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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자리,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이 전제돼야

광주공장 1000여명 노동자만을 위한 혈세투입은 부당하다 

기사입력2019-02-01 15:1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로드맵이 있는지 의문이다. ‘광주형 일자리’ 성사 그 자체에만 매달리는 정부태도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문서 또는 그래픽으로 존재하는 형식적인 일정표가 있는지를 묻자는 게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실현가능성 여부를 점검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가 좋은 건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좋은 취지로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지만, 지난 1년내내 ‘을들의 전쟁’을 만든 건 정부의 무능이다. 뒤늦게 카드수수료 인하·임대료 제한 등 자영업자대책을 내놨지만, 사후약방문으로 소득주도성장론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노사 상생 사회통합형 일자리 사업’이란 광주형 일자리, 무능한 정부가 또다시 ‘최저임금 사태’를 만드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뉴시스/광주전남사진공동기자단>
지난 31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일자리 투자협약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는)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속에 노사가 어떻게 상생할지 보여주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어느 지역이든 지역 노사민정 합의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받아들인다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발언 직후 자동차부품 관련 ‘군산형 일자리’, 전자 관련 ‘구미형 일자리’ 등 ‘○○형 일자리’ 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악화된 고용지표와 어려운 대내외 경제여건임을 감안해도,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설익은 대안이 난무해선 사정만 더 어렵게 할 뿐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대통령의 바람대로 ‘모범사례’가 될지, 또다른 ‘최저임금 사태’ 재현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금껏 앞뒤조차 분간 못했던 정부가, 정신을 차렸다고 가정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광주형 일자리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공과 같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 성공여부를 가늠할 키워드는 ‘적정 임금’·‘적정 노동시간’·‘노사 책임경영’·‘하청업체와 관계개선’이다. 이 4가지 조건은 사기업이 아닌 광주광역시에게 영리사업을 허가하고, 국민세금을 투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다. 그럼에도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협약에 서명한 지금도, 양자가 시드머니를 내고 광주공장을 짓겠다는 구상 이외 구체적인 운영계획이란 게 없다. 투자협약서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광주공장에서 1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1주 44시간 노동에 연봉이 3500만원이란 게 전부다. 

광주시와 현대차 투자금 이외 소요되는 자금을 제대로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접자. 또 광주공장 설립 이후 생산물량과 판매처에 대한 걱정도 하지 말자. 그래서 1000여명의 노동자가 광주공장에 취업했다고 하자. 연봉 3500만원에 정부의 주거·의료·교육 지원이 더해진다면 ‘괜찮은’ 일자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광주지역 제조업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2000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신규 취업할 광주지역 1000여명의 노동자들로서는 쌍수들어 환영할만하다. 정부는 1000여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고, 광주시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디딤돌을 구축했다. 게다가 광주공장 준공 이후 협력업체를 통해 1만1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제 물어보자. ‘노사 책임경영’이야 광주공장 내부문제니 제외하고, ‘하청업체와 관계개선’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신규취업자 1000여명에게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혈세 지원을 요구한 게 아니었지 않은가. 연봉 2000만원을 받는 광주지역 제조업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광주형 일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귀족노동자’의 절반 임금을 받는 ‘준귀족’을 새롭게 만들어, 연봉 2000만원 노동자 바로 위에 놓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 

광주공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군산형 일자리·구미형 일자리 등 재벌기업과 지자체가 한목소리를 내 국민세금으로 ‘준귀족’ 일자리를 만들겠다면, 그때는 또 어찌하겠는가. 그때도 또 해당지역 노동자를 3개의 계급으로 만들 요량이 아니라면, 광주형 일자리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추진해선 안된다. 광주공장만 괜찮은 일터가 아닌, 광주공장과 연을 맺을 협력업체가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 공정경제 생태계를 담보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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