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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누구와 무엇을 위해선지 묻는다

노동·시민사회와 관계를 복원하지 못하면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한다 

기사입력2018-06-07 17:2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노동계·시민사회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답은 ‘NO’였다. 국무회의는 지난 5일 저소득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사실상 삭감하는 최저임금법 개정법률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민주노총이 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거부권 행사요구 거부, 최저임금 삭감법 국무회의 의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노동존중사회’를 공약했던 대통령이었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지만, 현실의 이해관계는 복잡했고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을 추동한 주체는 집권여당이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고려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렇더라도 문재인 정부 임기, 아직 4년의 기간이 남았음을 감안했을때 득보다 실이 너무 컸던 결정이다.

이번 최저임금 개정안에 따라 직접 타격을 받은 노동계의 주장은 차치하더라고, 고용노동부 스스로 개악안임을 실토했다. 개정안 국회통과 다음날인 29일, 고용노동부는 연간 2500만원이하 노동자 819만명중 학교비정규직 등 21만6000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심지어 2024년에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에 산입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저임금노동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거부권 미행사에 따른 손익계산서에 득보다 실이 컸다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에겐 가혹한 비판일 수 있겠지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론’을 실제 신봉하는지 의문이 든다. 소득주도성장론이 현실에서 구현되기 위한 전제조건,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여러차례 제동을 걸었다. 또 집권여당의 노동전문가라 할 수 있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소득주도성장론을 제대로 이해하는지도 의문이다. 환노위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뜻이 같았다면,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입법화될 수 없었다.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조삼모사식 억지주장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변을 보자. 대통령의 철학인 소득주도성장론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정치집단과 사회·경제세력은 누구인가? 극우·보수 야당과 보수언론은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해 광기수준의 반응을 보이며, 소득주도성장론 폐기를 위해 끊임없이 촛불정부를 흔든다. “펄펄 끓는 美·中·日 제조업…한국만 식어간다”, 오늘(7일)자 한국경제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또 재벌대기업과 소득주도성장은 태생적으로 코드가 배치되는 조합이다. 정경유착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줬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기억이 엊그제여서, 대놓고 반대를 못할 뿐이다. 

산업경제계로 한정하면, 소득주도성장 전략에 우군으로 참여할 사회·경제적 조건을 갖춘 집단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외에는 없다.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없다면, 소득주도성장은 그저그런 또하나의 거시경제 실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성공하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 5년은 실패한 정부로 기록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우군수준을 넘어 첨병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경제권력을 독점한 재벌대기업의 권력남용을 정부가 차단해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자신의 이해와 상반된 선택을 강요받는다. 수직 종속적 원하청관계에서 원사업자에게 부담을 가하면서, 하도급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이윤이란 존재할 수 없다. 언제나 원사업자가 용인해 주는 한도내에서만 하도급사업자가 이윤을 얻고 생존할 뿐이다.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못미치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는 중소기업의 주장, 최저임금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가맹점주와 소상공인의 결정은 시장논리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재벌대기업의 횡포에 맞서기엔 중소기업의 힘이 모자란다. 건물주의 심기를 정면으로 거스르기엔 자영업자가 시장에서 점한 위상이 너무 열악하다. 애초 불공정한 시장에서 이들이 택한 생존전략은,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한 부담을 자신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영세기업 또는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갑질 행태로 나타난다. 갑을관계를 척결하고 공정경제를 공약한 촛불정부가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는 꼴이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해법은 단 하나다.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특별하게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그것이 정책으로 실현됐을 때만 을들의 전쟁을 끝낼 수 있다. 강조하지만, 재벌대기업을 포함 기득권층의 탐욕을 정부가 강력한 수단으로, 지금 당장 억제하지 못하면 소득주도성장 전략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은 우리사회에 자본주의가 자리잡은 이후 100년가까운 기간동안 고착화된 ‘천민적 자본주의’를 뿌리부터 바꾸는 시대적 과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 그리고 정부내 일부 개혁적인 인사, 청와대 참모들의 의지만으로는 성공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 문제 해결, 최저임금법만 건드려선 해결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 로드맵에 따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우군화하는 과정에서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중소기업이 영세기업에게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정부가 해준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영세기업이 저소득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해도, 기업운영이 가능할거란 믿음을 줘야 한다.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철퇴를 가하고, 건물주의 과도한 임대료를 제한할 때 비로소, 소상공인·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도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말이다. 

소득주도성장 전략 시행, 지난 1년을 돌아본다. 재벌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은 고사하고, 의미있는 성과조차 있었단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하도급관계 개선책은 나왔지만, 여전히 적정 수준의 납품단가가 보장된다는 징조는 찾기 어렵다. 가맹본부의 갑질은 연일 사회적 지탄을 받지만, 가맹점주의 처우가 개선됐다는 통계도 안보인다. 이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옥죄는 과도한 임대료 , 카드수수료 과부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 강행으로, 그나마 소득주도성장 전략의 우군이었던 노동계 및 시민사회마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노동계 및 시민사회는 이제, 누구와 함께 무엇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폐기할게 아니라면, 노동계와 시민사회와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또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해법 또한 정부의 몫이다. 물론 지난 1년동안 미흡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보호대책 시행과 더불어 재벌대기업·기득권층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성공한 문재인 정부로 남기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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