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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부자’는 이웃·사회 위해 부를 베푸는 것

맹자가 부자는 어질지 못하다고 말한 까닭은? 

기사입력2019-01-30 10:45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산길을 가는데, 한 아낙네가 무덤 앞에서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 공자가 제자에게 가서 무슨 연유인지 물어보게 했더니, 이 산에 살고 있는 호랑이가 시아버지와 남편에 이어서 이번에는 자식까지 물어 죽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호랑이를 피해서 사람들이 많은 저잣거리로 가서 살지 않냐고 물었다. 거기에서 가혹한 정치에 시달리느니 호랑이에게 물려죽더라도 차라리 여기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이때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매섭다는 교훈을 잘 새겨두라고 일깨웠다. 이 이야기는 예기(禮記) ‘단궁하(檀弓下)’편에 나오는 것으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로 오늘날까지 잘 알려져 있다.

 

이 고사에서 가혹한 정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각 제후국들끼리 서로 패권을 다투느라 전쟁을 거듭하던 춘추시대로서 각 나라의 위정자들은 부국강병에 여념이 없었다. 부국강병을 하려면 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끌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니 백성들에게 악착같이 많은 세금을 거둬야만 했을 것이다.

 

맹자의 시대는 공자의 시대보다도 더욱 치열하게 전쟁이 벌어지던 그야말로 전국(戰國)시대였으니, 위정자의 입장에서는 혹독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더욱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야만 했을 것이다.

 

서안의 자은사(慈恩寺) 앞 광장의 병사들 석상. 병사들이 겉보기에는 늠름해 보이지만, 중국 왕조시대에는 언제나 안팎으로 민란과 전쟁에 시달리는 역사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백성들은 전쟁에 나가 죽고 다치지 않으면, 전비를 대느라 평안하게 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사진=문승용 박사>
그렇기 때문에 맹자는 정전법(井田法)을 시행해 나라에서 세금으로 거둬가는 공전(公田)과 개인이 일궈 먹는 사전(私田)으로 나눠서 대체로 백성들이 약 9분지 1 정도의 세금만을 부담해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맹자는 진심상(盡心上)’편에서 토지를 잘 관리하여 세금 거두는 것을 가볍게 한다면 백성들은 부자가 될 수 있게 할 것입니다(易其田疇, 薄其稅斂, 民可使富也)”라고 왕에게 진언했듯이,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를 펴고 형벌 내리는 것을 가벼이 하며 세금 거두는 일을 가볍게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렇지만 맹자는 백성들에게 세금을 무조건 적게 거둬야 한다고 했던 것만은 아니다. ‘고자하(告子下)’편에서는 백규(白圭)라는 이가 세금을 20분의 1정도만 거두려고 하는데 어떠한지를 물었다. 맹자는 세금을 무조건 적게 걷는 것은 오랑캐의 법도라고 하며 반대했다.

 

맹자는 자신처럼 생산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니며 왕들에게 좋은 정치를 할 것을 일깨우는 정치인은 일정 정도 노자의 명목으로 정치후원금을 받아야 역시 먹고 살 수 있듯이, 나라에서 백성들에게 걷은 세금이 올바른 정치를 하는 데에 잘만 쓰인다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여긴 것 같다.

 

최근 정가에서는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숫자가 매우 적은 편이라서 의원들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많은 국민들은 지금도 의원들이 하는 일 없이 비싼 세비를 받아먹는데, 의원 숫자를 늘리면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이 뻔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피땀을 흘리며 번 돈인데, 그것을 세금으로 더 내놓으라고 하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남성(河南省) 상구(商丘)에 있는 황금나무. 돈을 많이 벌수 있기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은 나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의 누런색과 불처럼 타오르는 것을 상징하는 붉은 띠로 장식을 하고 있다.<사진=문승용 박사>
그렇지만 세상일이 자기 혼자의 힘으로만 되는 일은 없듯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으로 큰 돈을 번 기업가라고 할지라도 역시 함께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소비자가 없었더라면 그만한 돈을 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 세금은 나라 살림을 위한 경비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사회보장과 경제개발을 위해서도 쓰이니 돈을 많이 번 이들은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서 국가발전과 사회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맹자는 등문공상(滕文公上)’편에서 양호(陽虎)라는 이가 부유하고자 하면 어질지 못하고, 어질고자 하면 부자가 되지 못한다(爲富不仁也, 爲仁不富矣)”라고 한 말을 인용했는데, 이 말은 어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부자가 되지 말고 가난해지라고 한 말은 아니다. 부자가 되더라도 정의로워야 한다고 말했던 공자의 말처럼, 이웃과 사회를 위해서 자신이 이룬 부를 기꺼이 베풀 줄 알아야 진정한 부자가 된다는 것을 일깨운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기독교 성경에도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구절이 있다. 그래서 15세기 지중해 무역을 통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 같은 부자들이 당시 문학가와 예술가들에게 많은 후원을 했던 것이고, 그 덕에 르네상스와 같은 문예부흥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로부터 서구 유럽이 근대사회로 발전해 나아가는 원동력을 북돋울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대개의 사람들이 열심히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고자 하면서도 정작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은 미워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부자들이 돈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 남들에게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이웃들을 위해서 자신이 번 돈을 기꺼이 쓸 줄 안다면 돈이 많다고 해서 부자를 미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 모든 사람이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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