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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가는 사회적 이슈와 기억들을 상기시키다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⑨양호정 작가 

기사입력2018-03-12 10:55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평창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개최돼 남북 간의 여러 상황들이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다. 주로 남북 정상의 만남이나 그 외 커다란 정치적 이슈들이 대중의 눈을 사로잡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작은 사회적 이슈들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고 기억 속에 사라지곤 한다.

 

양호정은 배제되어 잊혀가는 사회적 이슈와 기억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다. 그녀는 좋은 예술은 대중이 망각하고 있는 것들을 자극하여 다시금 바라보게 만들고 기억하게 이끄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가려진 시야를 응시하며 드러내는 작가, 양호정의 작품에 주목해보자.

 

Q. 자신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저는 예술가는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서 사람들의 기억을 끌어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렇게 잊혀가는 사회적 기억들을 상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다양한 주제 중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는가?

 

시작은 개인적 기억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어릴 때 엄한 아빠 밑에서 자라다 보니, 아빠하고 대화를 별로 못한 상태로 십대 시절을 보내게 되었어요. 성인이 되고 돌아보니 어릴 때 원망스러웠던 아빠의 훈육이 결국 다 나를 위해서 하신 행동들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그런데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 때문인지 아빠와의 행복한 기억을 스스로 머릿속에서 지워놓고 지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아빠에 대한 집착이나 애정결핍 같은 개인적 주제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더라고요.

 

‘what is on the hill’, oil on canvas, 90.9x72.7cm, 2016<출처=양호정 작가 홈페이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람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았어요. 정신없이 살아가는 와중에 너무나 쉽게 잊혀지는 기억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세월호 같은 일은 크게 이슈가 돼서 다들 기억에 담아두지만, 그 외 신문 끝자락에 있는 작은 이야기들은 제가 끌어내지 않으면 잊혀지는 것으로 느껴져서 다뤄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예술은 다수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개인적 기억이 아닌 사회적 기억을 향해 가게 되었고요.

 

Q. 다양한 작업 방식 중 유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솔직하게 얘기하면 전공하며 배운 게 유화이고 그것만 잘 알아서 새로운 걸 실험하기 이전에 알고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해보잔 생각으로 유화를 하고 있어요.

 

Q. 개인적으로는 표현방식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이 떠올랐다.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는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빌헬름 사스날이에요. 이 작가도 정치적인 이슈로 작업을 하고 개인적 주제로도 작업을 하는데, 매번 달라지는 다양한 표현들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빌헬름 사스날도 예술가가 사회적 발언을 해야 함이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작가여서 개념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를렌 뒤마란 작가도 좋아해요. 주로 여성 및 폭행을 당한 아이 같은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인데 제가 사회적 주제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런 접근법의 작가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Q. 자신의 대표작을 하나 소개해달라.

 

‘what is on the hill’을 소개하고 싶네요.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쿠르드족 사람들인데, 여자들이 대신 마을을 지켜요. 남자들 대신 마을을 자발적으로 지키는 거라서 사회 안에서 존중을 받고 있죠. 사실 저희 집이 아직 남아선호 사상이 많이 남아있어서 저도 차별을 겪어온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러한 차별이 우리나라 사회에도 똑같이 만연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관심이 갔어요.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갔던 시리즈 작업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시리즈를 더 진행해 나갈 예정이에요.

 

Q. the north 시리즈는 북한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

 

‘Whisper’, oil on canvas, 40.9x24.2 cm, 2016<출처=양호정 작가 홈페이지>

 

제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북한을 갔었는데, 우리와는 완전 다른 세계라는 것을 경험하게 됐어요. 너무 힘들게 사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목격했는데 뉴스에서는 정치적인 이슈만 부각돼서 편견을 갖게 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북한의 실상과 일상을 알리고자 제작한 시리즈였어요.

 

Q. 그렇다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보며 감상자는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저는 감상자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서 해석은 각자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이건 이렇게 이해했으면 좋겠어라고 접근하는 건 너무 주입식 감상이 되어버려서 머릿속에 오래 못 남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건 어떤 식이 아니라 오래도록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Q. 사실 사라지는 기억을 주제로 하는 작가는 종종 만나볼 수 있다. 본인의 작품이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표현 방법이 각자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무의식적인 터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기억은 무의식중에 사라지기 때문에 무의식에서 나오는 터치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하나의 작품을 여러 번 그려요. 왜냐면 그릴 때마다 다르거든요. 그렇게 표현이 쌓여가는 과정이 저만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해요.

 

Q. 여러모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현재 이십대의 신예 작가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1년 동안 사람도 안 만나며 쉬지 않고 작업을 했는데 오히려 딜레마에 빠진 것 같아요. 작년 아트바젤 홍콩, 뉴욕 아트페어를 둘러보고 오니 제 자신이 작아 보이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상 대학원에 진학해보니 교수님들은 형태가 맞지 않다. 조형적으로 안 맞다라는 식의 표면적 피드백만 해주셔서 그냥 유화학원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혼자 고립돼서 연구하다 보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서, 제대로 된 피드백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차후 그 고민을 어떻게 극복해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인가?

 

진행하던 시리즈를 추가하려다 보니 부딪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새로운 주제를 많이 찾아보고 표현 방식에 있어서도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그동안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은 길었지만 집중을 못했던 것 같아서 앞으로는 더 집중해서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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