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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확인서 발급 안하면 하도급대금 두배 벌금

내년 4월부터…미발급으로 혜택 못받은 간접수출액만 246조 규모  

기사입력2017-11-14 19:56
#1.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A사는 승용·상용 및 농기계 트렉터용 머플러를 제조·납품하며 연매출 18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강소기업이고 1차벤더다. 그러나 A사의 직수출은 4만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기업 납품을 통한 간접수출이다. 따라서 구매확인서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받고자 대기업에 발급을 문의했으나, 서류상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발급을 거절당했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지만, 사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한 A사는 울며겨자먹기로 혜택을 포기했다.

 

#2. 정밀소재 제조기업 B사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관련기업에 물건을 납품하고 대금을 지급받는 식으로 사업을 지속해왔다. 그러던중 거래업체가 B사로부터 납품받은 상품을 캐나다로 수출하게 됐다. B사는 무역금융 대출을 받기 위해 구매확인서 발급을 거래업체에 요청했지만, 초보 수출기업이었던 거래업체는 해당 업무를 잘 모른다며 이를 거부했다.

 

한국무역협회 서비스정책 지원실 박준 실장은 14일 무역협회가 주최한 구매확인서 발급 의무화 관련 하도급법 개정 설명회에서 현장에서는 구매확인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대부분의 간접수출업체가 하청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원청업체가 거부하면, 하청업체는 불이익이 생길까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구매확인서 발급 의무…간접수출업체 혜택

 

하지만 내년 4월부터는 구매확인서를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한다. 이에따라 수출기업에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간접수출업체도 직접수출업체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국내 수출기업은 바이어를 통해 직접 제품을 수출하는 직접수출업체와 수출용 완제품에 투입되는 원·부자재를 최종수출기업에 공급하는 간접수출업체로 나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간접수출은 국내간 공급으로 공식 통계상 수출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직접수출기업에 제공되는 부가가치세법상 영세율 적용, 무역금융 지원, 관세환급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따라 정부는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의 특수성을 고려, 간접수출이라 하더라도 내국신용장이나 구매확인서로 실적이 확인되면 수출실적으로 인정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내국신용장은 수출업자가 국내에서 수출용 원·부자재나 완제품을 조달할 때, 외국환은행이 수출용 물품 구매확인과 은행의 지급보증 증빙을 위해 발급하는 국내용 신용장을 말한다. 신용장을 발급함에 있어 외국환은행은 개설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신용장 개설여부, 한도 등을 다르게 책정한다이 때문에 신용장 개설이 불가한 기업과 거래하는 업체는 간접수출을 하고 있음에도, 수출실적을 인정받을 수 없다. 즉 국내신용장을 대체하기 위해 인정하고 있는 것이 구매확인서다. 구매확인서는 내국신용장을 개설할 수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내국신용장에 준해 수출용 공급임을 확인하는 증서로, 내국신용장과 효력은 거의 유사하다.

 

구매확인서 미발급으로 혜택 못받은 간접수출액 246조원

 

하지만 내국신용장 또는 구매확인서를 통해 직접수출업체와 동일한 혜택을 받고 있는 간접수출기업 수는 극히 적다. 무역협회가 지난 6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수출액 575조원 가운데 수출용 원부자재를 공급하고도 원사업자로부터 내국신용장 또는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해 혜택을 놓친 수급사업자의 간접수출액 규모만 246조원에 달한다.

 

내국신용장과 구매확인서의 효력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현행 하도급법이 내국신용장 개설만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청업체는 수출용 원부자재를 납품받은 후 하도급업체의 수출실적 인정을 위해 내국신용장만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준다. 구매확인서 발급은 의무가 아니다.


14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구매확인서 발급 의무화 관련 하도급법 개정 설명회’   ©중기이코노미
국내신용장의 경우 은행의 지급보증 기능이 있는데다, 수수료가 비싸고 발급기업의 담보조건, 융자한도 등에 따라 제약이 있어 발급을 꺼리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반면 구매확인서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발급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내국신용장보다 구매확인서 발급을 선호한다. 실제 지난해 발급된 구매확인서는 1122000(203조원)으로 내국신용장 발급건수인 126000(22조원)10배에 달한다.

구매확인서 요청 거부하면 하도급대금의 두배 벌금

 

구매확인서에 대한 기업선호도가 이처럼 높은데도, 지난해 구매확인서가 발급된 간접수출액(203조원) 규모는 구매확인서 또는 내국신용장이 미발급된 간접수출액(246조원) 규모보다 적다. 원청업체가 구매확인서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원청업체가 내국신용장 발급이 어려울 경우, 구매확인서를 의무적으로 발급해주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지난 9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개설한도 부족 등 정당한 사유로 인해 내국신용장 발급이 어려운 경우, 수급사업자가 구매확인서 발급을 요청하면 반드시 구매확인서를 제공해야 한다. 개정된 내용은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만약 원청기업이 구매확인서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 하도급법에 따라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응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물품 구매전이나 구매후에 신청할 수 있다.

 

박준 실장은 법이 개정됐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마다 거래형태, 업종특성 등에 따라 구매확인서 발급이 복잡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발급의무를 강화하고, 쉽게 구매확인서를 발급·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치를 통해 원청-하청 사업자 모두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내국신용장이나 구매확인서를 통해 국내 수출용 원부자재 공급을 수출실적으로 인정받으면 다양한 혜택이 있다. 원자재 및 완제품 구매자금 또는 포괄금융 등 무역금융 융자를 신청할 수 있으며, 무역금융 한도책정 대상 실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또 영세율 적용 대상으로 부가가치세만큼 자금활용이 가능해지고, 관세환급도 받을 수 있다. 이밖에 정부 또는 유관기관 등의 업체 평가시 수출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마케팅, 포상, 인력공급 등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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