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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국회 직무유기때문에 임차인이 살인미수자가 됐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한다 

기사입력2018-06-15 13:22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가 건물주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임차인 김모씨는 2009년부터 ‘궁중족발’을 운영했고, 임대인 건물주는 2016년 1월 해당건물을 인수했다. 김모씨 주장에 따르면 임대인이 임대보증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월세를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김모씨는 반발했지만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난 3일 법원결정이 강제집행됨에 따라 김모씨는 쫓겨났다. 사건발생 당일 김모씨는 임대인 집앞에서 1인시위 도중 임대인과 마주쳤고 사달이 났다.

 

임대인 역시 미치고 팔짝뛸 노릇이었을테다. 법적으로 문제없이 인상한 월세를 받아야 하는데, 김모씨가 가게를 점유해 돈이 줄줄 새는 상황이었으니. 4배든 5배든 월세를 올리는건 임대인 맘이다. 세입자는 가격에 불만이 있으면 나가면된다. 임대인 입장에서 김모씨는 사유재산을 불법으로 점유한 범법자다.

 

황당하기는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도 매한가지다. 10~20만원도 아니고 한번에 900만원을 올려달라는게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새빠지게 일해서 남는 주는 꼴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지만, 그간 만든 단골들은 어쩌란 말인가. 장사꾼에게 손님은 재산인데, 가게를 옮기라는건 재산을 두고 가란 말과 같다. 손님을 모으고 가게를 꾸미느라 들인 인테리어 비용 등 투자금도 만만치 않다.

 

비극은 법적 권리와 인간의 감수성 간 괴리에서 시작됐다.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계약기간 5년이 지나면 5%로 제한된 임대료상한선을 적용하지 않는다. 김모씨의 경우 계약기간 5년이 지났기 때문에 임대료 결정은 상가임대차법이 정한 임대인의 권리다. 임대인은 법적 권리를 행사했고, 임차인은 그 권리행사를 막기 위해 임대인의 감수성에 호소했다. “인간적으로 4배인상은 심한 것 아니냐”, “돈이 좋아도 그렇지 상도에 어긋난다” 등 등. ‘악법도 법’이라는 법원의 매서운 질타가 돌아왔고, 사태가 심각해져 김모씨는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삼키기 전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소크라테스가 실제로 한 발언은 “죽으라면 죽겠다, 이 더러운 세상”이라고 한다. 이번 궁중족발 사건을 접하고, 김모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이해한다는 말과 함께 ‘악법도 법’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악법도 법’이라는 굴레는 2400년전 현인이 우리에게 남긴 가르침이 아니다. 오히려 현인은 악법이 관철되는 현실을 ‘더러운 세상’이라 했다. 

 

현행 상가임대차법으로 본 대한민국은 ‘더러운 세상’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법안이 뒷전으로 밀쳐져 있다. 5년은 상인이 투자금이나 겨우 회수할 만큼의 짧은 기간이다. 적어도 10년간은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게 합리적인 시민사회의 중론이다. 지대추구세력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거나, 예민한 주제를 회피하는 국회를 향해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더러운 세상’이라 외친 소크라테스와 ‘궁중족발’ 김모씨가 사는 세상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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