존 은행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서비스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또 핀테크기업 온덱(OnDeck)의 경우 대출신청자의 금융기관 거래내용, 현금 흐름, SNS에서의 평판 등을 고려해 신용평가와 대출여부를 심사했다. 이외에도 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건강관리를 하고 검진을 받으면, 보험금의 이자를 지급하는 오스카(Oscar insurance), 고학력·고소득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상환 중인 학자금대출을 차환해주는 소파이(SoFi)도 주목받는 핀테크 기업이다. 최근에는 기존 은행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규제 “금지사항만 정한 네거티브 규제를”=반면 국내 핀테크산업 성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 100대 핀테크기업 가운데 한국기업은 하나도 없다. 전통적인 금융강국인 미국이나 영국기업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볼수 있지만, 중국의 핀테크기업도 8개나 올랐다. 아시아지역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금융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2015‘IT·금융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핀테크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2단계 핀테크 발전 로드맵을 통해 국내 핀테크산업 정책의 초점을 육성에서 발전으로 전환했다. 올해 초 미래창조과학부는 ()산업 규제혁신 관계 장관회의에서 핀테크 규제혁신 방안을 통해 가상통화·외환송금, P2P금융,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핀테크기술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같은 금융규제 완화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허용되는 사항만 나열한 포지티브규제가 여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핀테크 선진국의 규제가 대부분 금지사항만 정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인데 비해, 한국은 허용된 영역의 사업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가 주류다. 일단 사업을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법에 근거가 있어야 승인이 되는 사전규제이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이를 해결하고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예컨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일임서비스의 비대면 가입을 제한하는 규제로 온라인 투자일임계약이 불가능하다. 일임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완전판매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같은 금융환경은 기존에 고객을 확보했고 지점을 보유한 금융사엔 유리하지만, 신규 핀테크기업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출시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현행 금융규제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하려면 은행지점을 방문해 서류를 통해 가입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P2P 금융투자 한도를 제한하고, 고객자산 분리관리 등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도 핀테크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핀테크기업 역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어, 관련법상 금융기관이 아닌 핀테크기업의 P2P 대출시장 진입은 불가능하다.

 

핀테크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설치한 지원센터도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의 월평균 상담 건수는 월평균 7.78건으로 채 8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핀테크기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데모데이에 수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핀테크기업에 3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말뿐인 전시행정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는 8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한국핀테크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2017 핀테크 비즈니스 컨퍼런스&잡페어에서 현재 포지티브규제를 네거티브규제로 변화하지 않는다면글로벌 핀테크산업에서의 주도권은 영영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샌드박스제를 도입하고 불합리한 주요규제를 상위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내년부터 PSD2(유럽은행감독청이 규정한 결제서비스 지침 개정안)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경우 자신의 정보를 핀테크 회사에 의무적으로 줄 수 있도록 했다국내도 금융기관 정보를 개방해서 핀테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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