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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장 후보자 ‘최저임금’ 공약 폐기해야

‘공정경제’ 위해 재벌대기업과 맞서지 못한다면 후보직 사퇴하라 

기사입력2019-02-21 17:3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이라고 까지 불려지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전이 한창이다. 회장직을 차지하기 위해 5명의 후보가 나서면서 과열·혼탁이란 언론보도도 잇따른다. 정부로부터 부총리급 의전을 받으면서 집행하는 예산규모만 3조7822억(2018년)에 이르고, 하기에 따라선 금배지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그래선지 회장 출마에 필요한 기탁금만 2억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에 나갈 수 있는 돈보다 많다.

중기중앙회 회장에 걸맞는 역할만 한다면 금배지든 명예든 스스로 만들었으니, 그것을 향유하는 것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잔치 흥이 한껏 올랐는데, 향연에 참여한 주연들에게 이렇듯 초치는 소리를 하는 게 고까울 수는 있겠다. ‘원죄’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소기업이어서 겪는 고통을 덜어주고자, 재벌대기업에 맞서 싸웠던 단 한명의 회장도 본 기억이 없어서 하는 고언이다, 

지금껏 중기중앙회가 했던 역할을 돌아보자. 전국 곳곳 산업단지에선 재벌대기업의 횡포가 중소기업 숨통을 죄는데, 중기중앙회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흉내를 냈다. 

재벌대기업과 전쟁을 하라고 선동하는 게 아니다. 한국사회 산업생태계는 다른 나라에 없는 독특한 대기업 중심의 수직·종속적 원하청 구조다. 이런 환경에서 원하청 모두에게 상생의 전제조건은 호혜와 협력이지만, 대립과 갈등 또한 불가피하다. 대·중소기업 간 관계는 생산에선 협력하고, 분배에선 대립하는 노사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수직·종속적인 원하청 구조가 고착화되고 원청사 갑질이 일상화된 이유는, 분배과정에서 대·중소기업 간 대립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거래관행 때문이다.   

수평·대등한 원하청 구조로 바꾸기 위해 신임 회장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분배영역에서 대·중소기업 간 대립 관행을 정착시키는 일이다. 자신에게 표를 준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의 이해를 관철하려는 전경련 등과 다른 길을 가야한다. 

오는 28일 중소기업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제26대 중기중앙회 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이를 앞두고 최종 5명의 후보자들이 공개토론회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그런데 안타깝게도 회장 후보로 나선 5명 모두, 대기업 편향의 왜곡된 시장구조를 거부하고 대기업과 맞서겠다는 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전임 회장들이 걸었던 꽃길에만 관심이 있을 뿐, 진흙탕에 뒹굴며 벼랑 끝에 선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찾아 볼 수 없다. 

5명 후보가 제시한 공약 대부분은 중소기업의 고민을 담았고, 실현가능성에 다소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 재론하지 않겠다. 다만 5명 후보 모두 표현방법만 다를 뿐, 동일한 공약인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속도조절론은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겠다는 이들의 공약이 중소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돼서다. 그나마 쥐꼬리만큼 보유했던 중기중앙회 회원사의 경쟁력마저 훼손해, 중소기업의 완전한 도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가 비수도권 소재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 소재 중소기업 82.0%는 향후 지역 인재를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지역 인재가 지역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낮은 급여·복리후생 수준’(65.0%), ‘열악한 작업 환경’(35.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도 대다수 중소기업의 현실, 저임금에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조사결과다. 

중소기업 인력난은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30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중소기업 47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73.1%(348개사)는 구인난을 체감했다고 응답했다. 또 지난해 채용을 진행한 기업(369개사) 중 69.4%(256개사)는 계획한 인원을 채용하지 못했다. 

지방과 수도권을 불문하고 중소기업 현실이 이런데,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장시간 노동관행을 유지하겠다는 게 중기중앙회 회장 후보로 나선 5명 모두의 공통 공약이다.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기계·설비로만 라인을 가동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요량이 아니라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다.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현재 고용된 인력조차도 이탈하도록 만드는 나쁜 공약이다. 

중소기업의 지불여력을 고려하지 않은 청맹과니의 흰소리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최저임금조차 버거워해야 하는 잘못된 시장구조를 만든 건 중소기업 경영자 자신이고, 이들을 대표하는 중기중앙회다.

가맹본사의 수탈이 도를 넘자, 가맹점주들 스스로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단체를 만들고 가맹본사에 대항했다. 그 결과 가맹본부의 횡포가 세상에 드러났고, 정부 또한 가맹점주에게 부족한 수준이지만 ‘단체교섭권’을 부여했다. 여기서 더 나가 지금 국회엔 가맹점주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단체행동권’ 일부를 보장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가맹점주에게 보장된 단체교섭권, 필요에 따라선 단체행동권까지 중소기업이 누리지 못할 이유는 없다. 가맹점주와 중소기업이 다른 점은, 전자는 싸웠고 후자는 침묵했다는 사실뿐이다. 또 전자는 자신의 생존권을 지켜줄 단체를 스스로 조직했지만, 후자는 이미 조직된 단체조차 활용하지 못했다는 차이 뿐이다. 

중기중앙회도 그렇고 회원사인 중소기업과 그 기업에 속한 노동자는 모두 한 배를 탄 운명이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낮아지고 노동조건이 나빠지면, 그 노동자는 그 기업을 떠난다. 중소기업 경영자는 자신의 기업을 위해,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를 위해 대기업에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과 비교해 시장에서 지위가 낮은 개별 중소기업을 위해 중기중앙회가 나서 이들 기업에 힘이 돼 줘야한다. 

이런 이유로 중기중앙회 회장에 출마한 후보 5명 모두,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장시간노동이 필요하다는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 대신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지불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벌대기업과 맞서겠다는 공약으로 바꿔야 한다. 

그럴 생각없이 전임 회장들과 같이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면, 5명 후보 모두 사퇴하고 중기중앙회를 해산하는 게 중소기업에 보다 유익하다. 중기중앙회가 없다면 가맹점주 사례와 같이 중소기업 경영자 스스로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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