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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활성화 정부정책, 최대 수혜자는?

카드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 저신용자·영세업자 전담(?)…타당한가? 

기사입력2018-11-16 17:15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카드(card) 카트(cart) 바코드(barcode)를 일컬어 대형유통을 가능케 한 문명의 이기라 한다.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하면 계산원이 상품값을 일일이 확인해 계산하고, 고객이 지폐를 꺼내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는 구조라면 대형마트의 번영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때라도 내밀 수 있는 신용카드는 지불수단의 혁신으로 여겨져 현금유통을 급속히 잠식했다. 재래시장만 가지 않으면 주머니에 천원짜리 지폐 한장 없더라도 전혀 불편할게 없는 세상이 됐다.

 

현금의 대체 지불수단이 자리잡은 신용카드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선 카드 중심의 소비생활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인가도 되짚어 봐야 할 지점이다. 또  카드수수료가 유통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오랫동안 정부가 장려해온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이 올바른 방향인가도 한번쯤은 규명돼야 할 문제다.

 

IMF 외환위기를 수습하던 김대중 정부는 국민들에게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했다. 개인의 신용상태와 지불능력을 면밀히 분석해 발급돼야 할 신용카드가 길거리 모집책들에 의해 마구잡이식으로 남발됐다. 카드를 받지 않거나, 카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엄벌하겠다는 정부의 엄포도 있었다. 국민들의 지갑 속은 현금에서 카드로 빠르게 바뀌었고, 보유한 신용카드 숫자가 부의 척도처럼 여겨졌다. 세수를 투명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권장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 대형마트는 카드사와 제휴하고 발 빠른 마케팅으로 고객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카드사 또한 수수료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신용카드 남발의 병폐도 그만큼 컸다.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빚으로 떠넘기는 소비행위가 가져올 위험성에 소비자나 정부 모두 둔감했다. 2002년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됐고, 외환카드는 부실을 키운 탓에 론스타에 매각됐다. 가계부채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카드대란은 끝났지만 카드 중심의 소비구조는 확대·강화됐고,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여전히 진행형이다. 신용카드는 정부가 발행한 화폐와 같은 지불수단이 아님에도, 카드결제를 권장하는 정부정책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신용카드수수료 차별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대형마트·백화점의 1%대 수수료와 소매점의 3%대 수수료, 100만원짜리 상품에서 2만원이상 원가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상품을 소매점이 대형마트와 동일한 가격에 팔아도 2만원이상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카드수수료 차별이 존재하는한 대형마트와 소매점 간 공정한 경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대형마트·백화점과 카드사가 제휴한 각종 할인판매나 무이자할부 정책은 소매점·골목식당에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지난 13일 광화문에서 3000여명의 자영업자들이 모여 신용카드수수료 차별문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이유다.

 

신용카드는 문명의 이기로 사용자에겐 다양한 편익과 혜택을 부여한다. 반면 신용카드 발급이 제한되는 저신용자와 소득이 낮은 계층에겐 역차별로 다가온다. 결과적으로 카드사용을 통해 돈을 버는 당사자는 수수료수입을 챙기는 카드사와 대형마트·백화점 그리고 카드수수료를 부담할 수 있는 사업자뿐이다. 조세재원 확보와 소비자 편의 제고라는 공익을 위한 카드사용에 따른 사회적비용이 공정하게 분담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제라도 카드수수료, 카드발급·유지·운영 비용, 관련 인프라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비용을 현금사용자와 카스수수료조차 버거워하는 영세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게 공평의 관점에서 타당한가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카드사용 활성화 아니라 카드사용으로 빚어지는 유통의 불합리를 바로잡는 일이 먼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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