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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티’ 건설 전제…‘사람’ 그리고 ‘인프라’

스페인 ‘산탄데르 모델’…관 주도 아닌 공동체·시민의 이해·필요 

기사입력2018-04-18 12:59
김성기 객원 기자 (skkse001@hotmail.com) 다른기사보기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이 높다. 최근 정부는 ‘스마트 시티(Smart City)’ 산업의 육성과 ‘스마트 도시재생’, ‘디지털 사회혁신 도시’에 대한 모색에 나섰다. 스마트 시티란 ‘ICT 기술을 활용해 도시기능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여, 도시문제 해결 가능성과 공공서비스의 편익을 높이는 도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의만으로 스마트 시티가 가진 다양성과 확장성을 담아내기엔 부족하다.   

왜, 스마트 시티에 주목하는가? 우선 도시에 대한 물리적 확장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공간도 그렇지만, 비용은 더 그러하다. 그래서 ‘재생(regeneration)’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서 재생이란 기존의 인프라·시설·환경을 해체하지 않고 보존한 채, 그 가치를 유용하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정부사업으론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들 수 있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재생을 포함해 시민 주도의 공동체 재생을 지향한다. 여기엔 관 주도 공공서비스 공급 모델의 한계도 한몫을 한다. 관 주도 모델은 서비스의 비용 효과성이 크지 않으며, 특히 새로운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는데 취약해서다. 그러므로 시민참여형, 민관협력형의 공공서비스 체계로의 개편이 장기적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기존 도시 관리·기능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보통신기술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IT기술은 시민편익을 높이면서 동시에 시민참여도 촉진할 수 있는 기제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마트 시티 모델은 앞으로 다양한 형태와 양상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내 동향을 살펴보면 ‘신도시 스마트 시티 모델’이 가장 두드러지는데, 송도 신도시와 부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도시는 IT·IoT 등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형 모델이며, 여기에 IT 대기업이 정력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역으로 이 모델은 구도심이나 도시재생 지역에 적용하기 힘든 모델이다. 

또 다른 모델로 이제 막 착수단계인, 행정안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사회혁신 모델(Digital Social Innovation Model)’이다. 이 모델은 ‘스스로 해결단’이라는 주민의 직접 참여방식을 지향한다. 다시 말해 이 모델은 ‘시민 참여형 소프트 인프라형 모델’이다. 디지털 사회혁신은 빅데이터·IOT·인공지능·AR 등 기술을 활용해 시민 주도로 새로운 사회혁신을 만드는 계획이자 행동이다. 

서울시의 올빼미 심야버스는 디지털 사회혁신의 좋은 사례다. 서울시는 이 버스노선을 결정하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하지만 아직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만드는 디지털 사회혁신 도시는 생소하기만 하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존 도시의 기능과 공공서비스의 혁신을 위해서는 시민참여형 스마트 시티 모델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국제적으로 스페인은 스마트 시티 실험을 선도하는 국가다. 바르셀로나는 매년 ‘글로벌 스마트 시티 MWC’라는 박람회를 개최한다. 또 스페인에서 디지털 사회혁신 도시 실험을 선도하는 도시는 산탄데르(Santander)다. 산탄데르는 스페인 북부 중심도시이며 인구 17만 규모의 항구도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산탄데르 도시는 환경, 주차, 조명, 치안 분야에 걸쳐 도시 전체에 약 2만개 이상의 센서를 설치해 공공서비스 에너지 소비를 30%가량 절감했다. 또한 산탄데르는 유럽연합의 ‘Organicity 프로젝트’에 포함된 3개 실험 도시중 하나다.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계속되는 이 프로젝트는 유럽연합이 도시 과제를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려는 실험으로, 스페인 산탄데르를 포함 영국 런던·덴마크 오르후스 등 3개 도시 소지역 단위에서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시민주도형 실험으로 진행된다.

산탄데르에선 이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건강·시민생활·에너지관리·안전·복지·관광·돌봄 등 8개의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주목할 부분은 개발한 모든 앱이 시민 커뮤니티가 기획하고, 만들어 이용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스마트 앱, DIY 제작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대학, 민간기업, 사회혁신부문, 행정 등이 협업해 기술지원 등을 뒷받침한다.  

스페인 산탄데르 모델이 디지털 사회혁신 도시에 막 착수한 한국사회에 주는 교훈은 상당하다. 첫째, 소규모 지역 단위의 실험 프로젝트를 중시하며, 이를 위해 오프라인 차원에서 리빙랩(living lab)이라는 공동 창작공간을 운영한다. 이때 소규모 지역 단위에 주목하는 이유는 시민의 실질적 이해와 필요에 주목하고, 주민참여를 통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즉자적 확인이 쉽기 때문이다. 

둘째, 커뮤니티 주도로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앱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여기서 핵심은 특정 커뮤니티(공동체) 주도라는 점이다. 이 방식은 기존의 기술을 이식하지 않고, 필요한 집단(공동체)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하고, 축적한다는 의미다. 결국, 산탄데르 모델은 지역내 여러 커뮤니티가 스스로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이용하는 디지털 사회혁신을 추구한다. 최근 국내에서 실험적인 도전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매핑 프로젝트’도 그와 같은 맥락에 있다. 

셋째, 도시 전역에 무선망, 센서 망 등을 깔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데이터 실험 프로젝트가 작동되고 활성화되는 중요한 조건이다. 

이제 막 ‘디지털 사회혁신 도시 프로젝트’에 착수한 정부는 산탄데르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지역을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치구 최초로 공공 와이파이망(WiFI))을 전역에 설치한 서울 구로구, 관광이나 여가·생활 등의 필요와 편익이 아주 큰 제주도와 부산의 해운대구,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 등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 내에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사회혁신가와 사회혁신조직이다. 그리고 사회 혁신가와 사회혁신조직이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술전문가(또는 기업)와 협업할 수 있는 역량 또한 필수 조건이다. 

이제 걸음마를 내딛는 단계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사회혁신 도시가 탄생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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