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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역화폐가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몰린다

지역화폐 사용처에 편의점 포함…골목상권 활성화 취지 퇴색 우려 

기사입력2019-02-18 09:35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올해 4월 경기도가 ‘경기도지역화폐’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한다. ‘지역화폐를 매개로 한 복지연계형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라는 점에서 경기도의 지역화폐 실험은 전국적인 기대와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경기도지역화폐 사용처에 편의점을 포함한 대기업 가맹점이 포함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당초 기본취지를 약화시키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도지역화폐 연매출 10억원이하 프랜차이즈 가맹점 포함

 

경기도는 지난 13일 ‘경제활성화 대책…5대 정책 88개 과제에 1조9000억원 투자’ 발표에서 골목상권 활성화와 지역경제 선순환을 위해 31개 시·군 전역에서 4961억원에 달하는 지역화폐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 직영점을 제외한 매출액 10억원이하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지역화폐 이용대상이다. 여기에는 편의점도 포함된다.

 

경기도지역화폐와 관련 지역화폐를 연구해온 김병조 울산과학대학교 교수는 “경기도지역화폐는 사용하기 편리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편의점을 포함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재원을 흡수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게 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기이코노미

 

지역화폐를 연구해온 김병조 울산과학대학교 교수는 “2008년부터 발행해 온 성남사랑상품권(SN-GLC)의 경우 모범적이고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경기지역화폐는 성남사랑상품권의 성공경험을 토대로 확대해 시행하는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먼저 경기도지역화폐의 가맹대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성남사랑상품권의 경우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가맹가입을 철저하게 제한함으로써 지역화폐의 취지인 골목상권으로 돈이 돌게 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도지역화폐는 사용하기 편리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편의점을 포함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재원을 대기업이 흡수해 지역 외부로 유출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병매상품 취급·할인제공…편의점 주변 상권 블랙홀 될 것

 

특히 편의점은 ‘소상인’ 개념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지역화폐의 보급·발행·회수·활용·정책인지도·정책의 실행 및 효과 면에서는 긍정적 요인이 있으나, 정책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느냐의 여부를 심각하게 재점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편의점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문을 열며,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또 편의점은 강력한 병매상품((竝賣商品. 예컨대 담배·소주·라면 등과 같이 함께 구매하는 상품)을 취급한다. 아울러 편의점 멤버십 할인, 통신사 할인, 포인트 적립, 현금영수증 발행, 1+1 등 다양한 할인혜택 및 이벤트도 제공한다. 지역화폐를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주변상권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 교수는 블랙홀 사례로 소상공인 대체업종 및 대체상품을 다수 취급해 성장한 다이소와 그에 따라 소멸한 동네문구점 사례를 들었다. 지역화폐 가맹점에 편의점을 포함함으로써 주변 영세상인의 영업환경을 어렵게 만들어 골목상권·전통시장 생태계 자체를 붕괴시킨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편의점을 지역화폐 가맹점에 포함시킬 것인가는, 편의점 입장에서는 매출증가의 문제이지만, 전통시장·골목상권,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생사여탈권이 달린 문제다. 또 편의점의 이익이 지역 점주에게 귀속되지 않고, 편의점 본사의 이익으로 유출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편의점 포함여부, 지역·상권 특성 반영한 순차적 적용 필요

 

김 교수는 “편의점은 분명히 지역 소상인에 포함될 수 있지만, 운영수익의 한계·분배 등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본사-지점’ 간에 해소해야 할 사항”이라며 “편의점 문제는 시장포화 과당경쟁, 무분별한 개점, 24시간 영업강요, 상품 밀어내기, 한계점포 폐업신청 거절 등 ‘본사 갑질’ 근절을 통해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교수는 경기도지역화폐 사용처에 ‘편의점 포함’ 여부는 시·군별 특성·상황에 따라 6~12개월 유예하고 단계적·연차적으로 상황을 점검하며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또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서는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편의점 매출액 기준을 하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함께 편의점에서 지역화폐 상품권을 결제할 수 있는 시간을 골목상권 점포들이 영업을 마치는 야간시간대(예를들면 오후 9시~오전 9시)로만 제한하거나, 일정기간(예를들면, 5년이상) 경기도 내에서 거주하고 있는 점주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매출액 10억원이면 영세자영업자로 보기 어렵다”

 

경기도상인연합회 이충환 회장도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매출액 10억원이면 영세자영업자로 보기 어렵다”며 “경기도 지역화폐사업이 진짜 영세자영업자를 위한다면 매출액 기준을 낮추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은 “경기도지역화폐의 취지는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의 소득향상을 도모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연매출액 10억원이하 편의점이면 대부분의 편의점이 포함되기 때문에 돈이 결국 본사로 들어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기도 소상공인과 담당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연매출 10억이하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지역화폐 이용대상에 포함된다”며 “국가 소상공인 정책에 따르면 식품·음식업의 경우 연매출 10억원이하, 고용원 5인이하면 소상공인이고, 정부지원정책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포함돼 있어 경기지역화폐의 가맹기준도 같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담당자는 “10억원이하는 도의 가이드라인이고, 발행권자는 각 시·군인만큼 지역의 실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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