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제로페이’ 공정한 지급결제시장 룰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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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공공 ‘제로페이’ 공정한 지급결제시장 룰 만든다 미래형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제로페이 “가입·활용 유인 적지 않아”

기사입력2019-01-02 15:17

정종열 객원 기자 (ppibi8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길프랜차이즈연구원 정종열 대표

지급결제 방식은 인류의 문명발달과 그 역사를 함께한다. 최초 물물교환 단계, 엽전에서 5만원 권까지 발행된 화폐 그리고 현재 가장 보편적인 카드결제 단계, 여기에 정보통신 발달로 이들 오프라인을 대체한 온라인 결제가 등장했고 스마트폰 일반화로 본격적인 모바일 결제 단계를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편의성뿐만 아니라 그 기능도 확대됐는데, 교환의 매개수단에서 가치저장에 이어 신용기능까지 탑재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로페이’로 촉발돼 본격화되고 있는 핀테크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수단은, 보편화되면 이제까지의 단순 지급결제수단을 넘어 일상생활의 플랫폼 기능까지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로 명명되는 핀테크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선점하려는 경쟁 역시 치열하다. 중국의 알리페이·위챗페이, 일본의 페이페이, 인도네시아의 고페이, 인도의 페이티엠, 미국의 페이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에서는 핀테크를 이용한 결제가 열풍을 일으키며 일반화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심이 돼 ‘제로페이’를 시범시행하고 있는데, 생존위기에 처한 카드회사 등의 반발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미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어 페이결제의 보편화는 시간 문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의 기본적 플랫폼 기능까지 담아 미래 결제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이에 따라 수수료에서부터 배달앱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 시장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원래 ‘제로페이’는 자영업자에게 부당하게 전가된 지급결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접근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를 확산하려는 홍보 등의 전략은 인간적 정리(情理)에 호소하는 측면이 있다. 공공이 추진하는 사업의 한계인 것이다.

만일 ‘제로페이’ 사업을 민간이 추진했다면, 일본의 페이페이 열풍에서 볼 수 있듯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 마케팅이 부가되며 한국판 핀테크 열풍이 불었을지 모른다. 구체적인 결제사는 민간에 개방하지만 공공이 허브를 담당하면서, 특정 민간업체가 독주하는데 한계가 있어 일면 폭발적 열기를 잠재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사실 저비용 고효율 구조상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절대비용이 일정 정도 감소하는데, 만약 민간업체가 독주할 경우 결국 결제수수료의 부당한 전가 또는 부과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생활의 기본 플랫폼을 특정 민간기업이 장악할 경우 또 하나의 ‘미래괴물’이 등장할 우려도 있다.

최근 기존 카드사들마저 신규 결제시장으로 뛰어들고 있어 치열한 ‘페이 생존경쟁’이 예상되는데, 건강한 미래 지급결제 시장과 일상생활의 플랫폼 사업시장을 위해서는 공공이 추진하는 제로페이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공정한 룰을 형성해야 한다.

따라서 공공이 추진하는 페이결제가 공격적 마케팅을 하고 있는 민간기업보다 우위를 점하고 질서 있게 안착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제로페이’의 경우 자영업자 대부분이 결제수수료 0%에 해당된다. 즉 올해부터 인하돼 개편예정인 카드수수료 체계를 적용해도,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로 결제하게 되면 연매출 3억원인 가맹점주는 최대 연 240만원, 연매출 5억원은 연 650만원, 연매출 8억원은 연 1120만원 까지 결제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또 장래 이를 기반으로 현재 고비용의 배달앱 수수료 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어, 일정한 시스템 구축 및 정비와 홍보가 뒤따른다면 제로페이 가입유인이 적지 않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카드혜택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불편하게 지갑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카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여기에 40%의 소득공제 혜택에 이어, 각종 공공시설 등 이용료 할인이나 지급결제사가 준비하는 일정한 마케팅을 한다면 최소한의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물량공세에 대응하고, 올해 3월 정식서비스가 개시된 후 대대적인 확산을 바라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우선 여신기능을 일부 탑재해 일정범위의 신용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편의성을 기반으로 사람의 ‘정리(情理)’에만 기대하지 말고, 소비자가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