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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이치, 여유를 덜어내 부족한데 보태주는 것”

노자, “백성이 굶주리는 이유는 지배계급이 세금을 빼먹는 게 많기 때문” 

기사입력2019-03-18 15:45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예로부터 누구든 세금을 많이 내고 싶은 이는 없다. 지금도 연말이면 직장인들은 자신이 번 게 뭐 그리 많다고, 이리도 많은 세금을 내냐며 하소연하기 일쑤다. 물가는 오르고 돈 쓸 일은 넘쳐나는데, 번 돈을 세금으로 죄다 뜯어 간다며 정부를 원망하는 사람들도 많다. 

노자는 세금징수 문제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덕경』 제75장에서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은 지배계급들이 세금을 빼먹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民之饑,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饑.)”했다. 역시 노자가 참으로 옳은 말씀을 하셨다고 여길 이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또 노자는 제79장에서 “덕이 있는 관리는 세금을 약속증서로도 처리해 주지만, 덕이 없는 관리는 세금을 현물로만 징수하려고 한다.(有德司契, 無德司徹.)”고 말했다. 덕이 있는 관리는 세금을 내야할 백성들에게 현물이 없다면 약속어음[契] 같은 증서만 받고 기다려주지만, 덕이 없는 관리는 당시 주(周)나라 세법인 철법(徹法) 규정에 따라 10분의 1의 곡물을 가혹하게 거둬간다는 말이다.

세금 세(稅)자는 ‘벼 화(禾)’자와 ‘기뻐할 태(兌)’자를 합한 것이다. 옛날에는 곡식으로 세금을 냈는데, 세금 내는 일을 백성으로서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기쁘게 여겼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보다는 백성들이 세금을 기꺼이 내야 한다는 것을 당시 지배계급의 입장에서 풀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한자통』 참조)
여기서 철법(徹法)은 주나라 백성들에게 수확한 곡물의 10분의 1을 세금으로 부과했음을 알 수 있다. 이때보다 약 300여년 후 맹자가 주장했던 정전법(井田法)은 수확물의 약 9분 1을 세금으로 책정했다. 이로보아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대체로 소득의 약 10분의 1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노자나 맹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하루가 멀다 않고 전쟁이 벌어졌던 혼란기였다. 천문학인 전쟁비용을 감안하면 전체 수확량에서 약 10분의1 정도의 세금만을 부과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여러 자료를 통해 당시 거둬들였던 세금은 10분의 1보다 훨씬 많았다는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하튼 노자는 백성들에게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공자는 유가 사상을 통해 기존 지배질서를 옹호하는 논리인 예(禮)를 중시하고, 무리하게 권력을 동원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권력자들을 옹호하는 논리를 취했다. 반면 노자는 무위자연 사상을 통해 권력자들에게 경고했듯이, 세금문제 역시 일반 백성들의 이해를 대변했다. 즉 피지배계층 편에 서 가능하면 세금을 걷지 말아야 하며, 현물을 가혹하게 요구해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랏일을 책임지는 왕의 입장에서 백성들로부터 아예 세금도 걷지 않는다면, 급료를 받는 관리들을 둘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드는 나라의 일을 돌보지도 말라는 것이냐고 여길 수도 있다.

노자는 늘그막까지 주나라 왕실 도서실의 사관(史官)으로 공직생활을 했다. 노자 역시 나라로부터 급료를 받던 입장이었으니, 그가 백성들에게 아예 세금을 거둬서는 안된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백성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겨우 마련해 내는 세금을 가혹하게 거둬들인다면, 그것은 세금징수가 아니라 수탈이란 의미로 말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이 나라의 살림살이나 백성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데 쓰이지 않고, 관리들 자신의 배만 불린다면 더더욱 안 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백성들이 세금 때문에 굶주린다고 말한 것으로 봐야한다.

오늘날에도 국민들 가운데에는 그토록 많이 거둬간 세금을 도대체 어디에 다 쓰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거대한 국가조직을 운영하는 정부에서는 나라를 지키는 군대를 유지하고, 다음 세대들을 키우기 위한 교육비도 지출해야 하고, 해마다 늘어나는 노령인구에 대한 복지사업 역시 해야 하니, 세금을 거둬 쓰는 일이 과거 왕조시대와는 여러모로 사정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스터이다. “열심히 일하는 두 손, 창고에 양식이 가득하네.(一雙勤勞手, 堆積糧滿倉.)”라는 글귀처럼, 중국의 인민들에게 열심히 노동해 풍족한 생활을 하자고 독려하는 내용이다.<사진=문승용 박사 제공>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는 기독교 성경 말씀 때문에, 서양에선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고 여기저기에 기꺼이 기부도 하는 것이라 한다. 15세기 즈음 서구 유럽에서 르네상스로 인문주의가 부활하고 근대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한 것이, 당시 지중해 무역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던 이탈리아 부자들 가운데 메디치 같은 가문이 문학가와 예술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자 역시 제77장에서 “하늘의 이치는 여유가 있는 것을 덜어서 부족한 데에 보태주는 것이다. ... 이들이 참으로 도리를 아는 것이다.(天之道, 損有餘, 而補不足. ... 唯有道者.)”고 했다. 오늘날 부자들 대부분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더 절약해 그들 스스로 경제적 부를 일군 것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일하는 사회에서 부자들이 얻은 경제적 부는 오로지 자기 혼자만의 힘만으로 이룩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데, 자신만 부자로 살아간다면 바람직한 행복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노자의 말처럼 자신의 경제적인 여유를 모두에게 기꺼이 베풀 수 있다면, 역시 세상의 도리를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세상인심은 부족한 데서 덜어내 넉넉한 이를 더욱 차고 넘치게 하니, 이를 노자가 봤더라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한탄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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