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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현상…채권자 권리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채무자가 보호받아야 할 권리는 인권이지 채무불이행 아니다 

기사입력2018-11-30 12:13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래퍼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행각이 방송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투’ 운동에 빗대 ‘연예계 빚투’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랩퍼 도끼, 가수 비,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 휘인, 배우 차예린까지 구설수에 오르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모두 별개 사건이지만 ‘빚투’의 내용은 한결같다. 부모가 채무관계를 청산하지 않고 도주하거나 버티고 있으니, 유명해진 자식이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다. 채무자의 자식으로 지목된 이들 연예인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일 수도 있다.

 

부모의 채무와 사기행각을 몰랐을 수도 있고, 재산을 상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 빚을 대신 갚을 법적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자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을 가로챈 채무자의 자식이 방송에 출연해, 19억원짜리 집 자랑을 하는 모습은 정말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의 억울한 사정을 고려했다면, 아무리 부모의 채무라고 하더라도 ‘피해 금액이 한 달 밥값밖에 안된다’는 망언은 하지 말아야 했다. ‘허위사실, 법적대응’ 운운하는 대목에선 공인답지 못한 처신을 넘어 오만함까지 엿보여, 앞으로 본인의 연예활동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사실 채권·채무를 둘러싼 송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성인된 국민들은 한번쯤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곗돈을 몽땅 들고 도주한 계주, 지인에게 몇백만원을 빌려주고 수년째 받지 못한 채권자, 물품대금을 갚지 않고 폐업한 사업주. 법원마다 소액재판을 통해서라도 떼인 돈을 받으려는 소송은 넘쳐 난다. 그러나 돈을 받기 위해 소송을 준비해 본 채권자라면, 돈 받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금방 절감한다. 오죽하면 돈 빌리는 것보다 받는게 더 힘들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소송절차의 어려움, 많은 시간과 비용, 여기에 채무자까지 잠적해 버리면, 돈 받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게 대부분 채권자가 맞닥뜨리는 현실이다.

 

채무자는 빚진 사람이다. 채권자는 돈을 받을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채권자는 부자이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독촉하는 사람으로 각인된 반면, 채무자는 피해자로 자리매김 됐다. 불법적인 행태의 채권추심이나 돈을 받기 위한 폭행 등이 사회 이슈화된 후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갖가지 제도를 만들었다. 야간에 빚독촉 금지, 개인파산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에 비해 채권자가 자기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은 별로 개선된게 없다. 수백만원을 받기 위해 수백만원을 주고 변호사를 고용하든가, 아니면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번 연예계 빚투 논란을 계기로 소액을 둘러싼 채권·채무 소송에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채무자의 인권이 보호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채권자의 권리 또한 법을 통해 보호받아야 한다. 채권자는 돈을 받지 못해 가정이 파탄 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오히려 채무자는 호화생활을 하면서 큰 소리를 떵떵치는 사회는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채무자가 보호받아야 할 권리는 인권이지 채무불이행은 아니다. ‘버티면 된다’, ‘알아서 받아 가라’는 식의 채무자의 오만이 통용되는 사회이기에 불법추심이 늘어나고, 유명해진 자식에게라도 돈을 받으려는 빚투현상까지 생겨난게 아닐까.

 

불법추심이나 폭력을 동원한 채무자 괴롭힘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채무관계가 법을 통하면 쉽고 빠르게 해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법을 몰라서, 도움 받을 길을 찾지 못해서, 변호사비용이 너무 커 제 돈 받기를 포기해야 하는 채권자에게 법원은 문턱을 낮춰야 한다. 빚투로 지목된 당사자는 억울할지 모르지만, 부모가 잘못했다면 자식이 대신 용서를 구하는게 도리다. 공소시효 또는 소멸시효가 끝난 일이라고 버틸 문제가 아니다. 법적책임과 무관하게 빚은 갚아야만 하는게 법이상의 통념이다. 오히려 늦어져 상대방이 받았을 고통까지도 헤아릴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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