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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언제까지 ‘을간의 전쟁’을 조장·방관할 것인가?

노동자 생활안정·영세기업 경영안정 함께 도모할 해법 제시해야  

기사입력2018-06-08 16:56

지난 5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불과 4시간여 남짓한 논의를 거쳐 같은달 28일 국회 본회의, 그리고 국무회의 심의·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희망을 봤다던 노동계에 그늘이 드리우는 데는 긴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정기상여금중 최저임금 대비 25%초과분, 복리후생비중 7%초과분을 시작으로 2024년이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개정안은 또 노동자의 동의없이 상여금 지급주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용자는 정기상여금 지급주기를 바꿔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다. 현물로 주던 식대를 현금으로 주면, 식대까지 최저임금에 우겨넣을 수 있다.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지만, 사용자가 임금항목만 바꾸면 최저임금액이 올라가는 마술이 벌어진다.   

 

2500만원이하 임금노동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게 환노위의 설명이지만, 이는 거짓이다. 개정안 국회통과한 다음날인 29일 고용노동부는 연소득 2500만원이하 노동자중 최대 21만6000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더욱이 개정안은 매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돼 해당인원은 계속 늘어난다. 임금노동자의 소득증대를 통해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정부의 경제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게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이다. 

 

노동계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최저임금연대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최저임금 삭감법으’로 규정했다. ‘노동자 패싱’이란 성토도 쏟아졌다. 노동자 의견을 무시한 채 국회가 수십만 노동자의 월급을 좌지우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비난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16.4%,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인상률에 대해 경영상 애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많았기에, 이들 기업의 부담이 클거란 사실은 명확했다. 정부 또한 이를 알았지만,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이 중대한 문제였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정부는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포함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발표했고, 지금도 여전히 보완책을 마련중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는 개정안 통과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영세기업의 경영안정을 병행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옥죄는 임대료를 제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을 근절함으로써 이들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경제실천시민연합은 지난 30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중소·영세기업 경우도 많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상가임대료·가맹수수료·신용카드수수료 등 구조적 비용문제가 크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는 상가임대료, 가맹수수료 및 불공정행위 근절, 신용카드수수료 등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조속히 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언제까지 ‘을간의 전쟁’을 조장하고 방관할 것인가? 온탕냉탕 넘나들며 오늘은 노동계, 내일은 경영계, 이쪽저쪽 한번씩 손들어주는 식으로는 사회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근본적인 구조전환없이는 제로섬 게임만 반복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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