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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난민’ 혐오와 ‘벌레’ 혐오...무엇이 다른가

벌레처럼 핍박하고 죽이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지옥입니다 

기사입력2018-08-20 11:26
김준모 객원 기자 (gubtree@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벌레 보듯 한다.” 무언가(누군가)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모양을 표현한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들은 벌레를 보면 “꺅”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질색을 하고, 살충제를 뿌리거나 급하면 신문지라도 집어들어 벌레를 잡습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벌레를 싫어할까요? 바퀴벌레나 파리, 모기처럼 벌레들은 병균을 옮기면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종종 보이는 벌레 중에 가늘고 긴 다리를 잔뜩 달고 긴 더듬이를 움직이며 기어 다니는 징그럽게 생긴 벌레가 있습니다. 정식명칭은 그리마로 돈벌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마는 바퀴벌레 알을 먹어 해충을 없애는 익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리마를 좋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까요? 바퀴벌레를 보고 질색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리마를 보고 질색합니다. 징그럽게 생겼으니까요.

무언가(누군가)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반응은 이성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먼, 감각적인 차원의 반응인가 봅니다. 징그럽고 이상하게 생긴 것을 보면 우리는 질색을 하며 싫어합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대상은 우리와는 많이 다른, 혹은 많이 다르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그들’을 싫어합니다.

지난 14일 오후 제주시 노형로터리에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를 비롯해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집회를 열어 무사증 제도 폐지 및 난민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사진=뉴시스>

우리 인간들은 벌레처럼, 우리와 많이 다른 생명체만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같은 인간이면서도 싫어하는 대상이 있습니다. ‘우리’와 구분되는 ‘그들’은 우리와 다른 인종이거나, 다른 민족, 다른 종교, 다른 나라, 다른 지방 사람들일뿐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그 사람들을 끔찍하고 흉악한 모습으로 조작하기도 합니다.

2차대전 때 나치는 유대인들을 끔찍하고 흉악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유대인이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아이든 노인이든 모두 세상에서 격리시키고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전쟁의 광풍이 잦아들고 진실이 드러나자, 독일 국민들과 인류는 스스로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고개숙여 참회했습니다. 이제 인종이나 종교,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고 학대하는 것은 반인륜 범죄행위로 취급받게 되었습니다.

4년전, 신문기사에서 끔찍한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언덕에 모여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들은 무슨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있는지 챙겨온 의자에 앉아 언덕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스포츠 경기를 구경하듯 팝콘을 먹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미사일 폭격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맥주를 마시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학살당하는 팔레스타인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관동대학살’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1923년 일본 관동지방에 대지진이 일어나자, 일제는 흉흉해진 민심을 돌리기 위해 조선인들이 방화를 하고 우물에 독을 탄다는 유언비어를 의도적으로 퍼뜨려 학살을 조장했습니다. 조선인들은 그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6000여명이나 학살을 당했습니다. 일본 민간인들로 구성된 ‘자경단’은 조선인으로 의심되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칼로 베고 죽창으로 찔러 무참히 학살했습니다.

일제의 조작으로 일어난 만행 중에는 ‘만보산 사건’도 있습니다. 수로개척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던 만주 창춘시의 조선인 농민들과 중국인 농민들이, 1931년 7월2일 창춘시 교외 만보산에서 충돌을 합니다. 다행히 약간의 부상자가 있었을 뿐 심각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제는 조선인 다수가 살상됐다는 허위정보를 퍼뜨렸습니다. 조작된 ‘만보산 사건’이 알려지자 인천, 경성, 원산, 평양, 부산, 천안 등 화교 거주지역 중국인 상점과 가옥이 분노한 조선인 군중들에 의해 파괴됐고 구타와 학살이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진실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진정되었지만, 열흘동안 127명의 중국인이 살해당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하는 만행이 저질러졌습니다.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에 반대하며 난민법과 무사증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달도 안 걸려 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많은 사회문제를 압도하는 뜨거운 관심과 참여에 놀랐습니다. 문화마찰로 인한 사회문제, 자국민 안전, 진정한 난민인지 여부 등이 청원의 주된 이유더군요. 청원에서는 난민입국 허가에 대한 재고와 난민법 폐지 또는 개헌을 요구합니다.

나치는 독일인들의 동의 또는 방관 속에서 유대인을 학살했습니다. 유대인이 대다수인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차별 폭격을 당하는 팔레스타인을 보며 희희낙락합니다. 조작에 속은 일본 민간인들은 죄없는 조선인들을 살해했고, 조선인들도 일제의 조작에 속아 죄없는 중국인들을 살해했습니다. 그들은, 그리고 우리들도 나름의 논리는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 논리는 이성은 아닙니다. 벌레를 보는 것처럼 싫은, 그들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한 궤변이고 억지일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난민을 받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헌법을 포함하여 관련된 법과 제도를 모두 고치자고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나름의 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논리가 이성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혐오하듯 누군가 우리를 혐오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혐오하면 우리는 서로를 벌레 보듯 하게 됩니다. 사람들끼리 서로 벌레처럼 여기며 핍박하고 죽이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지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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